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론] 헌법도 보호하지 못하는 평택

입력: 2006년 04월 30일 18:26:50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

국방부는 미군기지 예정 터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일대에 군병력 투입을 예정하고 있다. 국방부가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군사시설보호법과 행정대집행법이다.

- 군병력 투입은 초헌법적 발상 -

군사시설보호법에서 말하는 군사시설이란 군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장애물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가리킨다. 즉, 전투를 예상하고 설치되어 있는 일부 시설만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군사시설로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그 시점에 ‘군사시설이 현존’하고 있어야 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분계선 인접지역과 그 밖의 지역에 설정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군사시설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1㎞ 이내에 설정할 수 있다. 설정 절차도 매우 간단해서, 국방부 장관이 합동참모의장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족하다. 보호구역의 설정은 당연히 재산권, 평화적 생존권, 행복추구권 등 국민의 기본권과의 충돌 문제를 초래한다. 특히 군사분계선도 아닌 후방지역에서 매우 간단한 절차를 거쳐 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군사시설보호법은 법률치고는 매우 졸속적이고 허점투성이이다. 이 법은 유신헌법이 발효되기 하루 전, 국회를 해산한 상태에서 비상국무회의가 제정했다는 것에서 그 태생적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러한 입법상의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그 법 자체를 통해서도 팽성읍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국방부가 또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행정대집행법에 근거하여 현지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퇴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대집행법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는, 예를 들어 불법 건축물(물적 존재)을 설치한 자에게 행정관청이 그 철거를 계고한 후 실력을 행사하여 이를 철거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일정한 토지를 점거하고 있는 자(인적 존재)를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행정대집행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군은 군병력(공병이건 보병이건 군병력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이용하여 강제력을 발동할 수 있는가? 군이 만약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면, 이거야말로 명백히 초헌법적인 발상이다. 대국민 관계에서 군병력을 동원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헌법은 긴급명령이나 계엄령 선포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군병력의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군이 이러한 위헌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경찰력을 빌리는 것이다. 그러나 팽성읍의 문제는 군사상의 목적과 주민의 권리가 충돌하는 문제이지, 경찰상의 필요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1950년 3월에 제정된 위수령이 있지만, 이는 헌법적 근거는커녕 법률적 근거도 없는 대통령령으로서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할 규범적 사생아이다.

- 韓·美 서로 주권존중 해결을 -

평택 미군기지 예정 터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군과 주민 사이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국방부와 법률전문가들의 법리논쟁의 밑바닥에는 비정상적인 한·미관계가 깔려 있다. 주권국가라면 그 스스로의 책임하에 그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영토 이용에 관한 기본적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영토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미관계에서 대한민국 정부에는 그럴 권리가 없다. 미국과 미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어떤 목적을 위해서라도, 어떤 땅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것이 한·미관계의 현주소이고, 이 지점에 우리의 비극이 있다.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우리의 헌법질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치외법권적 박해이다.

평택 미군기지 예정 터 문제를 미국 정부의 입맛에 맞게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미간의 갈등은, 두 나라 정권이 서로의 주권을 존중해 가면서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미국의 군사적 이익이 우리나라의 법질서나 헌법상의 기본권에 우선해서는 안되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우리의 법질서와 국민의 기본권을 적대시하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라 불법국가라는 사실을, 그리고 힘의 철학을 신봉하는 미국의 속국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공언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 기사에 꽃을 던지시겠습니까? 돌을 던지시겠습니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4301826501&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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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돌바람 > 평택 미군기지확장 반대 서울대책회의에서 긴급하게 알려드립니다

평택 미군기지확장 반대 서울대책회의에서 긴급하게 알려드립니다.

오늘 오전 11시 국방부 규탄 집회는 서울대책회의 분들의 참여로 잘 치루어졌습니다. 오늘 집회이후 긴급하게 열린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과 범대위에서 지금 내려진 지침 등을 알려드립니다. 판단은 각 단위에서 하시는 것이지만, 사안의 절박함을 잘 헤아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오늘 오후 5시 국방부 장관의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이야 강제집행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수준일 것이고, 우리들이 대화를 거부했다는 쪽으로 나올 것이 뻔합니다. 지금 국방부의 침탈 시간은 내일(4일) "이른새벽"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심각한 수준의 용역깡패들이 동원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에 오늘 서울대책회의의 단체들은 물론, 가능한 모든 분들은 오늘 저녁 10시까지 대추분교로 모여야 합니다. 내일 "이른" 새벽에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외곽을 통제 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기왕 가실 준비를 하고 게신 분들은 최대한 출발시간을 앞당겨 주십시오.  들어가실 때는 하루가 아니라, 2~3정도 평택에 있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시고, 비상식량과 마스크, 모자, 간단한 침구류 등을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추분교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잘수도 있고, 쭈그리고 앉아 한데서 잠을 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우리 투쟁을 방해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3일(수) 오후 4시 국방부의 강제집행 계획 폭로 긴급 기자회견 (대추분교)

3일(수) 저녁 10시까지 대추분교로 집합

4일(목) 오전 11시 국방부앞 규탄집회 집중

4일(목) 오전 11시 - 12시 국방부 열린게시판 집중 공격

4일(목) 오후 7시 광화문 동아일보사앞 촛불집회 총 집중



단단히 준비들을 하셔도 평택에 가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도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내일 오전 11시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리는 규탄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 이삼백명이 모여 집회를 할 수 있다면, 여론을 움직여 평택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11시 집회에 못 오시는 분들은 또 직장과 사무실에서 같은 시간 사이버 시위를 해주시면 됩니다. 국방부 홈페이지( http://www.mnd.go.kr/)로 들어가서 국민참여마당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의 열린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새로고침(F5키)을 마구 하시면 됩니다.

또 사이버 실천에 동참해 주십시오. 본인이 가입해 있는 커뮤니티나 클럽, 카페 등에 이 글을 퍼날라 주십시오. 또, 각 단체의 회원, 후원회원 등등의 메일링 리스트에도 이 글을 옮겨 보내주십시오

국방부게시판: http://www.mnd.go.kr/cms.jsp?p_id=00106030000000&dummy=1146569110843
국무총리실 자유게시판 : http://www.opm.go.kr/warp/webapp/bbs/list?meta_id=freebbs
청와대 자유게시판 : http://www.president.go.kr/cwd/kr/bbs/bbs_list.php?meta_id=free_bbs

1시간동안의 집중 공격시간이 끝나고 나면, 위의 사이트들에도 같은 방법으로 글을 올려주십시오. 포털이나 인터넷신문의 평택 관련 기사들에 리플을 많이 달아주시고, 단체와 개인 성명서를 간단하게 작성하여 총리실에 팩스로 보내는 일도 중요합니다.
국방부  Fax : 02-748-6895
국무총리실 Fax :  02-2100-2019

그리고, 내일 저녁 7시 동아일보 앞 촛불집회에 모두 모여주십시오. 내일은 정말 평택에 못 가신 모든 분들이 모이실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많은 일들을 해야합니다.
내일 규탄집회와 선전전을 준비하고, 사이버 실천의 방안을 논의해야합니다.
용역 문제에 대한 성명서도 써야하고, 선전물도 만들어야 합니다.
또, 내일 사용할 호외도 만들어야 하고,
오디오 방송용으로 10분 정도 분량의 음성파일 제작에도 사람이 필요합니다.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서울 상황실로 쓰일 천주교인권위원회로 오셔서 함께 일하셔도 좋습니다.
또, 역할을 맡으셔서 각각의 공간에서 일을 하고 총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들을 하면서 결합하면 됩니다.

일단 서울에서 진행될 일들은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02-777-0641, 016-706-8105)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자발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황새울로 가실 수 있는 분들과 서울 일정에 결합하실 수 있는 분들은 참여 가능 인원수와 함께 문자나 답메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범대위 홈피와 언론의 속보를 주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책회의 드림

 

>>대화를 하겠다더니, 이런, 이틀만에. 무섭다. 진짜 무섭다. 우선 할 수 있는 건 4일(목) 오전 11시 - 12시 국방부 열린게시판 집중 공격, 이거라도 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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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sp] [성명] 국방부는 군대투입, 강제행정대집행을 즉각 중단하라!

 

4월 30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약속했던 국방부가 단 하루 만에 약속을 뒤엎고 강제 행정대집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강제집행에는 경찰뿐만 아니라 군대 병력까지 동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평택 범대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방부는 공병 500명, 경찰병력 5000명, 용역깡패 1200명에 헬기, 굴착기를 동원해서 4일 새벽 강제집행을 통해서 끝내 대추분교에서 사람들을 내쫓고, 씨가 뿌려진 논을 갈아엎고 철조망을 세울 것이라고 한다.


이미 국방부는 3월 6일 대추분교 침탈을, 3월 15일 농지굴착 공사를 시도했고, 4월 7일 농민들의 생명줄인 농수로를 끊었다. 600일이 넘게 밝혀진 평화의 촛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평화와 생명의 땅을 지키려는 노력들을 무시한 채 국방부는 공권력을 동원해서 계속 만행을 저질러 왔다. 수많은 주민들과 평택 지킴이들이 다치고, 구속되고, 절규하는 가운데 국방부가 군부대를 투입할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고 대중적인 분노가 일어나자 기만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척 하더니 끝내 군을 투입해서 야만을 저지르려고 하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통해서 평택 미군 기지를 확장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한반도를 미국의 전쟁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맞서서 자신들이 살고 가꾸어온 농토를 지키고, 수많은 사람들의 평화와 생명을 위해서 주민들은 끊임없는 야만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생명의 농사를 짓고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민중의 지팡이, 국민을 지킨다는 경찰과 군대가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드디어 총부리를 겨누겠다고 한다.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민중들의 열망을 군부대까지 투입하면서 막으려고 하는 야만적인 작태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다. 군대가 주민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방부가 일말의 대화를 거부한채 강제적인 집행만을 고집한다면 정권과 국방부는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전 민중의 투쟁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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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0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가져갑니다. 꾹.

balmas 2006-05-0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많이들 퍼가고 널리 알려주세요.
 
 전출처 : 라주미힌 > 위기의 시민사회, 눈들어 중남미 보라

[진보정치의 눈]중남미 좌파정권 부상과 신자유주의 저지는 시민사회 힘

 

전 세계에 걸쳐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거기에 대응하는 형편과 사정은 각국마다 다르다. 그런데 최근 중남미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좌파 정권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 이유를 1980년대 초부터 도입된 신 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은 동어반복이다. 좀 더 넓게 시야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 양극화는 오래 전부터 남미를 괴롭혀온 고질병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 중남미 각국 정부는 1970년대까지 수입대체와 국내산업 보호 정책을 써왔다. 그리고 그 성과도 상당히 있었다. 그러나 바라던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경쟁력 강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미국의 영향력과 외채문제를 지렛대로 한 IMF 등의 개입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약 25년간 도입되었다. 그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중남미 경제 저성장의 근본 원인은?
 
중남미의 근원적인 문제는 스페인이 통치하던 식민지 시대부터 내려오는 경제, 정치, 사회 모든 부문의 과두 독점체제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데 있다. 그리고 이의 수술을 위한 교육, 사회 개혁정책은 검토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부유층의 사립학교와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의 엄청난 격차 그리고 졸업후의 관료 충원 방식의 개혁 등 사회 계층의 합리적 이동을 위한 정책은 손도 대지 않는다.
 
멕시코의 신 자유주의 실험 이전과 이후의 경제 성적표를 한번 보자
 
예전에 정부에 의한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수입대체 전략 이행시기인 1934년부터 1982년까지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6.1%였다. 그러던 것이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1983년부터 2004년까지의 그것은 연평균 2.3%로 떨어졌다. 94년 NAFTA가 도입된 이후의 성장률은 거의 1%대로 알려졌다.
 
제조업 연평균 성장률은 6.7%였다가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시기의 그것은 2.7%로 떨어졌다.최근의 제조업 성장률은 2001년 -3.8%, 2002년 -0.6%, 2003년은 -1.2%였다. 2004년의 제조업 연평균 성장률은 2000년의 그것보다 2.1% 낮다. 2005년과 2006년에 조금 호전되었다고 하더라도 2001년부터 2006년까지의 제조업 연평균 성장률은 겨우 1% 남짓이다.
 
제조업 부문 고용은 2001년 -3.8%, 2002년 -5.5%, 2003년 -3.4%, 2004년 -2.6%씩 고용이 줄었다. 2004년의 제조업 부문 고용은 2000년의 그것보다. 17.6%가 줄었다.
 
멕시코 경제학자 살바도르 칼리파에 의하면, 일인당 국민소득으로 표시되는 경제성장률이?1950년에서 2000년까지 아시아의 그것은 미국을 기준으로 16%에서 57%로 성장했는데 비해 중남미는 28%에서 22%로 줄어 들었다. 이 같은 중남미 경제 저성장 아니 마이너스 성장의 비밀은 종속이론이 이야기한 외부 요인 이외에 국내적으로 지나치게 낮은 노동 생산성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는 데 있다. 1950년에서 1998년까지의 노동생산성의 변화 추이를 보면 미국을 기준으로 하여 유럽은 39%에서 79%로 성장했고 아시아는 15%에서 54%로 성장했는데 중남미는 33%에서 32%로 줄어 들었다.
 
이같이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각 산업부문별 독점체제가 구축되어 경쟁이 필요 없는 경제 구조 때문이다. 경쟁을 기피하는 문화가 널리 확산되어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외형적으로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소수의 과두독점지배가 지속되어온 권위주의 정치문화와 연관이 있음은 물론이다. 예전에 수입대체 정책을 쓸 때도 국내 산업 내에서의 경쟁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나중에 신자유주의 개방 이후도 국내 경쟁은 아주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거대 전화, 통신회사인 Telmex는 이전에 국영기업일 때도 독점적 위치를 누렸고 나중에 민영화되어서도 계속 독점의 지위는 확고하여 고객 서비스의 개선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경쟁력 향상의 효과가 별로 없다. 노동자들도 노조 집단주의를 정치적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 포퓰리즘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매우 낮다.
 
50년대에서 70년대 초까지 멕시코 경제의 활력은 대단하여 한때 멕시코 경제의 기적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68년 올림픽을 개최한 것만 보더라도 자신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대체에만 치중했지 동아시아처럼 제조업 활성화를 수출산업화시키는 전략을 펼치지는 못했고 중공업과 하이테크 산업의 증진도 서두르지?않아 시장의 한계 등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그 활력이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필자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70,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 전략 말고도 다른 대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는 70년대에 페소화의 평가 절상정책과 재정적자에 의해 인플레는 높아지고 수입이 엄청나게 늘면서 경상적자가 급증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급격한 평가절하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하여 경상적자폭이 줄어들면 다시 위의 상황이 재개되고 위기 때는 외채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외채의 정상적 상환이 어려워지는 경제위기를 다시 맞는 악순환을 밟아왔다. 이와 같은 패턴은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에서 비슷한 모습이고 특히 2001년 아르헨티나 위기에서 최악의 상황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달라지는 중남미 시민사회
 
멕시코는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노동 동기가 크지 않은 저생산성의 문화에 가톨릭의 대중 순응 이미지 조작과 강력한 집단적 노조주의의 통제에 힘입어 사회주의적이면서도 파시즘적인 특이한 형태의 포퓰리즘 정당인 PRI당이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에서 좌파 헤게모니가 강화되었던 것은 PRI당으로부터 분화한 개혁적 좌파인 PRD당이 멕시코 시티 등의 시장을 여러 번 집권 하면서 개혁세력의 사회서비스 강화 정책을 통해 좌파적 지식인 그룹과 노동자, 서민 등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한 헤게모니 진지 강화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1968년의 경제 위기이후 주기적으로 맞아온 위기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1987년에 다시 위기 상황이 노정되자 집권 세력인 PRI당은 90년대 이후 그 출구를 NAFTA에서 찾으려 했다.?그러나 협정을 체결하자마자 일년 뒤 엄청난 경제 위기를 겪게 되었고 그 후 평균 실질 경제 성장률 1%라는 무성장이 계속되자 우파적 지식인 그룹도 위기의식을 갖게 되어 2000년 정권교체에 이르게 된다. 또한 남쪽 치아파스 지역에서의 마르코스의 전혀 새로운 대안 정치가 실시되면서 원주민들과의 연대에 의한 강력한 좌파 헤게모니 진지가 구성되어 왔다.
 
무엇보다. 올해 7월 2일에 있을 멕시코 대통령 선거를 주목해야 한다. 이 선거에서 당선이 예상되는 후보인 전 멕시코 시티 시장 로뻬스 오브라도르가 승리할 경우, 그는 당장 NAFTA 탈퇴 등의 과격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남미 공동시장과의 협력 및 석유자원과 멕시코 거대기업 TELMEX를 통한 남미 전체와의 협력은 강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국이 받게 될 타격은 상상보다 매우 클 것이다.
 
현재 집권 친미 정당(PAN당)은 오브라도르의 당선을 막기위해 티비광고 스폿을 통해 오브라도르와 차베스의 이미지를 겹쳐 보이면서 그의 당선이 멕시코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악의적인 선동과 조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비판하는 여성 지식인 작가를 인신공격하여 여성표를 잠식할 수 있는 악수까지 두고 있으며, 일부 여론조사회사의 조작의혹까지 사고있다.
 
중남미에서 ‘제국주의의 강아지’라고 비웃음을 사는 멕시코 정권은 이미 NAFTA 협약이 체결된 지가 10년이 지난 뒤 ‘경제 구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세제, 에너지, 노동 분야의 개혁, 민영화, 유연화 등의 정책 변화를 시도했지만 의회와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쳐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말았다. 특히 노동분야는 멕시코 정치, 경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노조 집단주의의 전통으로 인해 감히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쉽게 하려는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하물며 우리나라같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그들의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자의적으로 해고하며 노조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기이한 사례는 중남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중남미 좌파 붐의 배후에는 시민사회의 성장이 있다
 
일부 중남미 지식인들은 현재의 좌파 부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약 반세기는 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중남미 시민사회 자체의 질적, 양적 성장과 노동자 계급과 진보적 지식인 그룹의 연대로 인한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의 좌파 헤게모니의 확장에 주목한다. 중남미 역사상 최초의 볼리비아 원주민 대통령 탄생,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에서의 노동계급 자주 생산방식의 실험, 각 도시마다. 소규모 국제 문화 축제를 통한 중남미 여러 나라의 문화 연대, 진보적 언론인의 국경을 넘는 적극적 취재, 베네수엘라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벌이는 유기농 실험 등 생태와 환경의 대안 문화 추구 같은 소프트한 움직임들이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남미 통합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결단-베네주엘라의 볼리바리안 헌법 제정, 남미 대륙을 관통하는 송유관의 건설, 남미 공동시장의 강화-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백인 이외의 인종 그룹, 특히 원주민의 자부심의 상승으로 이들 다양한 인종이 병행 발전하게 됨으로써 미국에는 없는 사회, 문화적 역동성을 가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4년부터 시작된 마르코스의 실험도 이런?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최근 멕시코에서의 그 성과를 보면, 치아파스의 악테알이란 곳의 커피나무 재배 마을에서 1997년 원주민 마을주민에 대한 암살사건이 일어나고 오히려 그 마을 주민 5명이 붙잡혀간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석방을 기도하는 행진을 가지게 된다. 이후 자연스럽게 이 모임이 지속된다. 그들은 원두 커피의 중간상의 착취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2000년에 ‘마야 비닉’이란 유기농법의 원두 커피 생산 조합을 만든다. 이들은 정의의 바탕 위에서 생산과 분배를 나누고 있고 현재 500명 이상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2001년에 프랑스 정부는 이들에게 인권상을 수여한다.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남미의 콜롬비아와 페루에서의 자유무역 협정 추진으로 남미의 새로운 비전을 향한 행진이 일시 멈칫하고 후퇴한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역사적 대세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24일로 예정되었던 에콰도르와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 조인은 에콰도르 국민의 40%를 넘는 원주민 사회운동세력의 거대한 시위로 말미암아 물 건너 갔다. 이들 원주민 사회운동세력의 지도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이 자유무역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에콰도르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통제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국민투표의 요구를 넘어 베네주엘라의 경우와 같이 헌법 제정의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석유의 국유화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원주민 독점의 사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병행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73년에 있었던 칠레 아엔데 전복 쿠데타의 성공과 달리 2002년에 있었던 베네주엘라 차베스의 실각을 노린 쿠데타 시도는 실패했다. 베네주엘라에서는 칠레와 같이 극우 지배계급과 언론매체의 사보타지와 엄청난 규모의 외환도피가 있었고 그에 뒤이어 쿠데타가 시도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차베스 자신의 신중함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그는 섣부른 저항을 시도하지 않았고 항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체포되어 있다는 것을 은밀히 알렸다. 그래서 국제 언론을 활용하는 쿠바의 기민한 지원과 그로 인한 차베스 충성파 군부 정예부대의 반발과 엄청난 규모의 시민사회의 지지 덕분에 다시 권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약 30년의 세월이 지난 후 남미 시민사회의 저력은 이렇게 성장했던 것이다.
 
우리는 차베스가 군인 출신인 사실에 왠지 민주주의의 지도자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중남미 역사에서 70년대 이후 미국의 개입이 본격화 하기 이전에 군인들이 진보주의 정치의 견인차 역할을 한 사례는 많다. 현재 차베스 개혁의 성과는 만만치 않다. 무상의료, 무상교육만이 아니라 노동자 세력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한 창의적이고 급진적, 대안적 민주주의의 조직화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원래 스페인 식민지 시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베네주엘라, 파나마는 한 나라였다. 파나마를 제외한 세 나라 국기가 비슷한 것도 그 때문이고 볼리바르 장군의 역사적 전통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최근 페루에서 마치 도둑질하듯이 톨레도 페루정부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지만 시민사회의 반발로 의회에서 비준될지 의문이다. 그러나 페루는 다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알란 가르시아와 후지모리 부패정권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시민사회의 좌파 헤게모니가 약화되어있어 좌파집권을 쉽게 점칠 수 없다.
 
문화적 측면의 저항과 변화 역시 주목하자
 
또한 90년대부터 본격화된 남미 각국들의 도시 중심의 작은 국제 예술문화축제를 주목하고 싶다. 필자가 최근까지 살았던 멕시코의 몬테레이 시만 하더라도 약 1994년부터 [구시가지] 국제 예술 축제가 시작되었고 예전에 제철소였다가 지금은 대중들이 많이 찾는 녹지 공원으로 변한 곳에 전시관, 소형극장 및 시네마테크가 설치 운영되기 시작한다. 이런 사례들은 특히 문화정책적 측면에서 문화의 민주화와 관련해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중남미는 문화를 통해 각국 사이에 열정이 서로 소통되기 쉬운 구조가 있다. 바로 스페인어와 가톨릭 문화 때문이다. 마치 물과 기름과 같이 상업적 미국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비록 코카콜라를 물처럼 마시더라도, 대중과 지식인이 공유하는 비상업적인 민속, 민중적 문화전통의 맥락은 면면하다. 이름 모를 음유시인들의 구어적, 집단적, 서사시적 음악의 전통은 중남미에서 아주 강하고 현재에도 큰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만이 아니라 연극 미술 영화 모두에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칠레는 국가 경쟁력 순위 등에서 중남미 최고의 선진국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 중남미에서 2위, 세계적으로 9위의 소득 격차가 심한 나라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 본문은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을 여는 진보정치연구소(http://policy.kdlp.org) '연구소 칼럼'이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06/04/29 [11:47]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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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2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6-05-0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고맙습니다. 기대 만빵! 흐흐흐
 

경향신문

 

‘비정년트랙 교수’ 사실상 폐지 추진

 

교육부가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대학들의 ‘비정년트랙(Non tenure track) 교수’ 제도를 폐지토록 권고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학과 비정년트랙 교수간의 계약 자체가 매우 불평등하게 이뤄져 있어(경향신문 4월20일자 9면 보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에는 이와 관련한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소청심사가 3~4건 접수돼 있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28일 “대학의 비정년트랙 교수 임용 제도를 전면 손질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법적 근거 없이 대학이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제도인 만큼 대학 스스로 폐지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 자문 변호사와 외부 변호사 6~7명에게 현행 비정년트랙 제도에 대해 문의한 결과, 대부분 대학측이 일방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맺은 계약이므로 ‘원천 무효’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이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 등을 낼 경우 받아들여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제도가 대학교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해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을 받고 내부 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교육부는 이르면 내달 중 대교협이나 전문가에게 제도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2003년 이후 전국 대학으로 확산된 비정년트랙 제도는 뜨거운 존폐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비정년트랙 제도는 대학 입장에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BK21 사업자 선정 등을 앞두고 전임교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을 늘려왔다. 올 상반기 전국 162개 4년제 대학에서 채용한 2,303명의 교수 중 23.7%인 538명이 비정년트랙으로 임용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비정년트랙 제도가 폐지되면 대학들은 다시 예전처럼 시간 강사를 채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교원들의 처우는 도리어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5월1일 비정년트랙 교수가 ‘교원’인지를 가리는 첫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상 비정년트랙 교수는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소청심사위에 사건을 제소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지난 2월 수도권 지역 대학의 비정년트랙 교수인 이모씨는 대학이 불합리한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했다며 대학 결정을 재심해 달라는 청구를 지난 2월 심사위원회에 제출했고, 위원회는 지금껏 결정을 미뤄왔다. 현재로서는 위원회가 ‘각하’(이씨가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재심을 청구할 자격 자체가 안된다는 것)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교육부가 비정년트랙 제도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창민·조현철기자 riski@kyunghyang.com

 

 

관련 기사는 아래 주소로 ...

[대학강단도 비정규직 그늘] 上. 비정년트랙 교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4200745251&code=9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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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30 1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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