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형이 - 4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올해 준형이 선생님은... 육아휴직 후에 몇년만에 교단으로 돌아오신 분입니다. 준형이가 참 좋아합니다. 왜냐! 선생님께서 책을 읽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제가 헨쇼선생님 책 리뷰에, 얼마나 복 많은 놈들이 이런 선생님을 만날까 했더니... 바로 준형이었습니다. 읽기책에 나오는 동화를 원래 책으로 읽어주셨는데 준형이가 무척 감동하더군요.

스승의날 편지는... 책만들기를 했습니다. 4절지 색도화지를 책만들기 기본형으로 접었습니다.

제목 : 사랑하는 한영숙 선생님께 - 김준형 올림

넘겨서 첫페이지 : 삼행시

한 - 한아름 사랑을 담아주시는 선생님,

영 - 영원히 우리를 사랑해주실 선생님

숙 - 숙제는 조금만 담아주세요.

둘째 페이지에는 문을 달았습니다. 문에는 '쉿, 비밀이에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라고 썼는데, 열어보니... 선생님 사진입니다. 학교홈피에서 다운받아.. 상태가 영 좋진 않습니다만 ...

그 다음장에는 두 페이지에 걸쳐서 선생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한영숙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처음 우리 반 담임선생님 이름이 한자 영자 숙자라고 들었을 때 저는 기분이 막 좋아졌어요. 제 작은엄마 함자랑 똑같았거든요. 왠지 선생님과 더 친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선생님의 독특한 가르치는 방법이 좋아요. 떡볶이 사주시기, 국어상 수학상 과학상 주시기 등을 해 주셔서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 다른 것도 다 좋아요. 선생님이 내년에도 또 제 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문제를 쉽게 출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끔 준비물을 안 챙겨와서 많이 속상하셨죠? 죄송해요. 앞으로는 숙제도 잘 해오고 준비물도 제대로 챙겨올게요.

저는 선생님이 아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아, 화를 조금만 내 주셨으면 더 좋겠어요. 선생님께서 화내실 때는 너무 무서워져요. 화를 조금만 내주세요.

사랑해요.(이 말은 우리 가족 빼고는 처음으로 하는 말이에요.) 안녕히 계세요.

                      2005년 5월 14일

                          김준형 올림

그 다음장에는 쿠폰입니다. 포스트잇 하트모양을 이용해서 쉽게 만들었습니다... 음... 요령피웁니다.

심부름, 봉사활동, 청소, 무조건10분간 침묵하기... 마지막으로 뽀뽀5번해드리기(단, 사람 없는 곳에서 사용 가능)

마지막장은 나의 다짐입니다.

1. 준비물은 꼭 챙겨오겠습니다.

2.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

3. 숙제를 꼭 하겠습니다.

... 아 5번까지 썼는데 기억력에 한계입니다. 2005년 5월 14일 김준형 (그리고 본인 사진을 붙였습니다)

밤 12시까지 잠 안 자고 했습니다.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좀 지저분했지만, 그래도 가상했습니다.

아, 토요일에는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끼리 모여서 작년 담임선생님 찾아가 인사했다는군요. 가끔은... 다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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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5-1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훌륭해요!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대단한 제자가 나오는군요....
선생님과 준형이 두 사람 다 행복한 사람이에요. 호랑녀님도 그런 아들을 두셨으니 행복한 사람인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날개 2005-05-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가 저토록 섬세하다니... 놀랍습니다..!+.+

호랑녀 2005-05-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에효... 저도 간만에 아들자랑한번 해봤습니다... 뭐 진주님께 대겠습니까요...
섬세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날개님. 손재주나 세밀한 기술과는 좀 떨어져서 늘 스트레스거든요. 초등학교 때는 손재주가 장땡이더라...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요. 그렇지만...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만든 거라... 옆에서 보는 저도 즐거웠습니다.
따우님... 정말 그러셨을까요? 선생님이 진심으로 좋아해주셔야 할텐데... 저야말로 가슴이 콩닥콩닥입니다. 아들놈... 정말 진심으로 좋아서 한 일이었거든요...

조선인 2005-05-1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없는 곳에서만 뽀뽀라니, 이 수줍음이라니, 아, 사랑스러워요.

깍두기 2005-05-1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준형이 담임선생님이라면, 그렇다면, 전 아마 한 1주일 동안은 가슴이 뛰어서 잠도 못잤을 거예요. 아마 그 편지를 받아들고 읽다가 눈물을 펑펑 쏟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준형이, 사랑스런 준형이....한영숙 선생님이 너무 부러워요!!!!

호랑녀 2005-05-17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조선인님이 말씀하실 때는 아, 사랑스러워요... 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매우 무뚝뚝한 목소리로...
진짜 시키면 애들 보기 쪽팔리잖아요.
라고 말했답니다.
깍두기선생님, 정말 좋으셨겠지요? 진심으로 좋아해주실 수 있는 선생님이라고 저도 믿고 있어요.
저는 어릴 때 꿈이 선생님이었어요. 우리 아이들 선생님을 보면서 그 꿈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을 좀 키워놓고, 선생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할머니 선생님이 되어서,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 읽어주고 안경 너머로 살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