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락에 처음으로 가봤다. 적당히 어수선하고 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는 이도 없으니 벽에 붙어있다 오겠거니, 열심히 걷기 연습이나 하자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랑 홀딩을 하게 되었다. “이건 발스라고 해요. 음악을 들어보세요. 3/4박자죠. 네. 이게 왈츠예요.”, “오초를 이렇게 변형시킬 수도 있어요. 재미있죠?”, “어디까지 배우셨죠? 아, 그럼 충분해요. 이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한 곡 출 수 있어요.”, “아, 이 음악이 괜찮네요. 여기 맞춰볼까요?”, “음악을 많이 들어보세요. 도움이 될 거예요.”
스스로가 퍽이나 남루하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우스꽝스럽고도 참혹하게 밑도 끝도 없이 추락했다고 여겨질 때, 춤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주는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얼마나 황송한 구원으로 다가오는지. 집에 돌아와 누웠는데도 아까 쁘락에서 홀딩하면서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얘기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추운 날 따스한 국물 같은 그런 말들이 나는 몹시 그리웠던 것 같다. 함께 무언가를 완성해가며 다정하게 마음과 감정과 기분과 느낌을 나누는 그런 말들.
춤으로 대동단결하여 지상에 천국을 건설한 것처럼 보이는 이곳도 기실은 인간의 소굴인지라- 경쟁과 시기 질투가 있고 정치가 있고 권력이 있고 자본의 획책이 있고 거짓말과 배신과 사기극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곳 춤판이야말로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냉혹한 정글의 세계라는 것을 나도 이제는 잘 알지만, 그럼에도 실로 오랜만에 방금 막 태어난 아기처럼 세상의 환대 속에서 이렇게 또 다시 새로운 춤을 한 걸음 씩 배워나가는 상황에 놓이고 보니 선의로 가득한 사람들의 따스한 말 한 마디가 다시금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고 애틋하게 생각된다. 딱 10년 전 부기우기바에서 스윙댄스를 처음 배웠을 때처럼 그렇게,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고 강렬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