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겨울, 청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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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롱가에서 경력이 오래된 땅게로하고 추고 나면 어쩔 땐 감정이 너무나 격해져서 온몸으로 울게 돼. 사람이 꼭 눈으로만 우는 게 아니구나, 온몸으로 흠뻑 울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나는 탱고 추면서 처음 알았어. 탱고는 춤 출 때 스윙보다도 훨씬 더 음악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탱고 음악이 정말 신파적이거든. 이런 음악을 한 시간 넘게 집중해서 듣고 있으면, 그리고 거기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내 안에 가래처럼 그렁대던 오래된 슬픔들이 울컥 쏠려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 돼.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껴. 그런 날엔 춤추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개운해. 감사하고. 치료받은 거 같고.

 

그런데 또 탱고가 매력적인 게, 비록 단조 음악에 장시간 노출되어 나중에는 온몸으로 펑펑 울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슬픈 감정만 느끼는 건 아니거든. 어떤 탱고 동영상 보면 정말 신명나게 춰. 스윙 못지 않게. 사실 온갖 감정을 다 느끼게 되는 거 같아, 탱고 추면서. 탱고가 깊은 춤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도 그거 같고. 이 춤 안에서 기쁨, 분노, 사랑, 슬픔, 갈망, 우애, 적의 등 온갖 감정을 다 겪게 되거든. 음악도 참 미묘한 게, 전반적으로는 단조 음악인데 듣고 있으면 또 그 리듬이 막 흥겨운 거야. 그런 음악에는 슬픔을 머금은 채로 흥겹게 춰야 하지.

 

여러 가지로 참 오묘해 탱고는. 오묘하고 깊고 어렵고. 산 같아.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큰 산 같아. 난 아직 제대로 올라가보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이 춤이 엄청나게 크다는 건 이제 확실히 알겠어. 탱고가 모든 춤의 종착역이라는 게 요즘들어 실감이 나. 스윙은 한 2년 미친듯이 추고 나면 이 춤 정복했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탱고는 글쎄, 2년 추고 나서도 정복했단 생각은 안 들 거 같아. 출 때마다 새롭고 그래서 더 알 수가 없어지고 오리무중일 듯. 추면 출수록 견적이 안 나올 것 같아, 이 춤은. 아 정말이지 요망한 춤이야. 이 춤 자체가 팜므파탈 같아. 요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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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꼭 진흙뻘 같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탱고 춰온 친구가. 그러나 돌이켜보면 스윙판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춤의 깊이에 있어서나 강습 비용에 있어서나 탱고 쪽이 스케일이 더 크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모양새는 뭐. 진흙뻘의 스케일도 더 크려나. 하여튼 스윙 출 때도 그랬다 나는. 스윙은 좋았지만 춤판 사회는 지긋지긋했다. 학문은 사랑하지만 학술계는 경멸하는 학자처럼. 예수는 존경하지만 기독교 사회에는 냉소적인 종교인처럼.

 

이렇게 말하면 나 혼자만 퍽이나 고고하고 순수한 거 같지만 나도 안다, 나 역시 그 진흙뻘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걸. 그런데 차라리 애당초 그 어떤 기대도 품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경멸할 것도 말 것도 없지 않을까. 기대도 환상도 없이 다만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것만을, 불변하는 것만을 응시하고 추구하는 것- 그게 제일 지혜롭고 또 덜 피곤한 일 아닐까. 그리고 되도록 좋은 점을 더 크게 보려고 노력해야겠지. 진실이란 언제나 입체적이고 중층적이며 또한 모순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그 무엇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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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슨 이런 춤이 다 있을까. 실로 영혼을 뒤흔드는 춤이구나 탱고는. 밀롱가 끝나고 자정 넘어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격정이 도저히 가라앉질 않아서 눈물이 다 났다. 탱고를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 춤한테 너무 많은 걸 빚졌다. 사랑과 자비와 위로를 과분할 정도로 많이 받았다. 언제까지 출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 춤을 평생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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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도손 모여서 탱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즐겁다. 이런 얘기라면 두 눈 빛내가며 밤새도록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동경하는 아르헨틴 마에스트로, 그들의 춤 스타일, 좋아하는 악단, 좋아하는 곡, 춤 출 때의 자세, 아브라소의 느낌, 요즘 밀롱가의 동향, 연습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 등등 끊임없이 샘솟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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