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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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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위해 누워서 책을 펼쳤다가 결국 몸을 세워 앉아 읽었다. 공들여 쓴 글에 대한 마땅한 도리는 내 몸이 먼저 알아차린 듯. 작년 여름은 김훈의 하얼빈이었고 올 여름은 맡겨진 소녀이다. 이 작가들의 자기 문장에 대한 성실함은 진정 보석과 같이 단단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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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3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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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만화책이다.
다음 편에서도 이 고등학생이나 할머니와 주변 사람들의 일상은 지금이랑 비슷하게 흘러가겠지, 하는 생각에. 그런데 놀랍게도 한 권을 읽고 나면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일상의 소소한 소중함들을 느릿느릿, 따뜻하게, 티 내지도 않고, 과장 없이 툭툭 건드려주는 느낌이랄까. 많은 감정들이 칸과 칸 사이에 숨어있다. 여백이 많은 조용한 만화책.
읽자마자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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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나무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5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봄봄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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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잠자기 전에 읽었다.

내용은

'숲의 자상한 친구 여우가 죽자 친구들이 슬퍼하며 그를 추억한다.

여우가 죽은 자리엔 나무가 자라나 다시 숲의 친구들을 보듬어 준다.'

제목을 읽고 첫 페이지를 읽으면 끝페이지까지 짐작이 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천천히 소리내어서 읽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죽음이란 것...참 설명하기 힘들다.

왜냐면 나도 잘 모르니까...

죽음을 알지 못하는 '산 자'라서 이렇게 리뷰도 쓰지 않는가.

이 책을 혼자서 먼저 읽고는 좋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난 후 큰 아이가

"그런데 여우는 어디로 간 거야?"

헐~

사실 첫 장에서 '여우가 죽는다'고는 안 했거든...

영원한 잠에 들었다고 했지...

'영원히'라는 수식이 붙어 있더라도

아이들한테는 죽는 거는 죽는 거고, 자는 거는 자는 거니까.

하여간,

참 조용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책이다. 그림도 글도.

다 읽고 나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을 주위 사람들에게 남겨주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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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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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다. 인물 묘사를 할 때도 '단정한 옆 얼굴' 같은 표현을 즐겨 쓰는 이 소설은 소설 자체의 인상도 단정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런데 너무 단정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는 빈틈이 없어서 차가운 인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꽤 오래전부터 온다 리쿠의 책을 읽고 싶었다. 좋은 평도 많았고 언젠가는 이 사람의 책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미루고 미루었던 것은 맛있는 것은 그만큼 아껴먹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대가...정말 컸다.

머리 속에 모든 것을 넣어둘 수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이들은 머리 속이 꽉 차면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들을 정리하기 위해 일주일씩 거풍을 하기도 한다. 막내 아들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는 능력을 통해 이웃의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그 아들을 화해시킨다.

설핏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에서 담아내려는 감동이 좀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온다 리쿠의 소설만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힘을 주어서 결말을 지으려는 것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 잘 읽다가도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소설 어딘가에 현재 일본 사람들의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청결하고, 긍정적이고, 자기 인생에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얼굴'이었으나 '지금은 다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없고, 좀 자학적이고, 뻔뻔스러운 얼굴'이라고 등장 인물 가운데 하나가 말한다. 물론 다른 등장 인물이 그런 견해를 바로 반박하기는 했지만 그런 대목은 작가의 은밀한 도덕적인 설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잔치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른이 너 표정이 그게 뭐야, 하고 면박을 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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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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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굉장해졌다. 작가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쓰다보니 굉장해졌다고. 따 당하는 두 친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인류의 완전 삭제냐 아니냐를 건 게임에 이르렀다.

'못'은 못 같다고 두들겨 맡고, '모아이'는 또 모아이 같다고 해서 두들겨 맞는다. 사실 이유가 없다. 맞아야 하니까 맞는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생각하지만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그들의 상습적인 맞음에도 익숙해져 간다. '상습적으로' 읽어나가다 보니.

필사적으로, 맞는 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때린 자, 때리는 것을 방조하는 자는 어쩌면 뉘우칠 수도 있고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맞은 자는 과연 옳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정말 상처란 잘 아물지 않는다.

그럼 세상은 때리는 자와 맞는 자와 그 외 방관자로만 남는 것일까. 아아아아, 그래서는 안 되겠다. 아무리 현실이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되겠다. 그렇다면 정말 시스템을 다 밀어버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잖은가. 그래도 죄다 밀어버릴 수는 없잖은가.

정말 작가의 조언대로 동네 탁구장부터 알아볼 일이다. 그러면 아주 조금 좋아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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