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꼭 진흙뻘 같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탱고 춰온 친구가. 그러나 돌이켜보면 스윙판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춤의 깊이에 있어서나 강습 비용에 있어서나 탱고 쪽이 스케일이 더 크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모양새는 뭐. 진흙뻘의 스케일도 더 크려나. 하여튼 스윙 출 때도 그랬다 나는. 스윙은 좋았지만 춤판 사회는 지긋지긋했다. 학문은 사랑하지만 학술계는 경멸하는 학자처럼. 예수는 존경하지만 기독교 사회에는 냉소적인 종교인처럼.
이렇게 말하면 나 혼자만 퍽이나 고고하고 순수한 거 같지만 나도 안다, 나 역시 그 진흙뻘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걸. 그런데 차라리 애당초 그 어떤 기대도 품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경멸할 것도 말 것도 없지 않을까. 기대도 환상도 없이 다만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것만을, 불변하는 것만을 응시하고 추구하는 것- 그게 제일 지혜롭고 또 덜 피곤한 일 아닐까. 그리고 되도록 좋은 점을 더 크게 보려고 노력해야겠지. 진실이란 언제나 입체적이고 중층적이며 또한 모순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그 무엇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