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이 출간되었습니다. 사실 출간된지는 보름 정도 됐는데, 서점에 배포된 것은

 

조금 늦었네요. 지난 2011년 11월에 했던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6편의 글과

 

새로 4분의 필자를 추가해서 책을 엮었습니다. 귀한 글을 써주신 필자분들과 책을 엮느라 애쓰신

 

김정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책에 대해서 벌써 언론에서 많이 다루었네요. 아래는 관련 기사 링크입니다.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6092104515&code=960201

 

 

한겨레신문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30609213007848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30609210009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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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5일 화요일부터 철학아카데미에서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법의 힘]과 [마르크스의 유령들], [환대에 대하여]를 중심으로 데리다 정치철학을

 

강의했는데, 이번에는 데리다 초기 대표작 중 한 권인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강의와 관련된 좀더 자세한 안내는 철학 아카데미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http://www.acaphilo.or.kr/xe/lecture_2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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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강의 주제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읽기

 

II. 강의 취지

 

이 강의에서는 자크 데리다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를 읽는다.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는 1967년 출판된 이래 데리다 사상을 대표하는 저작이자 현대 프랑스철학의 걸작 중 한 권으로 널리 인정받아왔다. 또한 이 책은 소쉬르 연구와 루소 연구, 레비스트로스 연구의 필수적인 참고문헌이 되었고, 철학만이 아니라 문학이론과 법이론, 기술매체이론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이 저작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거나 응용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강의에서는 12회의 강의를 통해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및 그와 관련된 문헌들을 꼼꼼히 읽기로 하겠다.

 

 

III. 강의 일정

 

1강. 강의 소개: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는 어떤 책인가?

2강. 1부 1장. 책의 종말과 에크리튀르의 시대

3강. 1부 2장. 언어학과 문자학

4강. 1부 3강. 실증과학으로서의 문자학에 대하여

5강. 2부 1장. 문자의 폭력: 레비스트로스에서 루소로

6강. 2부 2장. ‘이 위험한 대체보충 ...’

7강. 2부 3장 1절. 󰡔언어기원에 대한 시론󰡕의 위치

8강. 2부 3장 2절. 모방

9강. 2부 3장 3절. 분절

10강. 2부 4장. 대체보충에서 근원으로: 문자 언어의 이론

11강. 「프로이트와 에크리튀르의 무대」, 󰡔글쓰기와 차이󰡕 읽기

12강. 「프로이트와 에크리튀르의 무대」, 󰡔글쓰기와 차이󰡕 읽기

 

 

IV. 참고문헌

 

1. 강의 교재

 

Jacques Derrida. De la grammatologie, Minuit, 1967.

      . Of Grammatology,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78.

      . 김웅권 옮김,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동문선, 2004.

      . “Freud et la scène de l'écriture”, in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Seuil, 1967.

     . 「프로이트와 글쓰기의 무대」, 󰡔글쓰기와 차이󰡕, 동문선, 2002.

 

2. 참고문헌

 

장-자크 루소. 󰡔언어 기원에 대한 시론󰡕, 주경복ㆍ고봉만 옮김, 책세상, 2002.

Ferdiand de Saussure. Cours de linguistique génerale, ed., Tullo de Mauro, Payot, 1967.

페르디낭 드 소쉬르. 󰡔일반언어학 강의󰡕, 김현권 옮김, 지만지, 2012.

장 스타로뱅스키. 󰡔장-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이충훈 옮김, 아카넷, 2012.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박옥줄 옮김, 한길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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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총서 11권이 새로 나왔습니다. 가야트리 스피박의 저 유명한 논문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를 비롯해서

 

그의 논문에 대한 여러 비평가, 동료들의 논평을 담은 책입니다. 스피박의 논문은 현대 인문학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널리 논의되는 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글이 상당히 난해하고 까다로워서

 

국내에서는 이름만 널리 알려진 채 별로 논의되거나 응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에는 1988년 처음 발표된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초판본과

 

1999년 [포스트식민이성비판]에 수록되면서 수정된 판본이 모두 실려 있고,

 

논평가들의 글에 대한 스피박의 답변도 실려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및 스피박 이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문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을 계기로 스피박의 이 글이 좀더 활발하게 읽히고 토론되고 응용되고 더 나아가

 

변용되고 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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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마스님 2013-06-0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발마스님 미남~~~~

쾅! 2013-06-07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욕심을 내자면 <헤게모니 없는 支配>까지 飜譯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냥 英語로 읽을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시민성의 개념과 그 경계들>

- 2013학년도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봄 학술대회


2013년 6월 8일에 개최할 예정인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의 학술대회 주제는 ‘시민성의 개념과 그 경계들’입니다.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시민성’에 대한 주제를 계속해서 탐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근대 세계는 시민성의 모색과 재구성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 질문과 그 정의를 만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제도화된 시민권의 확립과 법적 장치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제도와 질서 이면에 면면히 흐르는 시민성의 역동들일 것입니다.

본 학술대회에서는 근대적 시민성의 발현과 변형되는 지점을 살펴봄으로써 ‘시민성’의 개념에 대한 미래적 전망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민성과 시민권이 국가적, 법적 제약과 규정 속에서 재구성되는 양상과 새롭게 모색되어야 하는 ‘시민성’의 개념을 대안적으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 일시 : 2013년 6월 8일(토) 오후 1시

◎ 장소 :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610호



◎ 세부 일정

13:00 - 13:30 개회사
최기영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장)



사회자 : 박숙자

13:30 - 14:20 시민성 - 국가, 민족, 가족을 넘어서
발표자 : 김동춘 (성공회대), 토론자 : 정진아 (건국대)

14:20 - 15:10 무정부주의적 시민성? 한나 아렌트, 자크 랑시에르, 에티엔 발리바르
발표자 : 진태원 (고려대), 토론자 : 김정한 (고려대)


15:10 - 15:30 휴식


15:30 - 16:20 민주주의와 성차 : 차이와 평들을 다시 상상하기
발표자 : 이명호 (경희대), 토론자 : 박미선 (한신대)

16:20 - 17:10홍수와 잠수 혹은 강변엔 누가 사는가; 정동의 과잉됨과 시민성의 공간
발표자 : 권명아 (동아대) 토론자 : 김경수 (서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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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하나 공지하겠습니다. 6월 8일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가 주최하는 "시민성의 개념과 그 경계들"이라는

 

제목의 학술대회입니다. 저도 발표를 하나 맡게 됐는데, 제 발표는 "무정부주의적 시민성? 아렌트, 랑시에르, 발리바르"

 

입니다. 제 발표문의 논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정부주의적 시민성? 아렌트, 랑시에르, 발리바르

 

이 글에서 우리는 무정부주의적 시민성이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다뤄보려고 한다. ‘무정부주의적 시민성’이라는 발표문의 제목은 명백한 용어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무정부주의가 국가에 대한 부정을 뜻한다면, 시민성은 국가와의 관계를 떠나서는 사고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주제는 처음부터 그다지 의미 있는 논점을 제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굳이 이처럼 도발적인 제목을 선택해서 발표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는 현대 유럽정치철학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바깥의 정치의 합리적 핵심을 바로 무정부주의적 시민성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둘째, 우리의 생각에 이는 한나 아렌트의 현대적 유산이라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유산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쟁점 중 하나는 자크 랑시에르와 에티엔 발리바르가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평가하는 매우 상반된 방식의 함의는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랑시에르는 아렌트 정치철학에서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엘리트주의의 전형적인 특징을 발견해낸다면, 발리바르는 민주주의에 대한 급진적인 재해석의 가능성을 읽어낸다. 더욱이 이는 랑시에르의 민주주의론과 매우 가까운 어떤 것이다.

 

셋째, 아렌트를 둘러싼 이러한 논쟁은 민주주의에 본래적인 무정부성 및 그것에 기반을 둔 시민성의 가능성이라는 쟁점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나 무정부성을 포함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정부성에 기반을 둔 시민성이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또한 그것이 현재 민주주의 정치체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무언가 의미 있는 전언을 제시해줄 수 있는가? 이것이 우리가 이 발표에서 제기해보려는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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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2013-06-0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차피 하버마스나 국내의 최장집 교수 및 백낙청 교수 같은 이들에게 기대한 적도 없었다.

굳이 내 생각을 드러내자면 이렇다.

국가 없는 사회는 가능하다.

국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 자체가 이 사회가 사람들에게 세뇌해 온 생각이다.

국가에 대한 이전과는 다른 시각, 국가 없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이 왜 불가능한가?

統一 국가가 아니라 아예 人口 數에 맞춰서 2800 個의 작은 크기의 국가들로 쪼개어 버린다는 想像,

국회의원을 제비로 뽑는다는 상상,

국가가 없는 사회에 대한 다양한 상상이 왜 불가능하며 그것이 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국가없는 사회도, 아니면 국가형태, 그것도 아니면 민주주의조차도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국가없는 민주주의 사회라는 게 그렇게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인가?


쾅! 2013-06-0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無國家가 바로 無政府라는 생각도 일종의 세뇌 아닌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없는가?

시민사회와 시민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난 민주주의는 정말로 불가능한가?

아마 이렇게 생각하면 저 토론에 끼워주지도 않겠지.

전두환을 비판하면서 시공사 책을 읽고 시공사 책을 추천하는 민주주의자들의 세상에서는 말이다.
 
육화, 살의 철학 뉴아카이브 총서 8
미셸 앙리 지음, 박영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자음과 모음] 여름호에 실릴 서평을 한 편 올립니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미셸 앙리라는 현상학자의 저서에 관한 서평입니다.

 

이 글 역시 아직 교정이 끝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인용이나 토론은

 

[자음과 모음] 여름호에 실린 글을 대상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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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셸 앙리(1922~2002)는 프랑스 현상학의 최후의 대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다. 독일의 에드문트 후설에서 시작되고 마르틴 하이데거와 막스 셸러 등을 통해 활력을 얻은 ‘현상학 운동’은, 하버마스가 지적한 것처럼(󰡔탈형이상학적 사유󰡕), 그 이후 오히려 프랑스에서 독창적인 계승자를 얻게 된다. 장 폴 사르트르와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실존주의적 현상학,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현상학이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적인 현상학 운동의 모습들이라면, 미셸 앙리는 프랑스 현상학이 여전히 창조적 쇄신의 능력을 잃지 않았음을 입증해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앙리의 저작은 프랑스에서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었으며, 독일이나 미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앙리의 저작 거의 대부분이 영어로 번역되어 있고, 앙리에 관한 연구서나 논문집도 여러 권 나와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따라서 다소 늦기는 했지만, 󰡔물질 현상학󰡕과 󰡔육화, 살의 철학󰡕의 번역을 계기로 국내에도 이 독창적인 현상학자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평의 대상이 된 이 책은 앙리의 저작 중 말년에 속하는 책이다. 󰡔현시의 본질󰡕(1963)이라는 방대한 저작을 통해 독자적인 사상의 기틀을 마련한 앙리는 󰡔신체의 철학과 현상학󰡕(1965), 󰡔물질 현상학󰡕(1990) 같은 현상학적인 저작 이외에도, 󰡔마르크스󰡕(1976)나 󰡔정신분석의 계보학󰡕(1985), 󰡔내가 진리다: 기독 철학을 위하여󰡕(1996) 같은 저서를 통해 고유한 의미의 현상학적인 철학의 영역을 넘어, 사회철학, 정신분석 및 기독교 신학의 영역까지 자신의 사유를 확장해갔다. 따라서 󰡔육화, 살의 철학󰡕은 국내의 독자들이 앙리의 원숙한 사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2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상학의 전복”이라는 제목이 붙은 1부에서는 살의 현상학의 관점에서 후설과 하이데거 현상학의 한계를 밝히고 있다. 2부인 “살의 현상학”에서는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근대 과학을 개시한 갈릴레이적 환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신체(corps)와 구별되는 살(chair)의 개념에서 찾고 있다. 마지막 3부인 “육화의 현상학-기독교적 의미의 구원”에서는 살의 현상학을 바탕으로 기독교적 구원 개념에 대하여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육화’라는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기독교 신비의 핵심을 이루는 육화의 문제를 현상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살이라는 앙리의 현상학적 개념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또한 근본적으로 현상학적인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대담한 철학적 도전은 두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현상학을 통해 현상학을 넘어서기. 둘째, 육화라는 기독교 신비의 핵심을 신앙의 대상이 아닌 심오한 철학적 통찰로 이해하기.

 

자신의 도전을 정당화하고 완수하기 위해 앙리는 우선 신체와 살의 구별에서 논의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신체가 “길가의 돌멩이” 같은 우주의 타성적 물체 등을 가리킨다면, 살은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을 스스로 겪는 우리의 신체”(13쪽)를 뜻한다. 우리의 살은 “스스로 자기를 느끼고, 고통을 견디고, 자기를 감내하고, 자기를 짊어지며, 항상 다시 태어나는 인상들을 따라서 자기를 향유하는 것”(13~14쪽)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별은 매우 현상학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현상학을 전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상학적인 이유는, 이러한 구별이 신체에 대한 살의 우위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앙리의 구별은 후설 이래로 다른 현상학자들이 전제하듯이 초월론적인 것으로서의 주관에 근거하여 객관적 질서, 과학적 질서의 가능성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앙리에게 이러한 주관의 핵심은 의식이나 현존재, 심지어 무의식이나 신체도 아니고 “살”이다. 이러한 살의 개념은 “철학자들에 의해 전혀 성찰되지도 않은 마르크스의 한 진술에 의하면 사유는 삶의 양태”(175쪽)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앙리가 시도하는 현상학적 전복 또는 전회에 의하면 “더 이상 우리에게 살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사유가 아니며 반대로 사유가 자기에 접근하는 것을, 자기 자신을 스스로 느끼고 견디는 것을, 그리고 결국 사유가 매번 자기인 바의 것이 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삶, 즉 cogitatio의 자기-계시이다.”(174쪽)

 

이러한 입장에 기초하여 앙리는 나타남과 나타나는 것 사이의 구별에 입각한 후설과 하이데거 현상학의 한계를 비판한다. 두 사람의 한계는 나타남을 “세계의 나타남”으로, 곧 탈-자(ek-stase)의 가시화의 순수 지평으로 간주하고, 이에 따라 나타남과 나타나는 것 사이의 무관심한 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그리하여 앙리는 후설이나 하이데거가 묻지 않은 “인상 그 자체의 나타남”(96쪽), 즉 “인상의 기원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면서, 그러한 기원을 “고통의 자기-촉발(auto-affection)”(116쪽)에서 찾는다. 이러한 ‘고통을 느낌’은 후설의 이른바 ‘수동적 종합’에 선행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바로 “삶의 자기 안에의 도래”가 성립하게 된다. 왜냐하면 “삶은 자기와의 차이남이 없이 자기를 느끼고 견디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본래적이고 순수한 “정감성(affectivité)”(121쪽)으로서의 이러한 자기를 느끼고 견딤에서 “절대적인 삶의 자기-증여 과정”(182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학의 전복은 두번째 도전으로서 육화의 계시에 대한 재해석과 연결된다. 이러한 재해석은 사도 요한의 “처음에 말씀이 있었다”는 진술 및 “말씀이 살이 되었다”(16쪽)는 진술의 수수께끼에서 출발하여, “신의 인간-됨, 말씀의 살-됨으로서 그리스도와 같은 누군가는 가능하며 최소한 생각될 수 있는가?”(34쪽)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색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앙리는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의 가상들이 부딪히게 되는 한계로서 “절대적인 무-능”, “모든 힘보다 오래된, 그것에 내재하는 무-능에 대한 결정적인 직관”(327쪽)에서 출발하여 진정한 자유를 “정념적인/수난적인 소여”(345쪽)로서의 살의 경험에서 발견한다. 이때 “창조는 더 이상 자기 밖에 외적인, 분리된 실존의 이름으로, 그 자체 자율적인 것으로 향유하는 한 실체(entité)의 정립을 의미하지 않는다.”(345쪽) 오히려 창조는 “절대적인 삶의 자기-생성 안에서, 그것의 그치지 않는 도래 안에서만 자기에 도래하는 것의 생성을 의미한다.”(346쪽) 이렇게 “창조의 개념을 생성의 개념으로 대체”(426쪽)하면서 앙리는 삶에 대한 인간의 삶의 근본적인 수동성을 의미하는, 따라서 모든 초월성이 배제된 수동성을 뜻하는 “초월론적 정감성”(427쪽)을 “우리의 초월론적인 탄생, [신의-인용자 추가] 자식으로서 우리의 조건”(428쪽)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앙리에 따르면 “모든 초월론적인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 삶의 자기-계시를 가리키는 것”(482쪽)이 바로 말씀의 육화이다.

 

3

 

앙리의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500쪽이라는 책의 분량이 적게 느껴질 만큼 아주 조밀하고 응축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무언가 우리 삶의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독자들이 받게 된다면, 그것은 (프랑스 현상학 특유의 강점이지만) 앙리가 욕망과 사랑, 불안, 고통, 부조리에 대한 감정 같은 인간의 일상적 경험 끊임없이 참조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리의 치밀하고 독창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평자는, 번역서 옆에 놓아둔 불어 원서를 거의 들춰보지 않았다. 그만큼 이 책은 꼼꼼하면서도 유려한 우리말로 잘 번역이 되어 있다. 역자의 값진 노고 덕분에 독자들은 프랑스식 현상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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