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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칼럼] 비과학적인 나라에 사는 불행 / 김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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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종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정부의 비과학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이 전 국민을 인간광우병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에 전국의 의사, 수의사, 치과의사, 약사, 한의사 등 보건의료인 1174명이 집단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뼈가 제거된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수입 허가를 내렸지만,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이런 경우에도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본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20개월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원산지 표시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소규모 음식점이 전체의 99%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국민들이 광우병에 감염된 미국산 쇠고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발병하면 100% 사망에 이르는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을 자초한 정부의 무사안일과 무능력한 결정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을 위태롭게 할지 몹시 걱정된다.

국민이 흔하게 접하는 고등어·갈치·꽁치와 같은 생선들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가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생선의 중금속 함량은 물고기가 서식하는 환경조건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연안에 서식하거나 양식되는 생선들의 안전도는 정부가 조사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데 정부는 이런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바다에 버려진 각종 폐기물이 15배가 늘어나서 작년 한 해만도 8톤 트럭으로 1240대 분량이 바다에 버려져 식탁에 오르는 어패류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특히 수은과 같은 중금속은 식품을 통해 임신부의 체내로 유입되어 태아에게 신경장애나 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오염된 어패류를 먹지 말도록 미국 식품의약청은 경고하고 있다. 또한 임신부들에게 수은 등 중금속 농축 현상이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몸집이 크고 수명이 긴 연안 생선의 섭취는 제한하고, 새우·연어·대구·라이트 참치 통조림 등을 일주일에 340그램 정도까지만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전국 44곳의 폐광지역에서 생산된 쌀·배추·감자·파·대두·팥과 같은 여러 종류의 농산물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과 카드뮴에 의해서 오염되었다. 오염지역에서 생산된 쌀 170톤은 가정용 20킬로그램 포장으로 8500개에 이른다. 중금속에 오염된 쌀 등 농산물을 1만가구에 이르는 국민이 소비한 셈이다. 카드뮴 오염이 최대치인 쌀을 선진국 자료와 비교하면 쌀 한 숟가락도 안 되는 5그램에 함유된 카드뮴이 하루 섭취 허용량에 이르는 심각한 오염상태였다.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걱정하지 말라고 발표만 한 상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무정부 상태에 있는 꼴이다. 안전한 먹거리의 선택은 정확한 과학적 사실과 조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국가의 정책결정이나 사회의 웰빙 바람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기대할 수 없다. 단적인 예가 지난여름 수도권 학생 3천명의 집단 식중독 사고이며 감염의 원인과 책임자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재발 위험을 남기고 있다. 식약청은 재발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바이러스 검사방법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정부와 과학계가 황우석 같은 허황한 사람에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매년 쏟아부으면서 눈앞에 놓인 국민의 건강과 안녕은 외면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언제까지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고 장밋빛 환상만 좇는 과학기술 정책을 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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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10-0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럼 뭘 먹어야 한단 말입니까..

수퍼겜보이 2006-10-0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으으으 괴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