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안녕하다 서정시학 시인선 8
표성배 지음 / 서정시학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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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창문 너머 세계,/ 세계에 대해 나는 아는 것이 없다>

시인은 공장에서 십대부터 일하기 시작한 사람이다. 그는 그 첫발부터 지금까지 공장<안>에서 꿈꾸고 생각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고 있다. 그에게 공장은 어떤 곳일까...

<햇살이 등을 간질이고..>, <마음에 또, 파문이 인다>는 시간은 다름아닌 <열두시와 한시사이/작업이 멈춘 점심시간>이다. 이 시간은 <쇠를 다르는 손들이 놓어버린 고요>가 시인을 가만두지 않는 시간이다. 그렇지만..일하는 시간속에서도 그에게는 계속 일종의 도전이, 틈새에서 어떤 소리가, 외침이 들려온다. 그럴때면 <나사를 조이며 내 눈은 다른데 가 있다/ 내눈이 없는 사이 망치는 자주 손가락을 때렸고/나사는 자주 망가졌다....손가락이 깨지는 아픔이 되풀이 되고 있다> 시인에게도 공장은 꿈이 아직 곳곳에서 그를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시간은 어쩌면 <내 하늘은 습관처럼 보이는 하늘/ 내 꿈은 습관처럼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벗어나지 못하는 지옥같은 곳은 분명 아니다.

왜냐하면..그곳은 밥벌이를 할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밥그릇을 치워버릴 것 같아 섬뜩>하고 <불안은 늘 마음속에 있지만 더러 증명이라도 하듯 툭툭 마음을 박차고 나오는 때가 있어, 더 불안>한 것이다. 이 불안속을 살펴보면.. <손때 묻은 기계에서/ 내 아이들 글 읽는 소리가 나고>, <아내가 공장에서 돌아온 모양이다/ 방안에도 반짝 별이 떴다>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때문이다.

이쯤되면...독자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든 아니면 조용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건...시인의 시들이 남의 시같지 않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특히 시인의 시들의 몇구절만 가지고도 가슴을 가르는 아픔혹은 공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됨을 알 것이다.

<첫발을 이곳에 놓은 후/ 두번째 발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나는 모른다>그는 모르고 세상이 어떤곳이지 잘 모른다. 공장은 그래서 떠나고싶은 곳이면서 떠나면 불안하고 더 붙잡고 싶은 곳이다. ....이 이유를 나름대로 짐작컨대 우리는 모두 자신의 <공장>밖의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냉혹한지 잘 알기때문이 아닐까. 한끼 밥조차 구할수 없는 <공장밖의 세상>을 말이다.

대부분 노동에 관한 문학은  어떤 이념의 냄새가 풍길거라 선입관이 있지만 위의 짤막한 리뷰로는 어림도 없이 삶과 노동에 관해 풍부한 색채가 넘쳐나고 있다. 되례 서정성이 풍부하다 할까..

공장은 안녕하고...<공장밖의 이야기>를 다들 하나씩 갖고 만들기를 소망하면서..책을 덮었다.

좋은 시집이니..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나름의 리뷰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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