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삶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형벌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때로는 아무렇지 않고 멀쩡하다는 것이 너무 끔찍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살아간다는게 대체 뭐길래 이렇게 모든걸 다 누르고 이렇게 멀쩡할 수 있는거야.

본능적으로 삶을 추구하고, 그저 살아서 숨쉬는 것을 원하고, 단지 닥쳐올 죽음이 두려워서 삶을 움켜쥐고 헉헉거리는 자신이 짐승같이 느껴지는 그런 순간,

바로 그 때 삶이 형벌이 된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써내려간 잘못을 기록한 두툼한 악행 노트 몇 권. 나는 그보다 더한 악행을 저질러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운 마음들을 모른 척하고 때론 밟으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살아야 한다는, 비록 절대적인 이유일지라도. 그렇게 나를 지켜온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나로 서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가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서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형벌로서의 삶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까닭은 그것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고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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