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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어온 한국소설은 이러했다. 단편은 마지막 자신의 말을 위해 언어의 숲에서 저격을 하거나, 필살기를 위해 독자를 안심시켰다. 단편의 특징이 물론 그렇지만...공포영화에서 귀신이 언제 화면에 잡힐지 조마조마하며 보는 것 같은 느낌도...들기도 했다. 대부분, 장,단편이 작가의 주제의식과 스토리는 명확하다고 봐야한다. 해서..이러한 익숙한 독서에서 다른 스타일에 접할때는 <애매하다.> <지루하다>하다라는 평이 있었고..번역이 엉망이다..<물론 실재 그런경우가 허다하지만..>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여간..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라고 짧게 말하수 있는 소설이 선호도가 높은거 같다.
오에의 소설은 아마....그렇게 짧게 말할수 있는 소설은 아닌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지만...주제의 의식은 물론 분명있지만 포괄적인 소설적인 작품속에서 계속해서 품어져 나오는 작은 목소리가 여운이 길었다.
이 소설의 기이형은 오에의 다른 분신이다. 소설밖.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도 모두들...자신에게 말하고 자신을 미워하고 사랑할뿐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하여간 기이형은 작가 k의 성숙을 인도해 주었던 그 무엇, 그가 계속해서 영향을 받고 돌아가고 싶어했던 숲속에 대한 열망, 작가가 안된 자신의 가능성, 작가의 내면의 대화상대.그리고 그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미래까지 복합적인 인물이다.
각 단락이 무엇을 주제로 하는 것이냐라고 묻는 <주제뽑아내기>보다는 오에의 소설을 읽는 효과적인 법은 오에의 이야기속에 들어가 오에의 이야기를 충분히 재생시킨다음..<이것이 중요하다.>..자신도 같이 작가와 공명해서..자신의 이야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물론 오에의 특성이 몇가지 있다. 숲, 절친한 이의 자살에 대한 조망, 죽음, 재생, 벌어져있는 일에 대한 다른시각으로 보기.....
일례로..어릴적 부터 시작되는 이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을 읽는 매력은..각 독자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고 그것을 다시 현재의 메타포로 이해하고 기억하고 정리하는 필연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것이 개인 독자의 사견이기보다는 오에의 소설을 스무권가까이 구해서 반정도 읽으며 얻은 한가지 결론이다. 오에는 <나>로 시작하는 일인칭 소설이 많다. 실존주의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평생을 두고 자신의 종교경전 처럼 읽는 신곡, 그리고 숲과 날로 변하는 현실과 생의 여러굴곡과 어려움, 나이별로 얻고 잃어가는 그 무엇들, 생을 다 감당하고 다시 재생시킬 힘에 대한 사투등이 자전적인 형태로 이어져 나가고 있다.
간 단락을 부분부분 이야기하면...한도 없이 길어지고 다 정리할 엄두도 안 나지만...이렇게 각장에서 혹은 각 문장에서 말하고 있는 어떤 문장, 단어가 자신만 알고 있는 각자의 삶에서 살아나 작가와 자신이 공명해서 다시 삶을 살펴보는 것이다... 참..이런 리뷰는 어이없지만..소설속 기이형과 작가k가 나눈 단테에 대한 오랜 논의가..오히려 오에 소설의 리뷰에 적합한지 않나..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