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쿠니 어린이 마을 - 세계의 대안학교 1
호리 신이치로 지음, 김은산 옮김 / 민들레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교육에 대한 글쓴이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걷어내는 ‘새로운’ 실천의 모습을 확인하면, 이 ‘나무 나라’ 어린이 마을이 지향하는바가 무엇인지를 우선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1.
호리가 지적하는 현 학교의 문제는 첫째, 학교의 주인이 아이들이 아닌 교사라는 점, 둘째 그런 교사가 중심이 된 일제 수업에서 학생수가 많은 학급일 경우 아이들의 개성이나 개인차를 거의 무시한다는 점, 셋째, 학습 내용에서 체험이나 생활의 요소가 거의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는 간략히 1) 교사중심주의(관리주의), 2) 획일주의, 3) 교과서중심주의의 문제로 표현할 수 있다(175).

2-1.
이와 달리 호리가 원하고 새로이 실천하는 학교는 "교사의 관리 대신 아이의 자기결정이나 자유로운 선택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획일적인 학습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 하나 하나의 개성을 존중하고, 지식전달보다 구체적인 생활이나 창조를 매개로 한 학습을 중요시하는" 곳이다(171). 곧, 새로운 학교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가져온다(176).

① 교사중심주의 → 자기결정의 중시(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선택한다.)
② 획일주의 → 개성 존중(한 사람 한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다양하게 학습한다.)
③ 교과서 중심주의 → 체험학습(행함으로써 배운다.)

세 번째 체험학습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를 조화롭게 살릴 수 있는 활동영역으로(181), 그것의 수행은 다음의 다섯 가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류생활의 기초적인 것, 특히 의식주에서 주제를 찾아야하며, 둘째 몸으로 하는 작업이 중심이 되거나 출발점이 된다. 셋째, 아이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적 탐구이다. 넷째, 이미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자기 자신의 지식을 창조하며, 다섯째, 활동의 선택이나 모둠 편성에 유연성을 갖게 한다(182-4). 그리고 학급편성 역시 이러한 프로젝트 주제에 따라 다음의 네 학급으로 편성되어 있다(45).

키노쿠니어린이마을 공무점: 원예, 건설, 목공, 잡지 만들기
흙투성이군단 모여라: 야채재배, 소 동물 사육
키노쿠니 보도국: 견학, 조사, 신문 만들기
맛있는 것 만들기 모임: 요리 만들기, 먹는 것에 관해 생각함

2-2.
호리는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기를 원하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다음을 뜻한다. 첫째, 감정적으로 해방된 아이(감정의 자유)로, 내면의 억압이나 불안에서 자유(해방)로워지는 것이다. 둘째,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태도와 능력(지성의 자유)을 지닌 아이로 권위에 기대거나 사회풍조나 고정관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셋째, 함께 사는 즐거움(자유로운 사회성)을 아는 아이로, 자립한 자아에 기초를 둔 자기주장과 동시에 이웃들과의 풍부한 대인관계를 지녀야 한다(174-5).

끝으로, 다음과 같은 호리의 바람은 한국사회에서 얼마만큼의 호소력으로 다가설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이 15명이 있다면 그 15명이 저마다 다른 길로 나가기를 바란다. 일류 학교라는 곳으로 가는 아이가 있어도 좋고, 외국에 나가는 아이, 도자기 굽는 곳에 도제로 들어가는 아이, 자동차 정비소로 들어가는 아이, 아버지의 일을 보고 배우는 아이, 한 동안 아무일도 하지 않고 인생을 관찰하려고 하는 아이, 이처럼 다양하게 살기를 바란다. 만일 잘못되어 아이들 모두 똑같이 수험준비에 열을 올려 시험에 합격해 세간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면 나는 실망할 것이다.”

여전히, 대안학교(교육)와 관련된 내용들이 언론과 책을 타고 소개된다. 겉꾸밈에만 주목하고 내용이 없다는 비판, 특정계층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비판, 교육 공공성(혹은 공교육)과는 상관없이 소수만의 자기위안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 등 우려되는 점들이 없지는 않지만, 한 측면만을 지겹게 바라보면서 그것만이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교육에 대한 사유와 상상력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이런 종류의 책들이 좀더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면밀한 검토와 비판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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