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윤리학] 불어본에 관해 질문해온 분이 계셔서 몇 가지 판본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지금도 판매되고 있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피노자 [윤리학] 불어본에는 5종류가 있습니다. 출간된 순서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맨 앞의 이름은 번역자의 이름입니다).
1. Charles Appuhn, Oeuvres de Spinoza vol. 2. L'Ethique, Flammarion. 1953(초판은 1906).
2. A. Guerinot, L'Ethique de Spinoza, Ivrea, 1993(초판은 1930).
3. Rolland Caillois, L'Ethique, Gallimard, 1994(초판은 1954).
4. Bernard Pautrat, L'Ethique, Seuil, 1999(초판은 1988).
5. Robert Misrahi, L'Ethique, PUF, 1990.
이 다섯 가지 판본은 모두 스피노자 전문가들이 번역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판본들입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장단점들은 있습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1번과 3번, 4번이 문고판이기 때문에 추천할 만합니다. 다만 4번의 경우 불어 번역과 라틴어 원문 대역판이어서 1번과 3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값이 좀 비쌉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판본 중에서 제일 번역이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라틴어 원문이 함께 실려 있기 때문에, 스피노자 연구자들이 많이 사용하지요.
2번의 경우는 들뢰즈가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에서 사용한 판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1993년에 재출간되었습니다. 유려한 번역문으로 정평이 있는 판본입니다.
5번의 경우는 저명한 스피노자 연구자가 번역한 가장 최근의 번역본인데, 해설이 풍부한 것이 장점입니다. 매우 긴 서문이 있고, 풍부한 역주들이 달려 있습니다. 다만 연구자 개인의 관점이 좀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좀 있지요.
현재 프랑스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는 판본은 1번의 아푕판과 4번의 포트라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 두 가지 판본, 특히 포트라판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윤리학] 번역본이 준비 중인데, 이 판본은 1999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새로운 스피노자 고증본 전집(PUF에서 간행 중)의 한 권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번역자의 역량으로 볼 때 지금까지 나온 판본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뛰어난 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출간되었으면 좋겠는데, 정확히 언제쯤 나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