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기적처럼 단잠에 빠져들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잠깐 눈을 붙인것 같았는데 알람이 울려서 뭔가 잘못된거라 여기며 억지로 눈을 떴더니 아침이었단 말이다. 불면이 다 무어냐 싶어 기뻤다. 하지만 7시간 가량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는데는 20분이나 걸렸다. 너무 졸려서 계속 뭉기적거렸다.
그리고 나서 아침시간 30분 샤워라는 호사를 누리고 결국 지각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젖은 머리칼을 탁탁 털어 말리며 나는 타박타박 스타벅스로 걸어가 프로모션 행사로 받은 쿠폰을 내밀어 제법 비싼 시나몬 어쩌구 커휘를 공으로 받아 먹고 스콘 하나를 포장해서 밖으로 바삐 나왔다. 때마침 택시가 지나가길레 잽싸게 잡아타고는 안세병원 사거리~ 를 외쳤다. 차는 그냥 적당히 밀렸고 약속시간에서 딱 5분 쯤 지나서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 실장님의 차로 바꿔타고 경기도 광주, 오늘 인터뷰가 잡힌 작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날씨는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더니 인터뷰를 마치고 작업실에서 나오는 정오무렵에는 완전히 개었다. 이 좋은 날씨에.. 라며 다들 일하기 싫다고 버둥거리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소란스럽고 음식도 정갈하지 않은 한정식집에서(맛은 뭐 중간정도..작가분이 사시는 거라 불평할 수 없었음 -.-)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40대 초반으로밖에 안보이시는 외모를 가지신, 그러나 28살 된 아들이 있는 작가분을 보자 아, 동안이라고 하는 것은 이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_-;;;그러니까 내가 기껏해야 26~7살 정도로 보인다는 것 가지고 우쭐할 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저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내 전화는 여러번 몸부림쳤다. 내일 점심 약속을 잡으러 전화한 ## 화백, 사진을 요청하는 ## 대리, 제주도 펜션 및 렌트카 예약건으로 전화한 여행사, 제주도 출장 같이 떠나는 ## 선생의 일정 확인 전화, 그밖에 사적인 문자 메시지.
점심을 거나하게 먹고서 곧바로 차에 타서 사무실로 이동했다. 좀 한가한 타이밍이었으면 근처 전원주택이라도 둘러보는건데. 날씨는 좋아졌고 식후라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와 견딜 수가 없었다. 올림픽대로가 막힐 무렵 나는 차안에서 잠깐 졸았다. 졸다가 깨서 바라본 한강물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누군가 어설프게 수상 스키를 타고 있었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간절히 원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무실로 냅다 뛰어 들어왔다. 바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몇개 있었기 때문이다. 바뀐 페이지 배열표와 배당표를 확인하여 편집장에게 송고하고, 다른 부서와 연결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내 담당 기사 중 몇가지 수정해서 급히 넘겨야 할 것을 처리.. 그리고 부제를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근심 가득한 후배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나자.. 겨우 내 마른 목에 물을 축일 수 있었다.
위에 걸친 니트가 부담스러울 만큼, 다시 사무실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 건조하고 더운 사무실. 여름 마감에 비하면 천국이지만 건조한 것이 너무 싫다. 그래서 내 사무실 책상 위에는 수분 크림과 스프레이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크리니크 수분 크림과 슈에무라 수분 스프레이. 그리고 건조하여 하얗게 일어나는 내 손톱 주변을 위하여 클라란스 네일 앤 핸드 로션. 아베다 핸드크림. 선키스트 비타민 씨 한 통. (일전에 어머니가 챙겨주신 것), 수시로 마실 수 있는 작은 물병 하나.
자, 벌써 오후 4시다. 오늘은 언제 집에 가려나?
원고 들어온 것 확인하여 정리하고, 사진 셀렉하고, 전체 스케줄 진행회의 하고, 내일 있을 미팅 관련 회의 하고, 하고하고하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