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플레이를 걸어두고 글을 쓴다.
보관함에 있던 가득한 것들을 카트로 옯겼으나, 결국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았다. 밖에 눈이 왔다고 하나, 오늘 나는 단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인이라는 게 무슨 수치스런 낙인처럼 느껴지니 미칠 노릇이다. 너무나 뻔하고 역겨운 정치적인 관계들에 진절머리가 나고, 그나마 위안이 되던 글쓰기도 이제는 힘이 약해졌다.
무수히 떠도는 문장들, 그러나 어수선한 마음 안에서 그것들은 물 위로 한 번 떠올라 보지도 못하고 천천히 가라앉고 만다. 깊이 가라앉은 문장들은 좀처럼 다시 떠오르는 법이 없다. 그렇게 이별이다. 내 안에서 나왔으나 다시는 볼 수가 없다.
엄청난 양의 책도, 옷과 가방 그리고 구두며 화장품 따위도 다 잊어버리고 그냥 커다란 여행 가방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는 삶이기를 바란다.
이제껏 나는 딱 두 명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책을 소유하지 않는 자들이며 동시에 책을 써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다. 책을 사서 본 뒤 그 이후의 책의 행적에 대해서는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다. 이제는 진정 그들이 부럽다. 가지면 가질수록 불편한게 많은 세상인걸 그들은 진작에 알고 몸소 실천하고 살았으니.
흰머리가 나고 있다. 벌 써 몇개째를 뽑으며 이제는 놀라기 보다는 허탈하다. 속물이 되어 돈을 받은 대가치고는 별로 달갑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