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하고 보러 간 영화. 걱정했던 만큼 별로 우울하지도 않았고, 대신 짜증나고 졸렸다. -_-;;

나, 내가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 그것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 나 그대로의 나 자신을 남들이 어떻게 볼지라도 나는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분수에 맞게 살라는 이야기 정도랄까? 자기는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임에도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동경하고, 스스로의 삶에는 만족하지 못한채 투덜대며 살지 말라는 것.

이 영화의 여주인공 같은 여자. 정말이지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거다. 저따위로 계속 굴면.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영화 제목과 참 매칭도 이렇게 되나.. 싶었는데 대사로 그대로 읊어져서 좀 싱거웠다. 솔직히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깔보며 자신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 라고 하는 부분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건 외려 여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ㅋㅋ 되게 맘에 안들었나보다 그 여자.)

대사가 쏟아지는 무렵 나는 참을 수 없이 지겨워져 하품이 절로 났다. <비포 선셋>의 대사와 견주자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내공이었다고 본다. 거기에 보태어 영화 보기 전에 아침겸 점심으로 먹었던 올리브 오일 시푸드 파스타에 독일 생맥주를 한 잔 곁들인게 제대로 졸음을 몰고왔던 탓도 있겠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나는, 뭐랄까. 이 감독, 꽤나 뭔가 젠체 하고 싶어 안달이 난거 아냐? 하고 피식 웃음이 났다. 다음부턴 제발 좀 제대로 된 젠체를 보여주면 좋겠다.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전작의 제목이 눈에 익다. 어느 영화제에 소개되었나? <도레미파 소녀, 피가 끓는다>라는 영화가 전작이었는데 보고 싶어졌다. 줄거리를 보니 꽤 재미있을 듯.

택배회사 직원으로 나왔던 마츠오카 슌스케, 아무리 봐도 에릭과 닮았다고 영화 보는 내내 생각했다. 흠, 나이를 조회해보니 1972년 생이로군.  아무리 이 영화가 2001년에 만들어졌다고 쳐도 상당한 동안이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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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6-06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난 괜찮던데. <비포 선셋>이나 <비포 선라이즈>의 내공에는 못미치지만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서 고마운 영화. 많은 대사를 쏟아낸 것 치고는 결과물이 미약한데는 동의.

플로라 2006-06-0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철학하는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주인공이 슌스케를 데리고 이야기하는 장면, 정말 느무느무 졸려웠답니다. 저도....ㅡ.ㅡ

이리스 2006-06-0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ㅋㅋ 그렇구나.
플로라님 / 철학하는 건 좋은데 방식이 너무 1차원적이어서 실망이었어요. --;

gazzaa 2006-06-08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빨만 세우는 영화라 대-실망. 내 집으로 와요가 훨씬 나았어. --;

이리스 2006-06-1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에나 언냐 / 그렇지? 영화로서의 매력이라곤 당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