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타임 투 리브>를 보다.

개봉 첫날인 목요일에 보고 싶었으나 사정상 하루 미루고 어제, 금요일에 씨네큐브를 찾았다.

프랑스와 오종 감독은 딱히 내 취향의 감독은 아니다. <스위밍 풀>정도가 적당했달까. 이 영화에도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즈음의 내 심경에 얼추 맞겠다 싶어서 선택한 것뿐.

어느날 갑자기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된 젊은 게이 사진가 로맹의 이야기다. 로맹의 손에 들려 있던 마미야 카메라에 눈길을 주거나 그가 타는 택시에 써 있던 글자들, 커피를 마시던 파리의 카페를 보며 나는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고 자꾸만 내안의 기억들과 부딪혔다.

꽤나 친절하고 순수하며, 착한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타임 투 리브>. 불임 부부를 위해 정자를 제공하기로 한 그는 정자만 따로 제공하는 대신 그 부부와 트리플 섹스를 나눈다. 하지만 신경을 자극하는 섹시한 베드신이라기 보다는 인간이 인간을 보듬고 치유하는 슬픈 세레모니 같았다.

영화 끝자락으로 갈수록 지독하게 말라가는 로맹을 보며 쓸쓸한 바람이 가슴 구석을 건드렸다. 죽음이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 이토록 주인공에 몰입해보기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그가 덜덜 떨던 해변가의 장면 덕분에 나는 그다지 춥지도 않았음에도 영화관 밖에 나와서도 한참 몸에 한기가 들어 떨었다.

글쎄, 죽음이라. 그 거대한 바위 덩어리 같은 것을 생각하자 모든 것들이 다 사소하거나 무의미해진다. 나의 일, 몇 안되는 취미생활, 사람들.. 그런 것들이.. 인생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내가 가장 부러웠던 장례식은 <원 나잇 스탠드>에서 나왔던 장례식이다. 친구들이 모여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장례식. 우리나라 정서상 그런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장례식을 꿈꾼다.

곧, 얼마안되는 시간 안에 내 모든 삶이 정지된다면.. 글쎄,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걸까.

백지.. 제로...無.. 그 어느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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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리스 2006-02-1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blowup 2006-02-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제 거기.

2006-02-11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11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2-1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 아, 그럼 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었던 건가요? ^^
속삭님 / -_-;;;

비연 2006-02-1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리스 2006-02-1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 오~우~ 음~ 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