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앞두고 딱히 이렇다할 복잡한 심경이 아녔던 나로서는 서른이 넘어서도 별다른 감정적 변화가 없었다. 다만 나이들게 되면서 늘어나는 몇가지 여유로움에 감사했을 따름이었다.
어제 <타임 투 리브>를 본 뒤 오뎅바에서 오뎅전골에 뜨끈한 사케잔을 기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인생의 길이 또렷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뿌옇게 번지는 기분이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수록 천국으로 가는 길을 명확하게 알게되기 보다는 지옥으로 가는 길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그 길을 안가면 지옥행은 면하게 된다는 뜻이리라.
한데 지금 나는 그냥 걷기만 한다. 어디로 가는줄도 모르고 코앞의 돌 정도만 피해갈 뿐이다. 숲을 보기는 커녕 나무도 그저 잎 하나 밖에는 못보고 사는 셈이다.
무슨.. 자격증 시험처럼 급수가 정해져 있는 인생살이 시험같은게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아, 나는 8급이구나 7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자기관리 부분을 10점 더 올리고, 인간관계 관리 부분을 15점 업그레이드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연히 주변 사람들에게 폐나 끼치고 있는 날들이라 부끄럽기 그지없는 서른둘의 겨울 끝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