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1 -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샘터만화세상 3
다니구치 지로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책은 다 계몽사에서만 나오는 건 줄 알고 자랐다. 새 책이 나오면 우리집부터 들르시던 계몽사 외판원 아저씨는 우리 엄마를 아주 잘 아는 분이셨다. 어려운 살림살이였지만 책값 할부금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덕분에 책읽는 즐거움을 어릴 때부터 알게 되었지만 뭔지 모를 허전함도 없진 않았다.

다른 집 아이들은 만화방과  오락실을 들락거릴 때 우리  집 삼 남매는 그런 데 가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계몽사가 우릴 키우는 동안 만화는 딴 세상 애들이나 읽는 건 줄 알았다. 반듯하다 못해 갑갑하게 자란 나는 만화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만화의 세계가 넓고 깊다는 걸 어렴풋하게 느끼게 된 건 이 책 덕분이다.

두 권짜리 이 만화책은 마치 한 편의 소설같은 작품이다. 마흔 여덟살의 남자가 어느 봄 날 열네 살 시절로 돌아간다. 그의 열네 살은 아버지의 실종이라는 아픔이 새겨진 시간이다. 이미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이란 걸 다 알고 있으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다시 마흔 여덟로 돌아오지만 그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백 투터 퓨처'란 옛날 영화가 얼른 떠올랐다. 하지만 그 영화와 이 만화의 차이는 엄청나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과거로 가서 자신의 부모를 만나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변화를 준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 현재도 그 영향으로 달라져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 다치바나는 과거의 사건을 돌이킬 수도  없었고 그러지도 않았다. 오히려 변한 건 자기 자신이다.

마흔 여덟의 마음으로 열네 살을 살아간다는 건 세상을 보는 눈이 그만큼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저 행복해 보이기만 했던 아버지가 사실은 마음 속 깊이 해결하지 못한 허전함으로 가슴앓이를 했으며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떠나고 싶어했던 걸 그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과거로 돌아온 다치바나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놓아 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일상에 시달리다 지친 마흔 여덟의 다치바나도 은근히 즐거웠던 열네 살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과거는 과거일 뿐  우리에겐 살아내야 할 현재가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기억에서 지우고 싶고 바꾸어 놓고 싶지만 오히려 아픔이 배인 그 과거가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소중한 조각이란 걸 생각하게 했다......

만화도 이토록 긴 여운을 줄 수 있다......곁에 두고 다시 읽고 싶은 만화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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