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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론장의 구조 변동 - 미디어사상총서 1
손석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5월
평점 :
이 책에서는 한국 근현대 언론의 전개 양상을,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공론화 요구의 내부적인 배제’와 ‘외부 정치 세력에 의한 공론장의 왜곡’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맞물려 갈등하는 형국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구조 속에서 ‘체제 안의 공론장’에 맞선 ‘민중 차원의 저항 공론장’이 억압과 분출의 변증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 확대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이상이 5장까지의 내용이며, 내가 주의깊게 읽었던 부분은 하버마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6장이다.
6장에서 저자는 하버마스의 ‘공론장 구조 변동 이론’을 소개한다. 하버마스는 국가와 사회, 혹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체계’와 ‘생활세계’라는 개념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특질을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생활세계’가 점차 합리화됨에 따라 ‘체계’ 역시 자체 내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분화하며 확장해 나간다. 그러나 ‘생활세계’가 합의 도출적 의사소통의 절차를 지향함에 비해, ‘체계’는 신속하고 일방적인 상명하달의 성격을 가지며, 이런 차이 때문에 체계가 점차 생활체계를 침투, 잠식해 들어간다. "목적 합리적 ‘체계의 논리’가 의사소통 절차를 거쳐 합의를 도출해내는 생활세계의 내적 구조를 침탈, 대체함으로써 생활세계의 고유한 특성과 상호이해의 통합적 구조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사회는 빈부격차 심화, 신중상주의정책으로 인한 국가 간섭, 매체의 상업화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공론장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공론장의 재봉건화).
이 책은 하버마스의 이론을 도입해 한국의 언론 지형을 분석하고 있지만, 하버마스에 대해 생소한 나로서는 하버마스 입문서나 다름 없었다. 논문을 윤색하여 출판한 글에 쉼없이 순우리말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지며리, 밑절이, 시나브로, 허투루, 비금비금 등 문맥에서 떼어놓고 보면 여간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저자가 소신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순우리말을 채택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