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단정하다. 인물 묘사를 할 때도 '단정한 옆 얼굴' 같은 표현을 즐겨 쓰는 이 소설은 소설 자체의 인상도 단정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런데 너무 단정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는 빈틈이 없어서 차가운 인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꽤 오래전부터 온다 리쿠의 책을 읽고 싶었다. 좋은 평도 많았고 언젠가는 이 사람의 책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미루고 미루었던 것은 맛있는 것은 그만큼 아껴먹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대가...정말 컸다.

머리 속에 모든 것을 넣어둘 수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이들은 머리 속이 꽉 차면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들을 정리하기 위해 일주일씩 거풍을 하기도 한다. 막내 아들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는 능력을 통해 이웃의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그 아들을 화해시킨다.

설핏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에서 담아내려는 감동이 좀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온다 리쿠의 소설만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힘을 주어서 결말을 지으려는 것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 잘 읽다가도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소설 어딘가에 현재 일본 사람들의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청결하고, 긍정적이고, 자기 인생에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얼굴'이었으나 '지금은 다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없고, 좀 자학적이고, 뻔뻔스러운 얼굴'이라고 등장 인물 가운데 하나가 말한다. 물론 다른 등장 인물이 그런 견해를 바로 반박하기는 했지만 그런 대목은 작가의 은밀한 도덕적인 설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잔치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른이 너 표정이 그게 뭐야, 하고 면박을 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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