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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그림책 -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호소문 ㅣ 에듀세이 3
이희경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얼마나 상대 못할 족속인지, 내가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 스스로 깨닫는다.
나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감히 나에게 덤비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는 얼마나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내 기분대로 막대하는가. 어떤 날은 내가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짜증을 내며,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잔뜩 움추려든 아이에게 또 어떤 날은 내 기분이 괜찮으니 그냥 웃으며 지나간다. 성질 더러운 내 뱃속에서 태어나서 내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내가 어릴 때도 그랬다. 내가 한 일에 따라서가 아니라 엄마의 기분에 따라 나는 좌우되었다. 내가 왜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해야 했으며(그건 정말 야단을 맞는 게 아니라 당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므로 가끔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요행수를 바랬다. 엄마의 기분이 괜찮은 날은 또 그냥 넘어갈 수 있었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마음이 답답해진다. 모든 케이스가 모두 내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고, 모든 케이스의 부모가 다 나인 듯하다. 늘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 앞에서는 둘도 없는 내 아이들인 양 웃고 있지만, 그 탈 뒤에는 고슴도치가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다. 아무리 고슴도치라도 제 자식은 예쁘다는데 나는 그저 내 아이들이 내 맘대로 해도 되는 유일한 것들인양 그렇게 몰아댄다.
아이를 쥐잡듯이 잡은 밤, 이 책을 잡고 내내 우울해진다. 늘 열번만 세고 행동해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나에게 필요한 건, 호랑이같은 순발력이 아니라 곰 같은 미련함이다. 둔하고 미련해서 그저 제 자식들을 믿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