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님은 먼곳에>를 본 것은 수애의 가늘고 긴 다리를 보려고 본 것도 아니요, 특별 출연했다는 엄태웅을 보려고 본 것도 아니요, 이준익 감독 작품이라고 하니 덮어두고 보자고 해서 본것도 아니었다. 한국영화를 보려고 본 것이었다. (애국심이나 민족주의 뭐 그런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한국 영화가 죽을 쑨다고 하니까 그럼 한 편 봐? 하는 단순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 중 <왕의 남자>만 마음에 든다, 고 생각해왔던 차에 이 영화를 보자 더욱 더 그런 생각이 굳어졌다.

수애의, 수애에 의한, 수애를 위한 영화였(어야 했)다. 누군가 그랬다. 답답 연기의 지존이신 수애, 16년 동안 답답연기를 해오신...  그랬다. 참말로 답답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이준익 감동이 무대에 올라 밀 이야기 했다. 설명이 부족했노라고. 수애와 남편의 관계에 대한 설명. 수애가 왜 남편을 찾아 떠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그래서 공감하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렇다, 감독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내러티브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데 아무리 조연들이 감칠맛 나는 애드립 연기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무마될리가 없다. 뿐만 아나리 저 치명적 결함에 지지 않겠다는 듯 너도나도 으쌰으쌰 내러티브의 단단함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구멍을 내는데야 할말이 없다.

전쟁의 참혹함, 그 안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고 대립하고, 개인의 슬픔과 역사적 비극과.. 어쩌구 저쩌구 등등 이런 표현을 그 어디에도 못 갖다 붙이겠다는 이야기다.

수애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했지만 여자에 대해 수박 겉핥기 조차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전형적으로 남자가 바라본 여자다. 전쟁에서의 여자가 저렇게 곱상하게만 그려질까. 극적인 갈등은 없고 그저 무난한 장애물들을 힘들어 하는 척 하며 넘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판타지 동화도 아니고 무슨 위기만 나타나면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부르면 위기를 극복하나?

끔찍하게도 가장 절절한 장면이라 여겨지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렸으니 같이 앉아 있는 관객1인 나로서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에 엄태웅이 수애에게 연이어 뺨을 맞는 장면에서 대체 어디에 어떤 감정으로 몰입해야 할지 난감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함께 본 일행과 우리는 이 영화를 이렇게 했더라면.. 으로만 대화를 하는데 두어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만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보고 난 뒤 스스로 감독이 되어 영화를 다시 만들어보게 할 의지를 갖게 만들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나는 뭐 농담 반으로.. 이런 짧은 평을 모 게시판에 남겼다.

* 아내 두고 바람 피우다 들켜 전쟁터로 도망가봤자 아내의 불꽃 싸다구 연타(다섯대)에 무릎 꿇고 울게 된다.

님은 먼곳에, 라기 보다.. 님은 (대체) 어디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빛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이 사람이다.


곱상한 외모와 조금은 의심할만한 뒷배경을 가진 터라
연기력에 고운 시선이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
예상외로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다.
이제 다음 작품 쯤에는 비중있는 역할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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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그러니까 아무리 바람 핀 님이 멀리 튀어봤자 여자 손바닥 안..?? 이란 말인거군요...
2.영화는 영화로 모든걸 표현해야 하거늘 이준익감독도 알게 모르게 왕의 남자 압박이 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아니 저분은 모피디님의 자제분...(의심이 아니라 확실한 배경이죠 ㅋㅋ)정경호씨.. 폭력써클 보셨써요?? 정경호단독주연 영환데..좀 잔인하긴 하지만 제법 잘 나왔습니다.

이리스 2008-08-01 15:28   좋아요 0 | URL
1. 그러쳐~~ ㅎㅎ
2. 그 압박이 언제 끝날까요. -_-;;
3. 맞아요. 그 분. ㅋㅋ 폭력서클.. 살짝만 보고선 제대로 못봤어요. 다시 봐야할까봐요!

다락방 2008-08-0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영화는 여기저기 악평이 쏟아지네요. 저는 꽤 괜찮게 봤는데 말입니다.

이리스 2008-08-03 14:20   좋아요 0 | URL
뭐, 재밌게 보셨을수도. 그나저나 락방님과 언제 조우를. ㅎㅎ

무스탕 2008-08-0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 볼 생각이에요. 일단 사심(?)을 버리고.. :)

이리스 2008-08-03 14:20   좋아요 0 | URL
사심을 버리고 ㅋㅋ 즐겁게 보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