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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ㅣ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평점 :
바스티안이 우리의 일상적 시간에서 놀라운 환상의 세계로 간 것은 <색다른 시간>이었습니다. 나약함과 의심, 자신에 대한 불신의 시간에서 모험과 성숙의 시간으로 여행을 간 것입니다. 그렇지만 바스티안이 환상의 세계로 간 시간과 그 공간은 그가 늘 고통과 무기력, <핍박>을 받았던 일상의 한가운데 였고 학교였습니다.
<달아이>라고 부르는 순간 바스티안이 환상의 세계로 간 것은 타인의 꿈과 희망, 그리고 환상에 참여할때 바로 자신의 모험과 환상이 시작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순간...타인의 꿈에 참여하는 순간...우리가 늘 지내온 수평적 시간에서 <가스통 바슐라르>가 말한 것 처럼 <수직적 시간>이 개입된 것입니다. 이 깊이가 있는<수직적 시간>은 <창조적 생성이 용솟음 치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짓지 않았던 이야기와 시와 그림,,선율이 탄생하는 시간입니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라는 말처럼 즐겁고 두려운 말이 또 어디있을까요...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의 모습, 능력, 자신이 원하는 세계는 묘하게 <꿈>과 <욕망>사이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바스티안의 소원처럼요...
한가지 그것은.. 자신의 기억 즉 자신이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단초를 지니고 있는 <기억>이란 것을 담보로 하고 있습니다. 꿈은 소원이 그다지 많을 필요가 없지만.. 꿈이 욕망이 되는 순간..소원은 계속 소원해야하는 강박에 시달리고 .<아트레유>와 <푸후르>가 증오와 미움의 대상이 되듯 필연적으로 미워지는 대상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해서...꿈의 세계는 사람과 사물, 자유로움이 있지만..욕망의 세계는 적과 미움의 대상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꿈은 숲을 창조하고 고독하고 자신의 소원이 어떤 법칙에 연유한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것이 욕망이 되는 순간..자신을 중심으로 자신을 높이고 사람들이 모이고 경쟁과 대적할 대상이 생기는 것을 바스티안은 모험에서 계속 체험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바스티안이 다시 돌아올수 있었던 것은 바로 친구인 <아트레유>와 <푸후르>의 우정인 것을 감안한다면..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면..인간의 세계나 환상의 세계이거나 실은 우정과 사랑이 가장 필요한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트레유의 모험이나 바스티안이 환상세계를 구했던 것은 이렇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었니까...
바스티안이 겪은 모험은 실은 인간이 겪는 생노병사와 젊음과 사랑 그리고 쇄락과 늙음을 우화처럼 들려준 것으로 보았습니다. 꿈많은 청년이 권력과 힘을 추구하면서 성장하고 결국 늙어 <아우린>의 힘을 모두 잃어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기억) 껍데기가 되는 일생의 우화말입니다. 여기서 <아우린>은 알라딘 램프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도구보다는 삶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 열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아우린>을목에 걸고 저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바스티안처럼 지금도 모험의 여행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바스티안이 본래 자신의 모습 즉 똥똥하고 소심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과정은 자신의 가장 연약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받아들이는 어른스러움의 표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내면 깊숙이 아직 발달되지 않고 억눌린..그래서 균형이 안잡힌 부분을 복원하고 지금껏 왜면했던 미숙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 어른스러움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하는데..책 말미에 바스티안도 이런 과정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온갖 화려한 환상을 꿈꾸는데 그치지 않고 한사람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꿈을 어떻게 추구해야하며 그 과정에서 우정과 사랑이 필요한다는 것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바스티안의 성숙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어른들도 생각해 볼만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환상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합니다. 작은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신용으로 빌려줌으로 가난을 구제해 주는 자, 전쟁을 목숨을 걸고 막으려는 자, 헐벗은 곳에 숲을 만드는 자. 작은것을 나누면서 여럿이 풍성하게 해주는 마술같은 사람들...
환상이라고 해서 볼수 없는 광경과 신기한 동물들의 텃없는 이야기만은 아닐것 입니다. 환상은 우리 삶에서 바스티안이 체험한 성숙, 모험, 우정과 사랑등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정말 모험적이고 환상적일수 있다는 것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끝없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