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 내가 겪은 6.25 전쟁
김원일 외 글, 박도 사진편집 / 눈빛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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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의 자식을 낳았던 나의 할머니는 전쟁이 끝난뒤  한반도가 반으로 잘린 것 처럼 6명의 자식을 데리고 여생을 살아가셨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왜 나머지는 다 죽었어?"  물었지만...

말이없던 할머니는 괜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내가 미군부대에서 양놈들 빨래를 했다. 노린내가 심했다. 피난가다 쉬려고 들어간 집에 시체가 있었다. 배고팠다... 나중에 고모와 아버지에게 더 들은 이야기는..영어교사를 하던 할아버지는 좌익으로 몰려 총살을 당했고 12명의 자식을 홀로 키우려는 할머니는 온갖 고생을 다하셨다라는...

최근 아버지는 나라에서 진실과 화해라는 이름으로 하는 활동에 조사를 해달라고 진정서를 냈다. 그리고 아직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짓거나 자식들 눈치보며 사는 고모들은 "큰일난다." "괜한 짓을 하고 있다"며 말리셨다.

그와중 서점에서 사진집을 보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역시 가장 눈에 들어온 장면은 아낙네들이 드럼통에 빨래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차츰 차츰 사진속에 보이는 거리, 죽은사람이 내 할아버지, 내할아버지를 죽였던 사람이 아닐까, 할머니가 걸었던 피난길이 아닐까, 저 어린아이는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집단의 기억이라는 것이 단순히 그 세대가 죽거나 잊으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는 이 한반도에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무살이 되도록 같이 살았던 할머니와 지금껏 같이 산 아버지, 그리고 안보이는 할아버지의 그림자에는 분명 역사의 질곡이 흐르고 있고 그것은 아무리 부인을 해도 부인할수 없는 한국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이땅에는 누구도 이 현실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자료들이 미국에서 가져왔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또한 서운한 일이다.  이런 사진은 기억보다 더 선명한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기 때문에 계속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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