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우님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숨은아이님이 답변을 달아주셔서 다시 한번 더 댓글을 달아봤습니다.

 

숨은아이님의 답변

저는 발음 때문인 게 맞다고 보는데요. "율"이나 "률"이나 받침 뒤에선 [뉼]로 발음되는데, 모음 뒤에선

"율"은 [율]로, "률"은 [률]로 발음됩니다.

"율"로 쓰는 걸로 통일하면 "이직률"을 "이직율"로 써야 하는데, 그럼 읽을 때 [이징뉼]이 아니라

[이지귤]이 됩니다. 발음상 아예 다른 말이 됩니다.

"률"로 통일한다고 하면 "이혼율"을 "이혼률"이라고 써야 하는데,

이혼율은 [이혼뉼]이라고 자연스레 발음이 되지만, 이혼률이라고 쓰면 아무래도 률 발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겠어요? 이혼율, 이혼률, 읽어보세요. 증가율을 증가률이라고 쓰면 더욱 그렇고.

 

저의 댓글

하하하, 숨은아이님 말씀이 제일 근거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한 번 더 토를 달자면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율"이냐 "률"이냐를 따질 때 기준이 되는 건 받침이  없는 경우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비율"이나 "배율" 또는 "효율" 같이 앞에 받침이 없는 말이 올 때는 모두 "율"을 쓰잖아요.

그런데 앞에 받침이 있는 음절이 오는 경우에 어떤 경우는 "율"로 쓰고

어떤 경우는 "률"로 쓰니까 도대체 왜 이런 구분이 할까, 그 근거는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숨은아이님  말씀은, “율”로 통일하게 되면, 가령 “이직율” 같은 경우는

[이지귤]이라고 발음하게 되니까 부적절하다, 또 “률”로 통일하게 되면,


“증가률” 같은 경우가 생기니까 역시 부적절하다, 따라서 따우님이 제시한 것처럼


받침이 어떤 게 오느냐에 따라 “율”과 “률”을 구분해서 써주는 게 옳다는 거죠. 


그런데 우선 왜 받침 다음에 나오는 “율”이나 “률”은 꼭 [뉼]이라고 발음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꼭 그걸 [뉼]이라고


발음해야 하는 근거는 없는 거죠. 다만 우리가 말할 때 보통 그걸 [뉼]이라고 발음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요? 다시 말해서 이직율을 [이지귤]이라고 발음한다고 해서


그게 틀렸다고 말할 만한 법칙적인 근거는 없다는 거죠. 다만 사람들이 말할 때 그렇게


발음하지 않는다, 곧 그게 관습이다라는 거죠.


그런데 만약 우리가 [뉼]이라고 발음하는 게 하나의 관습이라면,


이 관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꼭 그렇게 복잡한 근거를 만들어서


어떤 받침이 오는 경우에는 “율”을 쓰고 어떤 받침이 오는 경우에는 “률”을 쓰고 하는


법칙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받침이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율”이라는 단어를 표준으로 삼아서


앞의  음절에 받침이 있는 경우에도 모두 “율”이라고 쓰고, 간혹(혹시 있다면)


“이직율”을 [이지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이징뉼]이라고 가르쳐주면


그걸로 족할 것 같은데요. 또는 학교에서 가르칠 때 “그건 [이징뉼]로 읽는다”라고 가르치면


족하겠죠.  


정리하자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존에 사람들이 말하는 발음이 표준이 된다면, 그걸 정당화하기 위해


굳이 그렇게 복잡한 기준을 만들어서 사람 헷갈리게 만들 필요가 뭐가 있을까라는 거죠.


거기에는 혹시 국어학자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무의식적인?) 욕망이


담겨 있지 않은가, 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표현이 좀 지나쳤나?)


혹시 국어학 전공자 분들이 계신다면, 넓게 이해해주세요. 국어학자들의 노력을 비웃자는


건 아니고, 솔직히 좀 궁금해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물론 그 구분법을 따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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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5-07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국어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좀 주제넘은
소리를 한 게 아닌가, 그런 염려가 생기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문제에 정통한
분이 혹시 계시다면 좀 조언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릴케 현상 2005-05-0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생각으로는^^ 근대국가를 만들려는 열정에 차 있을 때, 우리는 하나의 말을 쓰는 한민족이라는 걸 내세우기 위해 표준어와 맞춤법 등을 공들여서 정리하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우리민족 중에서 '덜 배운' 사람이 아닌 이상 표준어와 맞춤법을 똑바로 쓴다고 생각하게 만들고요...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받아들일 규칙이 필요했고, 그 규칙을 법칙화한 거겠죠. 그 법칙을 만드는 과정에 외국이론도 많이 갖다 썼을 테고^^ 그러면서 교수 되고 정통파 교리 같은 게 됐겠죠... 언젠가 고종석씨는 방언과 외국어의 구분은 언어학적 기준보다 정치적 기준에 많이 의지한다(제주도말이 외국어가 아닌 것은 그런 이유다^^고) 또 어디선가 보니 어떤 표기가 맞다 틀렸다고 법칙화할 수는 없다면서 많은 사람이 쓰는 순으로 사전에 등재하고 사람들이 참조하게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한민족 한 언어 법칙적인 표기 등의 관념에서 이제 벗어나도 될 것 같아요...

사량 2005-05-0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말과 글말을 비슷하게 만들고자 했던 노력, 즉 '언문일치' 운동은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던 움직임이었습니다. 해당 국가의 구성원을 국민으로 호명하고 이들에 동질감을 불어넣기 위한 근대국가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요. 표준어의 형성은 여기에 말씀대로 정치적인 문제가 결부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일제를 향한 '저항적' 민족주의가 덧붙여져 있었다는 점이 조금 다릅니다. 한글맞춤법통일안이라는 것이 처음 나왔던 때가 1933년이고 그 주체가 조선어학회였다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지요. 언문일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근대 동아시아문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최근 흥미로운 연구를 많이 발표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가라타니 고진도 데리다의 음성중심주의와 비교하여 재미있는 글을 쓴 적이 있구요. 표준어의 정치성에 대해서는 아시다시피 부르디외를 비롯하여 들뢰즈&가타리도 일갈한 적이 있습니다. 말이란 게 늘 변하니까 사전도 개정판이 생기고 맞춤법통일안도 수정을 거듭하는 것이겠지요. 표기법이 헷갈리실 때는 국립국어연구원 홈피(korean.go.kr)에 가면 대부분 답변을 얻으실 수 있긴 합니다만, 그건 결국 잠정적인 정답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합니다.

릴케 현상 2005-05-0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정통한 분이 나타나셨네요...근데 국립국어연구원도 그다지 못미더울 때가 많아서 좀 고민이지요(^^느낌에... 대학원생정도가 아르바이트식으로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해서)어쨌든 단답식 정답을 제일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긴 하니까...

balmas 2005-05-07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미있는 댓글들을 달아주셨네요.
두 분 말씀하신 대로 민족국가/국민국가의 구성과 국어의 표준화 과정에 대한
좀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숨은아이 2005-05-0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 전 사실 국어에 대한 정규 교육은 고등학교로 끝입니다. 그래서 "이론"은 잘 모르구요. 단순하게 생각해서, 국어는 표음문자이니까 발음에 따라 적는 게 원칙인데,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적으면 그게 같은 말인지 보는 사람이 헷갈리잖아요. 그래서 표준 표기법을 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한자어 같은 경우엔 발음대로만 쓰면(이를테면 이직률을 이징뉼로 쓰면 ^^) 글자만으로 본래 의미를 알기 어려우니까 글자 하나하나에 음가를 매기게 되었고요.
또 말이 앞서가고 문법이나 어법은 따라가게 되잖아요. 그러니깐 표기법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발음을 가르치긴 어렵지 않나 합니다.

2005-05-08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5-09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숨은아이님,
몇 마디 더 할 말이 있는데, 바빠서 그냥 잘 읽었다는 표시만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