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낮술> 이야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낮술.
그랬다. 오늘 (운 좋게)낮술을 마셨다.
심지어 시음회라는 매우 바람직한 타이틀이 붙어 있기까지 했다.
(와인 시음회를 오후 2시, 4시에 한다, 무슨 기자 시사회마냥 그렇다. 관계자 시음회는 낮에 많이 한다)
이 얼마만의 낮술이란 말이더냐!!
화이트와 레드를 번갈아 마시고는 조금은 붉은 얼굴을 하고 창문을 확 열어 젖힌채 업무 미팅도 무탈하게 마쳤다.
* 오늘 자리는 미리 알고 간 자리도 아니었고, 해당 관계자도 아니었으나 우연히 그 자리에 있다보니 얻어 마신 셈.
나의 절친한 S가 말하길,
외로움이 뼈에 사무치는 수녀 같은 금욕 생활을 너무 오래하다 보면
동네 편의점 총각(훤칠한 키, 길고 멋진 다리에 조막막한 얼굴의 소유자)를 덮치려는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느라
기절할 때까지 마실수 밖에 없다고 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우리 동네 편의점은 물이 나빠 -_-; 저런 훌륭한 총각은 아니계시고
불과 며칠전 기절했다가 살아났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다시 마실 생각은 없다만서도.
내가 흠모하는 김경주 시인의 인터뷰가 실린 씨네21을 읽으며 돌아온 이 밤, 문득
그의 사진이 2P 전체로 뒤덮인 이번주 씨네21을 앞에 놓고 와인 하나 딸까 어쩔까 하고 앉아 있다.
김경주 시인과 딱 한번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원고 청탁이라거나 인터뷰, 이런거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원고 청탁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만나자고 할 수도 있는 거고
원고 독촉 전화랍시고 몇번 더 전화할 수도 있는거고
책이 나오면 책 드린다는 이유로 식사라도 하자며 볼 수도 있는거 아니겠는가!
인터뷰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고.
그러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시를 게재하기 위해 사전의 허락을 구하는 전화였고 그래서 통화는 매우 간단했다.
그의 시를 싣게 된 책은 결국, 직접 전해드리지 못하고 우편 발송하고 말았다.(에라이...)
아무래도 씨네21을 펼쳐 놓고, 한 손에는 그의 두번째 시집 기담을 들고
홀짝, 한잔 더! 하고 싶지만
아직도 일은 남았군. 이런 미네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