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심야상영 두번째 영화.

임신 36개월 / Three Year Delivery
 
감독 : 타다노 미아코
장르 : 드라마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 99 분
제작국가/년도 : 일본/2005년도
29세의 후유코는 임신 9개월이다. 그녀는 엄마가 되기 위한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면서 하루 종일 그녀의 도쿄 근교의 집에서 소일한다. 무기력한 남편 토루 역시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는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고며 매일 밤 취한 채 집에 들어온다. 후유코는 남편의 외도를 알고 있지만 곧 끝 나기를 희망하며 그것을 맞닥들이지 않기로 결정한다. 임신 10개월이 지났지만 마치 아기가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하기라도 하는 듯 출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8개월까지 후유코의 배는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다.
타다노 미아코 Miako Tadano
타다노 미아코는 1973년 10월 2일 도쿄에서 출생했다. 그녀는 무사시노 아트 컬리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1994년부터 시노부 야구치감독과 타구지 스즈키 감독 그리고 다른 감독들에 의해 제작된 의 15 Pieces로 영화배우가 되었다.
이후 영화제작을 공부하기 위해 1996년 Tama Art 대학교의 비주얼 아트 과정에 입학했고 몇 몇 단편 영화들을 감독, 제작했다. 1997년에는 에 처음 출연을 하게 되었고 Mainichi Movie 콩쿠르와 Sponichi 그랑프리에서 신인 여우상을 거머 쥐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일본의 유명 감독들의 여러 작품에 출연을 해 왔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TV프로그램이나 광고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또한 Junior High School Diary 와 같은 TV드라마에서는 스크립터로서 활약했다. <임신 36개월>은 그녀의 감독 데뷔작으로 같은 제목의 소설도 출판했다.

# 감상평 

어쩌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밤을 꼴딱 새는 지겨운 짓(마감만 몇년 해보시라, 이 짓이 얼마나 지겨운지..)을 자청해서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심야상영 목록에 이 영화가 없었다면 아마 예매 하지 않았을 듯.

세상에, 임신 36개월이라니 제목부터가 참 남다르지 않은가? 말 그대로 영화 속 주인공은 임신 36개월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배는 거대하게 부풀어 올라 옆에서 부축해 주지 않으면 거동이 불편하고 심지어 뱃속의 아이는 울거나 놀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니...

자,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작품 소개에도 나와 있듯, 아이는 세상에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가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아내가 임신중이라는 핑계로 바람을 피운다. 실제로 아내가 임신 중일때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임신중의 성관계를 터부시 하는 문화도 있고 아무래도 여성의 관심이 아이에게 많이 쏠려 있으므로 거기에서 문제가 빚어지기도 하므로..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알고 있지만 꾹 참고 모른척 하며 자기의 삶을 산다. 일명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부부인 셈. 아이를 위한 태교라고 선택한 것은 귀마개를 하고 소음을 들려주지 않는 것. 라디오도, 텔레비젼도 그 어떤 것도 아이에게 들려주지 않는다. 순수함을 보존시켜분다는 이유로. (맙소사!) 이렇게 대책없는 엄마와 아빠 때문에 아이는 세상에 나오지 않고 뱃속에서 무려 36개월을 보낸다.

이러는 동안 남편은 바람 피우던 여자에게 차이고 슬슬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아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회사를 관두고 시골에 작은 집을 구해서 그곳에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돌보며 살아간다. 옷도 아무데나 휙휙 벗어제끼고 멋대로 굴던 버릇도 사라지고 이제 부엌에서 요리하는 폼이 제법 능숙하다.

그렇지만 그 버릇이 어디 가랴. 이번에는 천방지축 철없기로 따지면 남편 못지 않은 처제가 그만 형부를 유혹하고 이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다. 임신 36새월의 몸으로 침대에 그저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언니는 이 사실을 알고 가위로 여동생의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고 경고한다. (나 같으면 아마 머리카락이 아닌 정말 머리를 잘라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뒤이어 들어온 남편은 고개를 떨구고 아내 손에 가위를 들려주며 자신의 성기를 자르고 싶으면 잘라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심하게 울어대자 이를 관두고 드디어 36개월만에 진통이 오면서 아이가 태어나는데...

남편과 여동생이 옆에서 호흡을 하고 산부인과 의사인 미래 제부가 아이를 받아 낸다. 어쨌거나 온 가족의 합동 출산인 셈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어 몇번이나 임신은 질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임신을 한 여성은 정기 검진을 위해서 병원에 주기적으로 가서 검사를 받게 되고 아이도 병원에서 낳으며 낳고 며칠간 입원을 한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는 질병의 냄새를 풍긴다. 병에 걸린 환자 취급인 셈이다.

하지만 아이를 집에서 낳는다면? 의사 혹은 경험 많은 산파가 집으로 와서 아이를 받고 온 가족이 아이를 낳는 산모 곁에 둘러앉아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시켜 준다면? 아마도 예전에는 그랬을 것이다.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한살 반이라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걷고, 아빠.. 라고 말하며 아빠에게 걸어간다. 아마도 감독은 이것을 의도했겠지 싶다. 어째서 인간의 아이는 낳자마자 걷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아기가 낳자마자 걷고 엄마, 아빠, 맘마, 등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모든 아이 엄마들 혹은 예비 엄마들의 상상일 수도 있다.

뭐, 9개월 만에 태어난 아이가 한 일주일 있으면 기고, 또 한달 있으면 서고, 다시 한달 있으면 걸어다니고.. 다시 한달 후에는 말을 한다면... 아마도 아이 키우는 일에 혁신적인 변화가 생기겠지. ㅎㅎ

<임신 36개월>에서는 부모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여성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남성의 입장에서는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보여준다.  결혼에서 가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아마,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남녀가 봤다면 나보다 공감이 백배는 되었을 듯.

개봉되었으면 좋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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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1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데요. 부모가 되는 준비 기간이라...
사람마다 다르다면? 누구는 36개월이 걸리고, 어떤이들은 영원히 그 기간 안에 파묻힐 수도 있는 것이고...
'산고'를 가족 모두가 짊어지면 좀 더 부모답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되네용.
아.. 재미있겠다.

이리스 2006-04-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가 다 컸는데도 부모는 여전히 부모 준비가 안되어 있기도 한다지요. --;;

kleinsusun 2006-04-1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독이 저랑 동갑이네요.감독은 아이를 낳아 봤을까요?
이 영화 참 "unique"하네요. 저도 보고 싶어요.
근데..개봉할 가능성이 그리 큰거 같진 않고....
어쨌든 꼭 보고 싶어요.^^

하늘바람 2006-04-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이야기네요

이리스 2006-04-1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 ㅋ 그러게 말이여요. 개봉할지는 잘.. -.-
하늘바람님 / 앗, 그것은 h 카드 패러디?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죵 ㅎㅎ

gazzaa 2006-04-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고 싶었어.

이리스 2006-04-1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그대는 이것 대신에 ## 관리실을 찾은거 아녔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