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봄이의 수시 합격자 발표를 확인했다. 예비순위(7). 4명 모집인데 앞에 선 아이 7명이 포기를 해야 아이에게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이럴 땐 숫자 7이 전혀 행운을 담은 숫자가 아니다.)

 입시 결과와 상관없이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어떤 결과에는 담담하려고 했었다. 다음 주 내내 충원합격자를 살펴봐야하는 상황이 좀 갑갑할 뿐 생각보다 나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수능 시험 결과를 받았던 지난 2일 기가막힌 등급에도 웃어가며 맛있는 게장 정식을 먹으러 갔었고, 검역소에 가서 황열병 예방 접종을 했으며, 여행에 필요한 선그라스를 만들러갔었던 우리가 아니더냐. 다음 한 주도 그리 살자꾸나.

 

 인턴십을 하면서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원하던 과를 선택했으며, 소신 지원만 했던 결과가 이런 것이라면 받아들여야하지 않겠느냐. 공부가 부족했던 것은 우리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남은 일은 진인사대천명!

 기다림은 나보다 봄이에게 힘든 일일 것이다. 고등학교 입시도 마음 졸였는데 그보다 더한 일 앞에 선 아이의 마음 헤아려보면 내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음에 마음 아프다.

 

친구 관계에서 큰 산을 하나 넘고 있는 아이인데 늘 자기가 양보하고 참고 손해보며 자기를 잃고 살았던 아이 드디어 제 목소리를 내는 요즘인데 입시 결과로 다시 마음이 쪼그라들고 용기가 사라질까 걱정이다. 네 인생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전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이 여행이 너와 나에게 그동안 털어내지 못했던 우리 발목 잡는 일들을 다 털어내고 돌아오는 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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