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춤, 땅고 Tango - 소통과 공감의 기술
이기현 지음 / 학민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탱고 관련 도서 검색 중에 찾은 책.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택견을 수련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태극권, 가라데, 영춘권 등의 무술과 요가,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 사교댄스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그 관심사가 무술에서 운동으로, 운동에서 바른 몸 움직임과 명상적 걷기로, 나아가 인간의 몸으로 점점 확대되었다는 저자의 이력이 매우 흥미롭다.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http://ch5.net)를 살펴보니 개인 교습도 받을 수 있는가 보다. ‘명상적 움직임에 꼭 필요한 코어를 각성하기 위한 근본이 되는 체를 기르는 체조법’이라는 코어 각성 체조, ‘양가 태극권 37식을 코어 회전 및 중심 이동하는 원리에 맞게 지도’한다고 하는 태극권 수업, ‘코어를 써서 무게 중심 이동과 중심축 회전법을 익히는’ 걷기 수업, ‘명상적 걷기의 응용으로 무술의 기본 공격 및 방어 기술을 걷기의 흐름에 맞춰 하는 이동 수련법’ 등 다루는 내용도 호기심을 돋운다.
 
스윙댄스가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나 익살맞은 장난 같다면, 탱고는 도인들의 수행이나 수련, 구도, 자기 연마에 가까운 것 같고(연습 모임의 분위기에서부터 강사를 향한 수강생들의 태도, 춤출 때 사람들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나뿐일까) 그래서인지 탱고인들 중에는 실제로 이 책의 저자처럼 동양적 수행의 일환으로 탱고에 접근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있는 것 같다.
 
무술, 요가, 웨이트 트레이닝, 춤추기 등 그 실천의 양태는 저마다 상이하지만 공통적으로는 부단한 자기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구축해 나가는 행위, 자신의 신체에 끊임없이 변형을 가하면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의 자기를 완성해 나가는 행위에 다름아니며 이는 곧 주체의 자기배려 기술에 주목했던 말기 푸코 사유의 구체적 실천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앞으로는 탱고를 단순히 인간의 난교 욕망 내지는 성적 해방 욕구의 승화적 분출구로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수행하는 마음을 가지고 구도자적인 태도로 진지하게 임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명상적 걷기의 응용으로서 땅고가 매우 이상적이며 명상적 걷기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웬만큼 몸으로 숙달시킨 단계로 올라왔을 때에만 비로소 땅고 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와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코가 왜 자기배려라는, 그 흔한 주체라는 용어 대신 자기라는 말을 쓰는지 그거는 이제 여러분들이 이해하실 거 같아요. ‘자기는 항상 변형 가능한 것이고, 또 그 변형 속에서, 사실 자유라는 것이 뭡니까,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 자기가 자기를 변형시켰을 때, 이전의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변화되는 순간의 그 반짝이는 것이 자유란 말이에요. 자유라는 것은 데카르트의 경우처럼 어떠어떠한 형이상학적인 명상을 통해서, 모든 회의를 거치고 거쳐서 아주 말끔하게 인식의 차원에서 무엇인가를 딱 얻어내면 끝나는 그런 문제가 아니란 말이에요. 한도 끝도 없는 작업이란 말이죠. 그리고 그러한 한 형태를 푸코가 고대 그리스의 주체화 방식을 통해서 발견하는 거예요. 그래서 푸코는 이제 자기와 자기와의 관계 속에서, 개인을 넘어서는 어떤 집단의 지식이라든가 권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타진했고, 그러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가다가 죽음을 맞게 된 것이죠."  -심세광 선생님의 푸코 후기 사유 강의 中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즈 와이드 셧 SE (2disc)
스탠리 큐브릭 외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2/3까지 보다가 졸려서 잤다. 그럼에도 리뷰를 적는 이유는 이 영화 보면서 자꾸만 지난 날 스윙판에서의 경험이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사교댄스가 인간의 성적 해방 욕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면 이 영화에 나오는 비밀결사는 그것을 종교적 명분을 내걸고 승화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실현을 시켜버린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큐가 아니라 영화이므로 이 또한 큰 틀에서는 예술적 승화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예술적 승화의 형태든 종교적 제의의 형태든 그 어떤 명분과 외양으로 포장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폴리아모리즘을 구현하는 집단이라면 역시 현실적으로 구성원의 바디라인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씁쓸한 물음이다ㅠ 영화에 나오는 비밀결사 모임의 나체 여인들은 무슨 다 모델들인가. 여자 몸만 보다 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리엔탱고 (Orientango) - Memories Of The Tango - 10주년 기념 베스트
오리엔탱고 (Orientango) 노래 / 드림비트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그너의 경우.우상의 황혼.안티크리스트.이 사람을 보라.디오니소스 송가.니체 대 바그너 (1888~1889) 책세상 니체전집 15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백승영 옮김 / 책세상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바그너 음악을 안 들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로 치면 바그너는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 감독 내지는 라스베이거스 쇼 연출가 같은 그런 존재였나 보다. 쇼의 대단원을 항상 위대한 구원의 레파토리로 결말 짓는. <바그너의 경우>에서 니체는 일부러 광대 같은 문체를 구사하면서 바그너의 데카당한 면에 대해 엄청나게 열폭하고 있는데 열폭이 지나쳐서 심지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그는 바그너를 극복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과도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그너를 물어뜯는 그는 너무나 '약자' 같다.

보나마나 바그너는 <니체의 경우>같은 건 쓰지도 않았을 텐데 아무리 니체가 강자네 초인이네 어쩌구 저쩌구 해도 자신의 사상의 일관성을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이런 표리부동한 글을 읽고 있으면 차라리 측은한 마음마저 생긴다. 자기 분열과 자기 모순. 이상적 자아와 현실 자아 간의 엄청난 괴리. 니체는, 현대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상과는 별개로 내게는, 사이코패스를 이상적 자아로 상정했으나 현실적으로는 너무나 '그리스도교'적이고 '약자'이며 '병자'인 인간의 균열적 존재론을 정초한 자로 와닿는다. 나랑 퍽 닮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니체가 재미있게 읽히는 지도 모르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활발발 2015-02-2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 전집을 백날 읽어도 입문서 한 권 제대로 읽은 사람보다 못하고 자의적인 오독으로 괴물만 커진다면 니체를 읽어서 무엇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