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삶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형벌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때로는 아무렇지 않고 멀쩡하다는 것이 너무 끔찍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살아간다는게 대체 뭐길래 이렇게 모든걸 다 누르고 이렇게 멀쩡할 수 있는거야.

본능적으로 삶을 추구하고, 그저 살아서 숨쉬는 것을 원하고, 단지 닥쳐올 죽음이 두려워서 삶을 움켜쥐고 헉헉거리는 자신이 짐승같이 느껴지는 그런 순간,

바로 그 때 삶이 형벌이 된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써내려간 잘못을 기록한 두툼한 악행 노트 몇 권. 나는 그보다 더한 악행을 저질러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운 마음들을 모른 척하고 때론 밟으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살아야 한다는, 비록 절대적인 이유일지라도. 그렇게 나를 지켜온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나로 서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가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서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형벌로서의 삶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까닭은 그것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고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랑은 결심으로 하는 게 아니야. 마음으로 해야 하는 거야.

마음이 바뀌면 약속도 무효.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어. 흘러가버린 시간과 입 밖으로 내뱉은 말.

-- 불새에 나온 대사들 기억나는대로 남겨둔다..

그래, 사랑은... 결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 결심이 변해 마음이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야. 마음이 결심이 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야. 그렇지만 그 결심을 지키는 것도 무가치하거나 쉬운 일은 더더욱 아니란다.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사랑은 결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데.. 그렇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 보면 밑줄을 긋고 싶은 구절들이 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공감하는 부분들이고 기억해 두면 좋을 듯한 글들이다. 어록이나 시집이 아닌 다른 책들의 경우에는 전자의 경우에 속한다. 아멜리 노통의 책 역시 밑줄 긋고 싶은 구절들이 여럿 보이는 책이다.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묘사에서 더 나아가 감흥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노통의 글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건드리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두려움과 떨림>이라는 소설은 벨기에 여성이 일본 대기업에 들어가서 겪게 되는 일들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산뜻한 소설이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대기업이라는 구조아래 말살되는 인간성. 이 책을 대기업이라는 구조를 경험해 보았거나 현재 경험 중인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손에서 놓기 어려울 만큼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게 된다. 상사라는 이유로 자신의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직원들에게 부리는 갖은 오만과 횡포등은 소설속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간의 과장도 포함이 되어 있겠지만 그 본질적인 면모는 현실과 다름이 없다.

더불어 회사라는 조직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불평등함과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여성을 평가하는 기준들에 대해 노통은 통쾌하게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 일본 여성들이 자살하지 않아서 존경스럽다고.. 통역을 할 수 있고 교사 자격증도 있는 벨기에 여성이 일본 회사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바는 크다.

책을 읽는 직장인 중에서 얄미운 동료나 상사가 떠오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덮으면서 그들을 동정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가 아닐까? 이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피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계속되는 불편함, 누군가에게 한마디의 반박도 못하며 몰아 세워지는 느낌, 종이에 베인 듯한 통증, 묘한 불쾌감. 바로 이 소설이 읽는 이에게 선사하는 것들이다. 범상한 연애소설을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도대체 어떤 연애소설이기에 말랑말랑한 연애 감정이 아닌 아픔과 고통을 남겨주는가. 이 소설 속에는 스물 다섯 살 된 한 여자가 있다. 어머니는 재가 하여 양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양부와의 사이에 아기가 있다. 여자는 양부의 집에서 나와 독립하여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고 한 지방 방송국의 구성 작가가 된다. 여자는 자신의 가정환경 때문에 사귀던 남자친구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자 결혼 이데올로기에 미련을 두지 않고 마음을 닫는다.

지방 소도시에서 여자는 일 때문에 만나게 된 젊은 시인과 가까워진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채로 자라났고, 어느날 동거녀가 쪽지 한 장만 남겨놓고 사라져버린 젊은 시인과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자주 가는 카페의 나이든 주인이 젊은 시인과 친한 사이임을 알게 되고 이들 셋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리고 전경린은 이 젊은 시인과 나이든 카페 주인 사이에 동성애를 암시하는 코드를 슬쩍 넣어두기도 한다.

이렇게 여자, 젊은 시인, 나이든 카페 주인은 묘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여자는 젊은 시인에게서 순수한 사랑을 얻고, 카페 주인에게서는 돈을 얻으며 욕망을 채운다. 이 삼각관계가 소설의 중심 축을 이룬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보장해주는 안락한 생활, 진정한 내 자신의 절반을 만난 듯한 희열, 육체를 불타오르게 하는 거센 욕망, 조용하고 다정한 속삭임. 이런 상반되는 것들을 동시에 갖고자 했던 여자는 결국 어느것도 갖지 못하게 되고 자신을 완전히 찢어야 하는 절망 앞에 놓이고 만다.

하지만 여자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긴 의붓 동생을 자식처럼 돌보고 키우면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것은 아마도 전경린이 말하고자 하는,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일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의붓 동생에게 어머니라 불리우며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이 불행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전경린은 연애소설에서 흔히 다루는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한 줄거리를 갖고도 놀랄 만큼 섬뜩하고 독한 연애소설을 만들어 냈다. 욕망 앞에서의 인간,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존재의 고통, 소통이 단절되는 갖가지 유형, 돈과 자신을 바꾸어 버리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삶이 남기는 절망감 등을 두 권의 소설을 통해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미세한 감정들을 집어내 몇 배로 확대하여 눈 앞에 들이대는 듯한 문장은 사실적이다 못해 소름이 끼칠 듯 하다는 점이다. 전경린은 삶에 지쳐 자신을 방기한 적이 있는 사람, 진실이라 믿는 무언가를 위하여 자신의 얼굴조차 잊어가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보게끔 한다.


인용: 나는 연약함을 경멸한다. 어느 때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가혹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한다 해도 연약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 24에 ^^ 들어가보았더니 로그인을 하자 운세서비스란게 나온다.

개성이 강하고 문예적인 기질을 타고난 당신은 천성이 예술가입니다. 엄격한 규율과 쫙 짜여진 조직 체계에서 한시도 버틸 수 없을뿐더러 버틴다 하더라도 자신의 기질을 죽이게 되므로 스스로에게 손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억지로 그런 생활에 적응하려 하지 마시고 당신의 개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본인이 원하는 분야를 정확히 찾아보십시오. 공간 지각력이 뛰어난 만큼 공간 예술 쪽으로 눈을 돌려보십시오.

이게 운세 서비스에 나온 글이다.

뭐여, 이게 정말이란 말이여? 그럼 나의 회사 생활은 나의 기질을 죽이는 것이며 스스로에게 손해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단 말이지.. 흐미.. 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