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의 몸보신용으로 희생되는 똥개.
줄에 매달려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몽둥이로 두들겨 맞다가
그만 줄이 풀린 사이 줄행랑을 친 똥개는
자신을 팔아넘긴 주인 꼬마가 손짓으로 부르자 절뚝이면서도 꼬리를 치며 주인 꼬마에게 가지.
이놈의 꼬리는 반사작용에 참 충실해..
그런데, 정말 그 똥개가...
주인에게 가면 다시 잡혀서 맞아 죽을걸 몰랐을거라고 생각해?
아니, 똥개는 알면서도 간거야. 아무리 똥개라고 해도 죽음은 직감할 수 있어. 본능이니까.
맞아 죽어갈걸 알면서도 똥개는 피를 흘리고 절뚝이며 주인 꼬마에게 가.
슬픈 눈을 하고 주인 꼬마를 바라보며 가지. 똥개의 눈이 왜 슬픈 줄 아니? 맞아서 아프고, 곧 죽을걸 아니까 슬픈게 아니야. 이렇게 자기를 손짓해서 불러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넘기고 나서 괴로워할 그 주인 꼬마가 나중에 힘들어할까봐.. 이 기억을 못잊어 평생 아플까봐 걱정이 되어서 슬픈거야.
똥개도 알아. 주인 꼬마는 어쩔 수 없이 자기를 넘긴다는걸. 지금은 이럴수밖에 없다는 걸.
동네사람들의 혓바닥에서 잘게 부수어져 고기가 되어 사라져버린 똥개지만 똥개는 사람보다 낫다.
똥개의 운명은 위대하다.
그러니 나는 슬픈 눈을 하고 당신에게 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