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위선호.윤단우 지음 / 모요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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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현재 30대 중반에 해당하는 70년대생 여성들을 결혼파업 1세대로 보고 있다. 1세대인 70년대생들이 파업의 물꼬를 터놓고, 이후 80년대생들이 어느 정도 환경의 기반을 닦아두면, 90년대생 여성들이 30대 중반이 되었을 즈음에는 독신 문화가 제법 정착되어 있으리라는 게 이 책의 전망이다. 실제로 70년대부터 독신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던 일본에서는 오늘날 도쿄의 도심지역 30대 여성 미혼율이 50%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저자는 "한번 치솟은 미혼율은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정책결정자들이 미혼율을 낮출 궁리를 하느니 차라리 미혼율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 아래 정책을 수립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정책의 모범적인 예로 이 책에서는 프랑스의 '팍스'라는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팍스는 결혼에 준하는 법률적 보호 장치로, 성인이고 어느 쪽도 결혼 상태가 아니며 자유의사이기만 하면 동성 간에도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저자는 팍스가 "약간 느슨한 결혼제도"라기보다는 아예 "프랑스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족제도" 같다고 말한다. 한편, 일본에도 독신자들이 연령에 관계없이 공동생활을 하는 주택으로 '콜렉티브 하우스'라는 게 있다고. 

모성본능도 번식욕구도 절대적으로 희박한 데다 전형적인 건어물녀인 나로서는 조만간 파업의 선봉에 서게 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인데, 거동이 불편한 노년이 되었을 때까지도 혼자 살아야 한다면 아무래도 영 자신이 없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독신자들과 함께 생활 공동체를 조직해서 살아가는 건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제도가 문화를 좇아가는 데 십 년 이상이 걸리는 게 현실이므로 내가 파업에 동참하게 되면 아마도 제도의 혜택은 거의 못 받을 것이고, 그나마 문화적 인프라라도 조금이나마 구축되어 있다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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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23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진상 건어물녀로서^^; 인프라 구축을 쪼콤 바랍니다~

수양 2010-08-2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건어물연대라도 어서 빨리 생겨야 할텐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