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 Swan 21 - 완결
아리요시 교우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발레공연을 보았다.

2004 세계 발레스타 초청 대공연!

제일 싼 좌석은 4만원, 제일 비싼 S석은 16만원이었는데, 공연을 보는 횟수를 줄이더라도 좋은 좌석에서 보고 싶은, (경제적) 수준에 안 맞는 허영이 있는 나. A석을 덥썩 골라버렸다.

13만원 X 2장(딸내미) = 26만원.

26만원이면 내가 일주일 동안 일하고 번 돈을 넘는다.

공연 내내 감동이었고,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그런데 발레를 본 후 환상적인 발레리나들의 모습이, 거의 경이로웠던 턴과 점프가 눈앞에 내내 아른거린다.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에 맞춰, 진짜 요정 같은 춤을 추었던 로열발레단의 알리나 코조카루, 그녀는 진짜 날아다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우아한 자태가 진짜 백조같았던 루치아 라카라, 세계적인 스타라서인지, 그녀가 추는 백조는 팔이 뒤로 넘어가서 한번 더 꼬는... 환상적이었다. 목선, 손가락선 하나하나가 얼마나 예쁘던지.

공연 마지막 그 유명한 흑조 32번 터닝을 보여주었던 소피앤 실브...기립박수를 받았다.

급히 알라딘을 뒤져 어릴 때 읽었던 만화책을 찾았다. 별로 만화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유명한 작품들은 읽었는데, 이 책이었다. 스완.

주문을 하려 해도 절판이고, 심지어는 인터넷 헌책방과 만화전문 쇼핑몰까지 다 뒤졌으나 구할 길은 없다. 할 수 없이 동네 만화방으로 가서, 해적판 수준인 책(환상의 프리마돈나)을 빌렸다. 하필 만화방에서 우리 학교 애들에게 인사를 받는 그 민망함이라니...

오랜만에 읽으니 더 재미있었다. 내가 봤던 그 공연들의 내용이 설명되어 있었고, 발레 동작 하나하나의 설명도 친절했다. 원래 만화에 약한 난, 도대체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것 같아서 좀 헤매긴 했지만, 발레에 빠져 몰입하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예뻤다.

일주일에 두 번, 동네 발레학원을 다니는 내 딸을 보러 발레학원에 들렀다.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그나마 일주일에 두 번 가서 놀다오는 내 딸에게 뭘 더 바라랴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들렀다. 점프를 배우고 있었는데, 재주도 없고 열의도 없다.

아이들을 지극히 정상적(?그럼 발레리나는 비정상?)으로 평범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남편과는 달리, 난 아이 중 하나쯤은 예술을 해도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부모의 주머니를 너무나 잘 아는 내 딸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재주가 없다. 난 아마 만화로 나의 예술에 관한 허영을 달래야 하나보다. 오래 된 만화지만, 그래서 더 친구같은 스완은 나의 이런 허영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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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8-1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정말 이 만화를 여러사람이 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감동적입니다.

호랑녀 2004-08-1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그죠... 전 옛날 만화가 더 좋아요. ^^
이 만화 때문에 발레에 대한 인기가 꽤 올라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리요시 교우코라는 이 작가, 발레리나 출신이라는 설이 진짜일까요?

무탄트 2004-08-1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이 만화에 푹 빠져서 잠시동안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혹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았더랬죠. 실제에서의 발레가 만화 속에서처럼 그렇게 멋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어리고 여의치 않는 집안형편으론 다만 꿈 꿀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사연이...ㅋㅋㅋ 하지만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죠. 발레에 문외한인 제가 몇달전에 국립발레단에서 하는 '조지발란신의 밤' 공연을 보았는데, 화려한 무대나 의상은 없었지만, 오로지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몸과 선으로 표현되는 발레의 아름다움과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높은 난이도의 여러 동작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

반딧불,, 2004-08-1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이가 많아서 알라딘이 좋아요.

이 만화 보고 얼마나 발레리나가 부럽던지요.
처음으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분들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넘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어느 여름이 생각납니다...

호랑녀 2004-08-11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셨군요. 저는 제가 되고싶단 생각은 안해본 듯. 아마 몸치인 제 자신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 그래두 가끔 몸이 저절로 움직이긴 하지요.

반딧불님... 제가 그래서 dvd 백조의 호수를 샀다는 거 아닙니까.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담은 싸게 먹히니까...발레공연을 보려구요.
2년 전엔가, 딸을 데리고 처음으로 전막공연을 봤던 게 호두까기인형(그거이 국립발레단 건지 유니버셜건지도 잊어버렸당... 아마 유니버셜 거였을 걸로 추측함)이었는데, 얼마나 좋든지요... 호호... 제 딸 그거 보고 발레 시작하겠다고 졸라서 시작은 했는데, 몸치유전자를 물려줬으니 미안할 따름이지요.

panda78 2004-08-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루치아 라카라까지! ㅠ_ㅠ 4만원짜리에서라도 봤더라면! 봤더라면! 흑흑흑...
두다댄싱은 보셨는지요? 그것도 꽤 재미있지요... 흑흑...

호랑녀 2004-08-1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공연 전까지 루치아 라카라를 잘 몰랐습니다. 작년에 내한했다는 정도...
와, 딱 백조로 타고났더군요. 처연하다고 표현해야 하나... 어쨌든 그냥 우아하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운 그런 백조였습니다. 파트너가 남편이라는데, 둘 다 최고였습니다.
그녀가 추는 빈사의 백조를 보고 싶더군요. 다음번엔 조금만 덜 비쌌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