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를 좋아하는 듯 하므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내 대답은 늘 갈비, 불고기, 이런 식이지만, 정작 내가 목메이게 그리워하는 음식은 깍두기다. 튀김 통닭을 시키면 딸려오는 흰 깍두기에 환장을 해서 닭을 먹지도 않던 나는 식구들이 자기들끼리만 먹는 튀김 통닭을 시킬 때마다 옆에 끼어들어 흰 깍두기를 찍어 먹느라고 소란을 야기하곤 했다.
흰 깍두기는 김치처럼 만들기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문제는 미국에서 무 구하기가 엄청나게 힘들다는 거다. 배추는 그래도 웬만한 수퍼에 가면 살 수 있지만 배추 크기의 먹음직스런 무는 좀처럼 찾아볼 길이 없다. 열무도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으니, 기껏해야 무에 비견될 만하다면 파스닙이 그나마 대체물이 된다고 하겠지마는 이파리가 너무 많고 무 부분은 쪼만해서 영 신통치 않아 보였다.
어제 수퍼에서 장을 보는데 학명은 모르겠으나, 확연히 무로 보이는 동글동글하고 붉은 미니 알타리 무처럼 보이는 것들이 이파리는 제거된 채로 담겨 있는 봉지를 발견했다. 한 봉지 사와서 당장 설탕+식초+물의 혼합물에 넣었는데 과연 며칠이나 걸려야 흰 깍두기, 아니 붉은 깍두기 맛을 보게 될까 벌써부터 가슴이 콩콩 튀고 있다.
삼돌이 말로는 뭘 그런 걸 사진을 찍느냐고 하지마는, 이게 성공만 하면은 매일 끼니를 흰 깍두기와 함께 하게 될 터이니 어찌 가슴이 뛰지 않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