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게 얼마만에 찾아온 평화란 말인가.
진정으로 나는 아침 아홉시 부터 저녁 여섯시 까지 점심 시간 한 시간만 빼고는 정신없이 바쁠지언정, 그렇게 바쁘고 난 뒤에 칼퇴근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싶은 사람 중 하나다. 최근들어 여섯시 반 넘어서 퇴근한 적이 한두번 이고 그나마도 일곱시 조금 넘긴 정도니 이 얼마나 양호한가.
어제도 여섯시 무렵에 퇴근하면서 뿌듯했다. 늘 칼퇴근 하는 사람들이야 이까짓거에 행복을 느낄리가 없겠지만 주 12시간 근무 및 주 7일 근무에 혹사당하면서 단 한푼의 수당도 못받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엄청난 행복이다. 하여, 퇴근후라는 이 엄청난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헬스클럽이나 학원에 나를 던져놓지 않고 온전히 평온한 저녁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집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방안의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하기도 하고 해야할 일들을 체크해 놓기도 한다.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텔레비젼을 보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문자 주고 받기 놀이도 즐긴다. 그러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꺼내 읽기도 한다.
평일의 약속은 한 두번이면 족하다. 5일중 하루나 이틀만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 주말은 격주로. ㅎㅎ 갈수록 혼자 있는게 즐거워서 신기하다. 외로운건 질색인 나였는데. 이게 좋은 징조인지 원.. -.-
아, 나는 이런 평온함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여 눈물이 날 지경이다. 문득, 이렇게 한 달만 살수 있다면 생활의 질이 정녕 달라지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안다, 머지 않아 이 일상이 깨져 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그래도 나는 현재를 즐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