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balmas님의 "네티즌들 MBC 격하게 비난"

도윤거사님/

어제, 오늘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표현방식은 상이할지 몰라도 대개 도윤거사님 같은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더군요.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 한겨레나 시민사회운동단체에서 이 문제에 관한 여러 가지 기사와 성명이

나오고 있으니까 굳이 길게 논의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도윤거사님은 문제의 차원을 조금 혼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 문제되는 윤리 문제는 생명공학 연구나 배아세포 연구 자체에 관한 윤리 논쟁과 달리

연구자의 연구 윤리에 관한 문제입니다. 왜 황교수측은 출처가 불분명한 난자를 사용하고도 그 사실을

부인했고 끝내 은폐하려고 했는지 그런 문제죠. 그런데 여기서 미국이나 기독교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서구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그렇게 못마땅하시다면, 그걸 대체할 만한 윤리관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PD 수첩을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다. 이 문제에 관해 그래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언론이 조중동입니까? 감추어져 있는

사실을 밝히려고 애쓰는 게 누구입니까? 이러한 부인과 은폐가 낳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한 결과에

경고를 보내는 게 과연 누구입니까?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은 인터넷 포률리즘에 의탁하여

사실을 밝히기보다 황교수 옹호하기에 여념이 없지 않습니까? 온갖 쓰레기 같은 비난을 무릅쓰고

사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언론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시면 안되죠.

 불분명한 연구 조건이나 과정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자신들의 과학적 권위를 내세워 은폐에 급급하다가

문제를 키우고 현재의 사태를  불러온 건 바로 황교수 측 아닙니까? 과학 연구와 과학자의 기본 윤리에

관한 문제를 민족주의적 대립으로 호도하고 있는 것도 그들이구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만큼 황교수는

더 이상 문제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하지 말고, 연구 과정에서의 잘잘못을 밝히고 앞으로 좀더

투명하고 공정한 연구 조건을 만드는 게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 아닙니까? 그리고 그 놈의 정체불명의

"국익"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도 그것 아닌가요? 현재의 사태를 황교수의 연구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몰아가는 게 과연 누구인지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저는 도윤거사님이 지적한 문제보다도 오히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대중들의 거의 광기에 가까운

 민족주의적인 정념들이 더 충격적이고, 이 문제의 원인과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데 더 관심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념들에는 과학 국수주의, 반미주의와 결합된 극우 민족주의, 윤리적 상대주의,

마초주의에 가까운 반여성주의 등과 관련된 각종 이데올로기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저는 이것이 훨씬 더

충격적이고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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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2005-11-2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진선배님과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월드컵 열풍이나 이번 황우석 박사에 대한 열광이 말씀하신 것처럼 약간 차이점이 있지만, 그 차이점을 구성하는 것이 '국익'과 '인정'의 차이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월드컵과 같은 경우에도 사실 대중들은 국익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모종의 인정을 추구했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황우석 박사에 대한 열광이 월드컵의 그것을 넘어서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월드컵의 경우에는 적어도 명예롭게 싸우고 명예롭게 이기거나 명예롭게 지자라는 식의 사고가 대중들에게 있었는데(규칙을 지키자는 사고), 황우석 박사의 경우에는 명예고 윤리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황우석 박사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한 층 더 위험해지기 시작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는데, 이제 대중들은 황우석 박사와 함께 자기 자신이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인간복제의 시대 생명공학의 시대)으로 첫 걸음을 내딛는 자라는 식의 사고를 갖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최초로 모험을 하고 있는만큼 기존의 규칙들과 도덕들을 자신이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런 식의 사고야 말로 제가 보기에는 대중들의 '변이'를 향한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군요. 선택된 민족이라는 테마 여기에 결합하는 것은 물론 시간 문제겠지요. 정말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balmas 2005-11-2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셨군요. 든든한 동조자가 오시니까 힘이 나네요. :-)
월드컵과 황교수 문제의 차이는 저도 국익과 인정의 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난 월드컵에서 대중들의 열광은 이번 사태와 비교하자면 '정상적인' 동일시와 민족주의에 가까운 게 아닐까, 뭐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정말 위험스러운 경향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2005-11-23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11-2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계신 님, 정말 그렇죠, ...

chika 2005-11-2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에 가까운'...
저도 좀 무서워지는데요? ;;;

balmas 2005-11-2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돌아다녀 보면 더 그렇답니다, 덜덜~~

NA 2005-11-2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야 자주 오죠. 눈팅만^^

2005-11-2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11-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trl님/ ㅎㅎㅎ 요즘 별로 볼 게 없어서 눈팅도 심심할 듯 ...
숨어계신 님/ 언제까지 이렇게 나가기야 하겠습니까? 좀 차분하게 사태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들을 모색해봐야죠. 너무 속끓이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