알라딘 달력을 보니까 서재에 한참 안 들어왔던 모양이다. 직장인과 학생 노릇을 같이 하려니까 그것도 쉽지 않다. 밤에 듣는 수업은 또 이렇게 졸릴 수가 없다. (의욕아, 다 어디 갔니?) 오직 집에 가는 밤길에만 정신이 바짝 난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그 동네가 밤에는 좀 위험하다는 소문이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병원에 한 달 넘게 계셨다는데 식구들이 이제야 전화를 해서 알려줬다. 아무리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고 사는 가족이지만, 너무 하다 싶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긴 했는데, 마음이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만, 그건 다 미사여구고 진실은 오직 나쁜 소식은 알면 알수록 머리만 아프다는 것일까.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전화한다, 라고 생각하다가 과연 그렇게 전화하면 식구들이 정말 좋아할까, 싶어서 다시 망설이게 된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생의 진실은 유하의 詩마따나 유행가 가사 사이에 다 포개져 있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