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예술의 거장들...성장, 애정편력 모두 담아
예술계 신간_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1-4) 을유문화사 刊, 552쪽 내외
2005년 01월 01일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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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초상 ‘빌 에반스’, 위대한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 세기의 마에스트로 ‘토스카니니’,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 ‘헬무트 뉴튼’. 을유문화사에서 야심차게도 이 목록들을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1권~4권)로 내놨다. 순수 고전예술의 계보에서 벗어나 ‘예술의 대중화’와 ‘대중문화의 예술적 승화’를 이뤄낸 현대예술의 대가들, 그들의 삶과 예술을 담아낸 것. 뉴올리언스의 흑인 브라스밴드에서 처음 생겨난 재즈가 강렬하고 펑키한 취향의 즉흥연주라면, 에반스의 음색은 관조적이고 사색적이며, 서정적이면서도 극도의 정제미를 나타낸다. 피아니스트이자 이 평전의 저자인 피터 페팅거는 그의 연주를 ‘빌 에반스 사운드’라는 하나의 컨셉으로 지칭하면서, “애잔한 화음과 서정적인 음색 그리고 매혹적인 짜임새”로 “음들을 넘어서고 싶은 동경, 우리가 늘 도달해서 손끝으로 만지고 싶은 조용한 혁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천재적인 베이시스트 스콧 라파로와 델리커시한 리듬을 과시했던 드러머 폴 모티안과 이룬 트리오는 솔로연주가 반복되는 이전의 전형적인 트리오의 틀을 깨고, 새로운 즉흥연주의 세계를 보여준다. 춤추는 음악으로 알려졌던 전통탱고에서 모던탱고를 일궈내고 클래식의 영역까지 자유자재로 아우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 바로 아스토르 피아졸라다. 프랑스의 첼리스트 요요마가 “자신의 음악 안에 실재했던” 인물이라 평했던 피아졸라는 탱고음악 안에서 성장했고 세련된 솜씨로 뉴욕,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휘어잡았다. 그는 철저하게 탕구에로(탱고문화에 젖어있었다는 뜻)이면서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음악을 제 방식대로 연주했다. 탱고와 클래식, 재즈를 하나로 묶어내면서 탱고를 현대 실내악 형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전통주의자들에게 절대로 용납될 수 없었지만, 그는 탱고음악의 개척자로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간 진정한 의미에서 ‘방랑자’였다. 그의 예술적 욕망과 결심, 무모하리만큼 용감한 도전들을 이 책에서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전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지휘자’로 꼽히는 토스카니니. 그가 암보한 곡은 3백여 개에 달한다. 세네 번만 연습하면 악보를 다 외웠다. 지휘자의 개인적 해석이 아닌 작곡가의 의도에 맞춰 곡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 책은 음악비평서도 그렇다고 전기도 아니다. 이전에 하베이 삭스가 토스카니니를 탐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왜 토스카니니가 숭배되는지 그 본질과 비밀을 제대로 탐구해내지 못했다. 이 책은 바로 토스카니니의 진실한 삶과 예술을 포착해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시회가 열렸던 헬무트 뉴튼은 어빙 펜, 리처드 아베돈과 함께 20세기 3대 패션사진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올해 자동차 사고로 죽기 몇 달 전 이 자서전을 아내에게 남겼다. 뉴튼은 살아생전이나 지금이나 ‘외설’과 ‘예술’ 사이의 끊임없는 시비에 휘말린 작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사진작업에서 ‘예술’과 ‘고상한 취미’를 가장 지저분한 단어로 여기며, 자신의 사진들을 가리켜 ‘세련된 포르노’라 칭하면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육체와 성적 욕망, 나르시시즘, 변태에 대한 이미지와 그것이 전하는 흥분과 불쾌감의 대립된 감정은 뉴튼의 영원한 주제였다. 그는 모델에게 옷을 입히고 벗기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에로티시즘을 충격적일 만큼 강하게 연출해냈고, 당당한 육체, 차갑고 빈틈없는 모델의 시선을 빌어 옷 속에 숨겨진 인간의 실체와 패션이란 고상함에 포장된 인간의 가식을 통쾌하게 비웃었다. 이 자서전에는 뉴튼의 성장과정과 애정편력, 일류사진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져 있고, 후반부에는 자신의 사진작업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을유년을 맞아 창립 60주년을 맞은 전통의 출판사 을유문화사가 펴내는 현대예술거장 시리즈는 ‘마일즈 데이비스’, ‘피나 바우쉬’, ‘자코메티’, ‘글렌 굴드’ 등으로 이어져 총 12권으로 완결될 예정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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