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vian 2015-02-05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종인 학생이라고 합니다. 마르크스의 유령들 새로 출판하셔서 철학아카데미에서 강연하실 때 한 번 뵜었는데
선생님은 저를 기억 못하실 것 같습니다^^~
한겨례에서 연재하시는 글도 유익하게 잘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블로그도 알게 되서 참 유익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안연에서 스피노자 강의를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의는 듣고 싶지만 사정상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ㅜㅜ
스피노자에 관한 질문을 생겼는데, 생각나는 분이 진태원 선생님어서 이렇게 인사겸 질문을 드려봅니다.

서동욱 선생님이 쓰신 [들뢰즈의 철학]을 읽다보니, 들뢰즈가 자신의 <일의성의 존재론>을 스피노자와 니체에게 영향받아 완성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스피노자에 관한 부분입니다. 스피노자에게 <존재의 일의성>이란 '존재는 오로지 하나의 의미로만 말해진다는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존재는 늘 한 가지 의미이며, 그 존재가 말해지는 대상은 다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뒷 부분에 조금 상세하게(속성, 실체, 양태 등 스피노자의 개념을 사용하면서) <존재의 일의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이만 생략하구요. 저의 궁금한 점은
<존재의 일의성>과 플라톤의 이데아가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참 바보같은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스피노자가 말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이렇게 질문을 드려봅니다. 스피노자의 신, 속성들, 양태들이 플라톤의 이데아, 개별자, 시뮬라크르와 겹쳐보입니다. 스피노자 철학에 무지해서 그런지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지만 따로 참고할 서적을 찾지 못해서 선생님께 질문드립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스피노자의 <존재의 일의성>은 어떤 비교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balmas 2015-02-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김종인 씨.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스피노자의 존재의 일의성이 비교 가능하냐는 질문을 주셨는데요,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로 답변할 수 있습니다.

우선 스피노자는 <존재의 일의성> 같은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그 표현은 들뢰즈가 스토아학파에서 둔스 스코투스, 스피노자, 니체로 이어지는 서양 철학사의 어떤 계보를 그리기 위해서 고안한 개념이죠. 이 점을 일단 지적하고서 존재의 일의성과 이데아론이 비교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들뢰즈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데아론이 초월성의 철학을 대표한다면, 존재의 일의성은 내재성의 철학을 나타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두 철학은 서로 상반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스피노자의 철학과 이데아론이 비교 가능하냐고 다시 질문을 해본다면, 역시 비교 가능합니다. 아마도 김종인 씨는 실체-속성-양태 같은 스피노자 철학의 기본 개념들의 구도와 이데아-개별자-시물라크르 같은 이데아론의 구도 사이에 무언가 유사성이 있지 않느냐는 착상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서양 철학에서 이것은 보통 일(one)과 다(many)의 관계라고 부르는 존재론적 관계를 표현합니다. 곧 존재하는 것들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원리와 그 원리를 공유하는 개별적인 존재자들 사이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실체(또는 속성들)나 이데아 모두 존재하는 것들의 근거가 되는 가장 보편적인 원리라는 점에서 비교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만약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양 철학의 대부분은 다 비슷하고 비교 가능합니다.^^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보편적인 원리를 상정하고 있고 우리가 경험하는 개별자들은 이 원리를 공유하고 그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따라서 스피노자의 철학과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비교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비교 가능하다고 답변할 수 있지만, 그 질문만으로는 그 이상의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답변을 할 수 있겠네요.^^

sylvian 2015-02-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답변 감사들입니다. ^^
그렇다면 스피노자 철학 자체의 존재론을 공부해 보는 것이 플라톤과의 직접적인 비교를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겠군요.
블로그에 에티카를 위한 좋은 입문서도 추천해 주신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주 들려서 좋은 글들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