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만원권 지폐를 주웠다. 내 평생 언제 또 이런 큰 돈을 길바닥에서 줍게 될 날이 오련가 싶어 눈시울을 글썽이며 떨리는 손으로 돈을 줍고 있을 때 등 뒤에서 탄성인지 탄식인지 모를 짧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행운이 따랐다면 간발의 차이로 나 대신 만원을 주웠을 어느 중년 여인이 뱉어낸 소리였다. 괄약근 단속을 소홀히 하여 얼떨결에 방출되어버린, 흡사 방귀 같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갑자기 쾌감이 배가되어 한 삼만원 쯤 주운 기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