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유통권력,제조업체 눈물을 팝니다
납품 직원 수만명 차출
대형할인점 ‘배짱 장사’
한겨레 조성곤 기자 윤영미 기자
[관련기사]
내수 유통망 장악 발판삼아

판매원 파견 반강제 요구

추가 인건비 소비자 부담으로

두산식품사업부의 사무·생산직 인원은 315명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에 차출되는 ‘노력봉사’ 인력은 500명에 이른다. 샘표식품 역시 본사 직원은 300여명이지만 대형마트에 동원되는 인력이 400여명이나 된다. 대형마트가 내수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올라서면서 납품업체 직원들을 반강제적으로 징발해 노력봉사에 동원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8일 <한겨레>가 대형마트의 주요 납품업체 12곳의 파견사원 운용 실태를 조사해 보니, 회사별로 160~2200여명씩 모두 9천여명에 이르는 파견사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회사당 평균 750여명으로, 납품업체들은 파견사원 대부분을 전국 대형마트 320여곳에 보내고 있다. 대형마트 하나에 200~300명의 파견사원이 일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마트에 차출되는 노력봉사 인력은 전국적으로 적게는 6만~7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파견사원의 60~80% 이상이 마트의 요구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는 인력”이라며 “파견사원을 안 보내면 매장 퇴출을 각오해야 하는 탓에 제조업체들 사이에 사원 파견 경쟁이 조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납품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파견사원 한 명에 연간 2천만원꼴로, 업체 12곳이 파견사원 운용으로 부담하는 비용만 한 해 18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파견사원들은 모두 납품업체에서 월급을 받지만 대형마트에 고정, 또는 순회(두세 곳 매장을 번갈아 근무)로 출근하면서 사실상 대형마트 직원처럼 일하고 있다. 상품 판매는 기본이고 매장 청소와 창고 정리까지 대형마트가 직접 고용해서 처리해야 할 온갖 잡다한 일들을 대신 처리하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들이 내수시장의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해 납품업체들이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할 수 없는 지경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는 물론 농심·씨제이·동원 등 상표력을 지닌 업체들도 대형마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대규모 파견사원을 두고 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납품에 그치지 않고 할인점 장사까지 대신해 주는 셈”이라며 “지금은 할인점만 살찌고 납품업체들은 갈수록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파견사원들이 자사 제품을 판촉하고 있으며, 매출이 늘면 우리와 납품업체가 서로 이익”이라고 주장하지만, 납품업체들은 매출이 늘어도 지속적인 납품가 후려치기와 인건비 부담 증가로 남는 게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한 중소 제조업체는 한 해 순이익이 30억~40억원에 불과한데도 파견사원 인건비로만 8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런 추가 비용은 그대로 납품 원가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 납품업체 임원은 “대형마트가 파견사원을 자신들의 인건비를 줄이는 데 악용하고 있다”며 “파견사원 비용 때문에 제조원가가 5~8%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윤영미 기자 csk@hani.co.kr

유통시장이 개방된 지 만 10년. 대형마트가 안방을 차지하면서 유통업은 빠르게 현대화하고 성장했다. 그렇지만 대형마트들은 재래시장을 벼랑에 내몬 데 그치지 않고 제조업체까지 옥죄고 있다. ‘유통권력’의 막강한 힘에 기대 인건비를 납품업체에 전가하거나 물건값을 후려친다. 납품업체를 역마진의 처지로 내몰기에 이른 유통권력의 문제점을 3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기사등록 : 2006-08-08 오후 07:11:50 기사수정 : 2006-08-08 오후 07: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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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8-0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통권력이 대기업도 부려먹는군용.. 계약직들이겠지만.. (연봉을 보니 ㅡ..ㅡ;)

balmas 2006-08-0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안 이야기인데, 흥미롭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