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rvana - Nevermind [2CD][Deluxe Album] - Nevermind 20주년기념앨범
너바나 (Nirvana)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우리 문단에서 아주 우수한 업적을 남긴 작가들 몇 명을 보면, 저 사람은 절대로 시인은 못 되겠구나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아주 체질적으로 그래요. 그건 약점이 아니에요. 그러나 시인은 안 돼요. 농담 섞어서 얘기하자면 하여튼 시인은 조미료 근처에도 가면 안 돼. 조미료 치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런데 소설가는 그 유혹에 잘 넘어가요, 사실은. 한국 소설이 제일 느끼하게 느껴질 때가 바로 그런 미원 같은 맛이 날 때예요.

 

프랑스 소설에서 내가 참 좋아하는 부분은 누보로망 덕분에 조미료 제거 작업이 비교적 잘 되어 있다는 점이죠. 누보로망의 공로는 그들의 실제 작품 이상으로 문학사적 청소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문학평론이나 산문을 쓰니까 형용사도 쓰고 그러지만,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형용사가 적은 소설, 어떤 사물이 여기 있다고 서술하는 투명한 작품들이에요. 카뮈의 <이방인>이 좋은 예죠. 시도 좀 그렇지만. 그래서 소설가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사람은 그런 거 잘 안 쓰잖아요. 먼 길 가는 사람이 그런 장식 할 틈이 어디 있어요."

 

세계문학 100호 기념 대담집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에서 김화영 번역가가 이런 얘길 한다. 너바나도 그렇게 들린다. 조미료 빠진 이방인처럼. 시처럼. 하지만 패시미즘에서 발로한 분노는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고, 커트 코베인은 그 사실을 너무나 정직하게 자살로서 증명해버렸다. 그는 심해에서 좌초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좌초라는 사건에 대해 죽음으로써 충실했던 것이다. 자기답기 위해 자기를 버려버리는 이런 식의 극단성을 락덕후들 표현대로 순교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순교라는 사후적인 평가에는 뭔가 낭만적인 뉘앙스가 풍기는데 그것 자체가 커트 코베인의 자살을 왜곡하는 표현 같기도 하다. 그는 낭만적이었던 게 아니라 지나치게 '리얼리즘'적이어서 자살한 거니까 말이다. 무심하리만치 차갑고 건조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리얼리즘이 문득 오싹하게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를 살게 하는 건, 기만적으로나마 심해를 건너게 하는 건, 역설적이게도 그 느끼한 조미료의 힘, 낭만적 허위의 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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率路 2013-03-2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배인 형님은 자살이 아니라구요~!!!!(라는 음모론의 신봉자입니다 ㅎㅎ-_-v)

수양 2013-03-21 19:15   좋아요 0 | URL
하하 살아 계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