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이다. 여기 서재 들어온 게. 여기 서재고 저기 블로그고 그쪽 홈피고 간에 뭘 써보는 것이 참으로 오랫만이다. 새벽 1시가 되려면 2분 밖에 안 남았다.
읽어야 할 책을 오른쪽에 세워놓고 있다. 표지 그림속의 흑인 소녀가 조금 슬픈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다.
지난 번에 주문한 책들도, 심지어 만화책들도 아직 못 읽고 있는데 오늘 다시 주문을 하고 말았다. 얼른 주문하지 않으면 그 책들이 갑자기, 모조리 절판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꼭 읽어보고 싶은데 사다 놓지 않으면 미루고 미루다가 영영 기억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주문했나 보다.
잘 읽지 않는 책을 신발장 속에 차곡차곡 넣고 보니 책꽂이가 꽤 헐렁해졌다. 우리는 신발이 별로 없어서 신발장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신발 사 모으는 취미는 없다.
내가 모은 책들을 이번에 정리하면서 한 번 쭉 훓어보았는데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책, 꼭 다시 읽어보리라 생각하는 책은 그 중에 몇 권 되지 않았다.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이번에 주문한 책들은 예전부터 두고두고 읽어야지 생각했던 것들이다. 결코 광고나 이벤트에 혹해서 사는 것들이 아니란 말이다. 흑! 이 말은 즉, 지난 번엔 그렇게 혹해서 사고 말았다는 이야기. 그렇게 나쁜 책들은 아니지만, 어쩐지 지금의 나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지는 책들이다. 기초적인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향기로운 커피나 홀짝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그 때-주문할 때랑 책 받을 때랑 책을 받아서 처음 이틀 정도 밤마다 아기 재우고 엎드려서 읽을 때-는 기분이 좋았단 말이다.
이 충동구매자. 이벤트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