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강대중 지음 / 학이시습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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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교육이 지시하는 학교와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의 타협과 갈등’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현행법령에서 나타나는 혹은 나타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여러 대안교육기관을 소개하면서 다루고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구분을 교육주의적, 학습주의적, 제도화형, 제도이탈형의 선으로 그리며 열 가지로 유형화하고 있지만 그리 의미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언제부턴가 쏟아진 많은 대안교육관련 논문들에서 보여지듯 대안(교육)에 대한 철학적 깊이나 성찰이 느껴지기보다는 외형에 대한 단순한 기술, 대안학교에 대한 단순한 나열식 소개가 주는 건조함이 여기에서도 느껴진다. 근데, 이 책의 성격이 제도적 측면에 그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초점이 어긋난 것일 수도 있겠다. 대안교육을 교육주의와 학습주의의 시각에서 논의한 것은 김신일교수 논지의 연장선이라 생각되며, 대안학교에서 의무교육 등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현행법령과 관련시켜 논의한 점은 하나의 참고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가 한국대안교육의 출현을 교육주의(교육권)와 학습주의(학습권)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하고, 해결해야할 쟁점으로는 무엇을 제시하는지만 간략히 살펴보자.
한국의 대안학교는 강력한 국가 교육권이 행사되는 교육 제도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출현하였으며, 의무교육 제도, 학교의 설립 및 인가, 교사의 자격 통제, 국가 교육과정, 검ㆍ인정 교과서 제도 등은 학부모나 학생의 학습권보다는 국가의 교육 실시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교육은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그저 주어지는 것으로. 이는 산업 사회와 함께 정착된 근대 공교육 제도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이에 한국 대안교육의 다양한 흐름 중 상당수는 교육 당국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의무로 부과되는 공교육을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여, 공교육에서의 이탈을 꾀한다. 아울러, 한국의 구체적인 교육현실 역시 교육권의 시대에서 학습권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고, 대안학교도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곧, 대안학교의 출현은 교육주의에서 벗어나 학습주의로 전환하려는 하나의 흐름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대안학교가 정착되기 위해 글쓴이는 검토해야 할 몇 가지 쟁점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첫째, 국가가 교육과정을 지정하고 교과서를 검ㆍ인정하는 국가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둘째 의무교육을 의무 취학으로 해석하는 현행 법령의 문제, 셋째 더욱 근본적으로 다양한 학교가 출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렇게 학습자 중심으로의 교육 제도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안교육과 기존의 교육 제도는 심각한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기존의 교육제도와 갈등이 없다는 것은, 결국 ‘대안’학교이기보다는 단지 제도권안의 또 다른 학교일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며, 오히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제도적 갈등 상황을 없애는 문제보다는(이 자체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학교가 정말로 ‘대안적’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지와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신념의 고수와 내용을 확보하는 일이란 생각이다. 곧, 제도적 정착보다 ‘대안적’ 철학과 내용의 정착이 더욱 시급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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