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아이가 그림책을 반납하러 왔다.
그런데 이 책, 4월 16일까지 반납해야 할 책이었다. 연체 28일! 1일 늦었을 때마다 1일씩 대출 정지가 도서실 규정이다. 비인간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 두 권을 빌리고 싶다고 한다.
'어떡하지? 책을 늦게 가지고 와서 못 빌리겠는데?'
아이는 놓고 돌아섰다. 그랬더니 뒤에 있던 너무나 예쁘고 우아하게 생긴 엄마,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무슨 소리예요? 한다.
나: **가 책을 늦게 갖고와서 못 빌리겠네요. 하루 늦으면 하루 못 빌리는 게 규정이거든요.
엄마 : 아니, 1학년인데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고 책을 못 빌리게 하면 어떻게 해요? (순간, 도서실의 수십 개 눈이 나를 향해 쏟아진다.)
나 : 책을 늦게 갖고 오면 빌릴 수 없다는 것도 교육이예요. 28일이나 못 빌리는 것이 가혹하다면 며칠 지나고 다시 오세요.
엄마 : 너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1학년이 뭘 안다고 책이 늦을 수도 있지. 그리고 아이한테 제대로 말을 했어야죠. 몰랐잖아요. *&^%^$&$%
나 : (열받아서) 어머니, 다른 1학년들 다 제때 책 가져와요. 그리고 책 빌려갈 때 제가 분명히 말해줘요. 언제까지 가져오라구요.
엄마 : 그럼 제 잘못이라는 말이네요?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오는 게 숙제인데, 아니 숙제를 못하면 어떻게 해요?
나 : (하고싶은 말, 무지 참고 있는 말) 아니, 난 니 잘못이 아니라 니네 딸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니 잘못 맞다. 너 니네 딸 담임선생님한테도 이렇게 말하니? 그리고 이 멍청한 여자야, 다른 애들 없는 데서 부드럽게, 이게 숙제인데 어떻게 하겠냐고, 담부턴 늦지 않겠다고 말하면 어떻게든 해줄 거 아니냐. 그런데 애들 다 보는 데서, 엄마가 해달라고 떼쓰면 내가 해줄 수 있겠냐?
그래서, 결국, 숙제라니까, 책 한 권을 빌려주겠다고, 내 이름으로 빌려주겠다고 했는데, 두 권을 들고 왔다. 한 권은 그림책, 또 한 권은 좀 글씨 많은 책. 한 권만 빌려주겠다고 고르라고 했더니 애가 못 고르고 있다. 그림책을 권했더니 아이는 알았다고 하는데, 그 엄마 냉큼 나서서,
'아냐 **야, 니가 보고 싶은 책 골라' 이런다.
결국 그 아이는 엄마 눈치를 보면서 그 책을 골라서 가지고 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것 같다. 절대로 책을 빌려주지 않았어야지. 그리고 계속 떼를 쓰면, 내가 담임선생님께 **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숙제를 못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어야 했는데...
아,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했다.
그 아줌마, 돌아가서 자기가 비합리적이어서 따져가지고 책 빌려왔다고 얘기할 것 아닌가.
머리를 쥐어뜯는다. 정말 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