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런던, 왜 지금인가?

 

<긴급분석> 알카에다는 서방측과 무한 무력대결을 원한다

 

 영국 수도 런던에서 7일 아침(현지시간) 출근시간에 지하철과 버스를 대상으로 한 연쇄 폭탄테러로 현재까지 45명 이상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동시 폭탄테러는 영국의 2012년 올림픽 유치 결정 및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 G8 정상회의에 때맞춰 일어났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ㆍ영 등 서방측과 알카에다 등 이슬람 저항세력 간의 무력대결이 한층 더 고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연 이번 테러 공격의 동기는 무엇이며 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의 진보적 언론매체인 톰페인닷컴(http://www.tompaine.com)에 실린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herty)의 분석기사를 긴급 소개한다.
  

도허티는 우선 지난 9.11테러에 대한 대응을 부시 및 네오콘들에게 일임한 결과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알카에다가 미국을 공격한 것은 사우디,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의 억압적 정권에 대한 미국의 무제한적인 지원 때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가 미국의 자유를 미워한' 때문이라고 잘못 진단함으로써 아프간 탈레반정권에 대한 정당한 응징을 넘어 이라크 침공 등 반테러전선을 무한정 확대하는 치명적인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번 런던테러 역시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하면서 이들의 목표는 G8 정상들이 채택하려는 기후변화 대응 및 빈곤퇴치 대책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들 정책이 채택될 경우 서방측과의 무한 무력대결이라는 알카에다의 전략에 중대한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알카에다에 대한 지원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네오콘들은 이번 사태를 이란 및 시리아에 대한 확전의 계기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도허티는 그러나 이번 G8 정상회담에서 채택하려 했던 기후변화 대응 및 빈곤퇴치 정책이야말로 테러리즘의 근원적 척결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책이라면서 이번 테러에 대한 대응을 부시 행정부에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진보세력들이 앞장서서 세계의 빈곤과 불의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톰페인닷컴은 1999년 존 모이어스에 의해 창립된 진보적 언론매체로 공공적 문제들에 대한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필자 패트릭 도허티는 아메리칸 대학에서 학사, 플레쳐스쿨에서 석사 학위(안보 및 국제협상)를 받았으며 현재 톰페인닷컴의 시니어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원문은
http://www.tompaine.com/articles/20050707/why_london_why_now.php에서 볼 수 있다.
  
  '왜 하필 런던, 왜 지금인가?(Why London, Why Now?)'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런던 지하철 동시폭탄테러 사상자 규모에 대한 뉴스가 쉬임 없이 들어오고 있다. AP통신의 최신 뉴스는 40명이 사망했고 1천여명이 부상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은 어떠한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비난 받아 마땅하며 영국 법에 의해 정당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런던 시민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그곳에 있는 나의 친구와 동료들이 안전하기를 빌 뿐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부시가 이 테러에 대한 대응에 나설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진보세력이 제대로 된 대응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알카에다의 손에 놀아나서도 안 되며 네오콘의 손에 놀아나서도 안 된다. 9.11테러 때 우리는 그러한 우를 범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
  
  9.11테러 직후 우리의 반응은, 미국이 공격당한 것은 "그들이 우리의 자유를 증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전략적 재앙을 초래한 수많은 거짓말들 중 최초의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실 미국이 공격당한 것은 알카에다가 미국의 중동정책을 증오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그들의 주적인 사우디나 이스라엘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 정부의 주요 후원자인 미국을 타격한 것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홍보팀이 교묘하게 만들어낸 "그들이 우리의 자유를 증오했기 때문에"라는 이 한마디로 이라크전쟁의 발판이 놓여졌고,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간 탈레반정권에 대한 응징이라는 정당한 한계를 넘어 무한대로 확대됐다. 미국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유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알카에다의 공격 목표가 되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사실 알카에다가 우리를 미워하는 이유는 미국이 중동지역의 억압적 정권들을 무한정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우리의 자유를 증오했기 때문에'라는 수사가 많은 서방측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지금, 런던테러의 의미를 부시적 세계관의 의해 해석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돼버렸다. 유감스럽게도 (G8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발표된 토니 블레어의 성명에는 이미 그러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은 다음과 같은 우리의 결의를 분명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계에 극단주의를 강요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고한 시민들에게 죽음과 파괴를 초래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의 결의보다 우리의 가치와 우리의 생황방식을 지키려는 우리들의 결의가 훨씬 강고하는 것을."
  
  테러공격의 가장 큰 목표는 공포를 유발하려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폭력은 수단일 뿐이다. 물론 잘 먹혀든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라도 민주정부는 테러의 공포에 대한 유권자들의 두려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효율적 정책을 만들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불안에 빠진 사람들은 행동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테러활동이란 테러리스트 조직을 분쇄하기 위한 끊임없는, 그리고 은밀한 정보수집 및 실행작전이 필요한 것은 물론 테러리즘의 근본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치ㆍ경제적 발전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오랜 기간동안 수면하의 작업을 벌여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정된 목표물을 파괴하거나 통제하는 전통적 군사작전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 대한 테러공격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테러는 민주사회의 토론과 의사결정을 왜곡하기 위해 공포를 이용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9.11이 일어난 후 우리는 대통령의 권한이나 동기에 대한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이라크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부시행정부가 미 국민들 사이에 실존적 공포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이를 통해 의회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아내기 위해 냉전시대적 핵위협과 테러와의 전쟁을 크게 과장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미국인들은 이제 테러와 국제문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겁주기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왜 대안적 대응방식을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왜 지금, 왜 런던인가?
  
  일단 이번 테러공격은 알카에다의 소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가 그러하다면 공격의 시점이 매우 중요해진다. 이번 G8 정상회담은 2개의 주요한 의제를 갖고 있는데 둘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의 배후기지를 약화시킴으로써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것은 기후변화 및 빈곤 문제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한다 함은 첫째, 운송수단의 연료효율을 비약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화석연료에 대한 에너지의존도를 크게 낮춰야 함을 의미한다. 미국과 세계가 보다 현명한 기후변화대책을 마련하면 할수록 걸프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떨어질 것이며, 나아가 미국이 이 지역에 진정한 민주ㆍ경제개혁을 촉진할 여지는 넓어진다. 그러나 알카에다의 전략은 미국을 계속 걸프지역의 에너지에 의존하도록 묶어두는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으로 하여금 자신의 에너지자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에너지사정이 얼마나 급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오늘(7월 7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2015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서방측의 에너지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5년이면 앞으로 겨우 10년 뒤다. 발표 시점으로 보아 사우디 정부가 실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제는 석유의 보다 효율적인 이용에 관심을 기울여할 때라는 점이다. 이는 또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다. 사우디의 발표는 사실 G8 정상회담에 임하는 부시행정부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에게는 중대한 타격이지만 이번 테러 공격을 이유로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는 알카에다에게는 악재다. 미국이 전세계에 걸친 자신의 경제적 자원을 지키기 위해 세계 도처에 군사기지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제국주의적 침략자로 인식되면 될수록 알카에다의 선전선동은 더욱 잘 먹혀든다. 반면 빈곤과의 전쟁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알카에다의 배후기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활동에 필요한 지원자, 자원, 지역, 협조 등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 G8 정상회담의 결론은 사실 회담 훨씬 이전에 사전 조율된 것들이다. 외교적 방법에 의해 이들 결론을 바꾼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테러 공격은 G8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시도였다. G8 정상들이 이번 회담을 통해 도출해내려 했던 진보와 희망의 메시지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전 세계의 관심을 기후변화 대응 및 빈곤 퇴치에서부터 테러리즘으로 되돌려 놓기를 원한다. 궁극적으로 알카에다는 서방측의 관심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중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책들에 쏠리는 것을 막고자 한다.
  
  불행하게도, 부시가 여전히 기후변화 대응에 저항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같은 알카에다의 목표가 어렵지 않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슬프게도, 미국의 네오콘들이 아직도 이란 및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주절거리고 있는 지금, 알카에다는 미 국민들에게 겁주기를 즐겨하는 미국 내 보수적 싱크탱크의 전문가들 속에서 수많은 자발적 공범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네오콘들이 이번 테러 공격을 어떻게 이란 및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의 명분으로 바꿔낼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전쟁을 요구할 것은 분명하다.
  
  미래를 내다보며
  
  그렇다면 이제 우리 진보세력은 알카에다의 명분을 강화시켜 주기만 할 뿐인, 비생산적인 군사적 모험주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테러의 근원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책에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도 혁신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노력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다. 이라크로부터의 현명한 탈출 전략,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최종적인 해결책 마련도 그러한 노력의 중요한 부분이다.
  
  <번역: 박인규>

   
  관련 링크 ( http://www.tompaine.com/articles/20050707/why_london_why_now ... )
  패트릭 도허티/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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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뮤지션 2005-07-0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도허티는 우선 지난 9.11테러에 대한 대응을 부시 및 네오콘들에게 일임한 결과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알카에다가 미국을 공격한 것은 사우디,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의 억압적 정권에 대한 미국의 무제한적인 지원 때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가 미국의 자유를 미워한' 때문이라고 잘못 진단함으로써 아프간 탈레반정권에 대한 정당한 응징을 넘어 이라크 침공 등 반테러전선을 무한정 확대하는 치명적인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

에서,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대한 정당한 응징.. 이라는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balmas님께서 좀 해석을... 제가 좀 아둔하여서..

천재뮤지션 2005-07-0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무엇보다 도허티의 입장에 대한 balmas님의 私見도 궁금합니다.

천재뮤지션 2005-07-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그리고 궁금한 거 하나 더 있어요. 이건 불어 번역의 문제인데요, pays-atelier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요? 국가 작업장? 작업장 국가? 국가 워크숍?

천재뮤지션 2005-07-0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제 말은....섬유나 조립 같이 부가가치가 낮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의존하여, 주로 상품을 수출하면서 경제가 굴러가는 국가를 말하는 건데, 60-70년대 한국이 그랬죠. 국가 전체가 하나의 소규모 작업장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이미 정착된 용어가 있는가 해서 말이죠...

검둥개 2005-07-1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추천하고 퍼갑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balmas 2005-07-1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azzy102님(이름이 좀 길군요. 뭔가 약자를 개발하심이 ... ^^;;),
도허티나 톰페인닷컴이 정확히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대충 내용을 보니까 프레시안이 말하듯이 "진보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입장인 듯합니다. 물론 "진보"를 이해하는 데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긴 하지만요. 제가 보기에는
미국의 민주당의 입장과 가까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탈레반 정권에 대한 정당한 응징 운운 하는 것도 그 한 가지 표현인 것 같구요.
pays-atelier는, 글쎄요, 신조어인 것 같은데 ... 이전에 쓰던 말대로 하면 "가공무역국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좀더 최근에 쓰는 말대로 하면 "하청생산국가"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초국적 기업이 저발전 국가에 공장들을 설립하고 하잖아요? 그 때의 국가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요.
검정개님, 추천 감사히 받겠습니다. 넙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