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을 장만했다. 며칠 고민하다 드디어. 이제 막 개봉한 새색시 같은 내 헤드폰은 예쁘고 잘 들리고 착용이 편하고 가볍기까지 하다. 스피커 부분이 귀를 전체적으로 감싸주는 구조라서 착용했을 때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소리도 감격적이다. 그동안 이어폰으로만 음악을 들어왔으니 소리는 무조건 탁월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어찌되었든 그저 좋다. 개시 음악으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들어봤는데, 진정 신세계다. 이 헤드폰과 함께라면 어디서든 원하는 순간에 속세와 미련없이 절연하고 음악이라는 깊고 고귀한 추상의 숲으로 표표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영혼에 닻을 올리고 신세계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들어볼수록 헤드폰이라는 물건은 물건이라기보다 영물인 듯. 헤드폰을 장만해보니 음향기기에 있어서만큼은 물신주의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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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0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님 기분 좋으신 거 여기까지 진하게 느껴져요. ~~ 물신주의를 자처해야될 충분한 이유가 있는 품목들이 있지요.^^

수양 2012-10-06 22:39   좋아요 0 | URL
헤드폰이 너무 좋아서 심지어 음악을 안 들을 땐 귀마개로 쓰고 있어요. 왜 사람들이 그렇게 음향장비에 올인하는지 뭔가 좀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