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계약의 이중화: 복종의 장치로서의 계약


  16장의 논의는 홉스의 사회계약론과 주목할 만한 차이점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16장만으로는 홉스의 논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왜 스피노자가 계속 계약론의 문제설정을 견지하고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히 [신학정치론] 17장과 18장(및 3장과 5장)에 나타나는 히브리 국가의 역사에 관한 스피노자의 논의를 참조해야만 한다.

    우선 17장 첫머리에 나오는 스피노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앞장에서는 모든 것에 대한 주권자의 권리와, 각자의 자연권을 주권자에게 양도하는 문제를 살펴봤다. 이러한 논의가 실제와 아주 잘 합치한다 해도, 그리고 이러한 논의와 좀더 근접하도록 실제를 규제한다 해도, 이는 많은 경우 순전히 이론적인 것으로mere theoretica 남게 될 것이다.”(TTP 17장 1절; 모로판, 534)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논의는 “실제와 아주 잘 합치한다 해도”, 곧 경험적으로 아주 잘 입증된다 해도, 원칙적으로는 이론적인 것으로 남게 되는가? 16장의 논의가 “순전히 이론적인 것”이라는 말 자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피노자가 제시하는 직접적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왜냐하면 누구도 더 이상 인간으로 존재하기를 그칠 정도로ut homo esse desinat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역량potentiam, 따라서consequenter 자신의 권리jus를 양도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TTP 같은 곳) 그런데 이러한 논거는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16장의 논의와 다르지 않다. 스피노자는 이미 16장에서 권리 또는 역량의 완전한 양도란 존재할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새로운 논거라기보다는 16장에서 스피노자가 제시했던 논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17장의 새로운 논거, 새로운 논의는 바로 이러한 논점에 근거하여 제시되는 다른 논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주목을 끄는 것은, [신학정치론]만이 아니라 [정치론]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스피노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이다. “국가가 시민들―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한 시민들이라 할지라도―보다 적들로 인해 더 큰 위험을 겪었던 적은 결코 없었다.”(같은 곳, p. 536) 그 다음 바로 2절 첫머리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주장도 우리의 논의를 위해 필수적이다. “국가의 권리와 권력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권력이 결코 사람들을 공포로 강제하는 능력으로 환원되지 않고, 사람들이 국가의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들 일체를 포함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민을 만드는 것은 복종의 이유가 아니라 복종[한다는 사실 자체]이기 때문이다.”(같은 곳―강조는 필자)

  이 두 가지 언급은 앞에서 우리가 스피노자의 역량의 논리에 관해 말했던 것을 입증해주면서 새로운 주제, 복종이라는 주제를 도입한다. 곧 스피노자가 말하는 역량이란 무력과 강권이라기보다는 신민, 또는 시민을 복종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이러한 힘은 무력과 강권이 될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견지되고 있는 스피노자의 인간학적 원리에 비추어봤을 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국가 또는 주권자의 권리에 복종하게 만드는 능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스피노자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상태에서도 지속되는 사람들의 자연권에도 불구하고, 또는 오히려 바로 그들의 자연권, 그들의 정념들의 힘을 활용하여 안정된 통치를 확립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구절은 이러한 스피노자의 의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따라서 주권자의 명령과 일치하는 신민의 모든 행동은, 그가 사랑에 의해서 이렇게 하든 아니면 공포로 강제되어 하든, 또는 (이것이 훨씬 더 빈번한 경우인데) 희망과 공포 양자 모두에 의해 하든 관계 없이 [...] 자기 자신의 권리가 아니라 국가의 권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다시, 복종은 외적인 행위보다는 마음의 내부 작용과 더 관계가 있다는 점을 아주 명확하게 확인하게 해준다. 이 때문에 자기 마음을 다해 다른 사람의 명령들에 복종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지배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의 신민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사람은 가장 큰 지배권을 보유하게 된다.”(같은 곳, p. 538)1)

  이러한 논의는 왜 스피노자가 홉스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변형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신학정치론]에서 계약론의 문제설정을 계속 채택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피노자가 16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계약론의 요소들은 매우 추상적인, 또는 스피노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순전히 이론적인 것mere theoretica”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16장의 논의는 홉스의 계약론처럼 형식주의적이지는 않지만, 실제의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또는 존재했던 계약에 관한 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17장에서 제시되는 계약론은 구체적인데, 이는 17장(및 18장)의 주요한 분석 대상이 히브리 국가의 역사, 정확히 말하면 이중적인 계약을 통해 창설된 히브리 국가의 역사적 전개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주어진 국가가 자신의 형태를 안전하게 보존하고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조건들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려는 데 있다2). 그리고 스피노자에게 이러한 조건들은 일차적으로 신민들의 복종을 확보하는 것, 신민들이 이유야 어떻든 간에 “주권자의 명령에 일치하게 행위”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히브리 국가의 분석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시되는 스피노자의 언급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히브리인들의 역사의 전개과정을 검토해볼 생각인데, 이는 국가의 안전 및 번영을 증대시키기 위해 주권자가 신민들에게 일차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국가의 보존은 본질적으로 신민들의 충성심과 유덕함, 그리고 명령들을 수행하는 굳건한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은 경험과 이성이 가장 확실하게 가르쳐주는 것이다.”(같은 곳, p. 540) 

  그렇다면 왜 하필 히브리 국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가? 이는 무엇보다도 히브리 국가가 실제로 계약을 통해, 더욱이 정치적 계약과 종교적 계약이 결부된 이중적 계약을 통해 창설된 매우 드문 역사적 사례이기 때문이다3). 사실 스피노자가 히브리 국가의 역사를 분석하는 절차는 정확히 자연상태에 대한 묘사, 이러한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 그리고 이 계약을 성립하게 된 주권적 권력에 대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히브리 국가에 대한 분석은 스피노자가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계약론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먼저 스피노자의 논의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우선 자연상태에 대한 서술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빠져 나와 자유의 몸이 된 상태를 가리킨다. 스피노자는 이미 5장에서 이에 관해 서술한 적이 있으며, 17장에서 이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탈출함으로써 그들은 더 이상 다른 민족의 법에 복종하지 않게 되었으며, 따라서 그들 마음대로 새로운 법을 제정할 수 있게 되었다. [...] 하지만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입법의 지혜와 권력을 공동으로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들 모두는 비참한 노예 생활로 인해 심성이 상하고 미개인 같은rudis 기질을 하고 있었다.”(TTP 5장 10절; p. 222) “미개인 같은”이라는 매우 보기 드문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피노자는 의도적으로 히브리인들의 상태를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모습처럼 서술하고 있다.

  그 다음 계약의 절차에 관한 서술이 나온다. “왜냐하면 이집트인들의 참기 힘든 억압에서 일단 해방된 이상 어떤 계약pacto도 더 이상 그들을 다른 유한한 존재자에 묶어두지 않게 되어, 그들은 자신들의 역량 아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자연권을 회복하게 되었으며, 각자는 새롭게 이 자연권을 보존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포기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양도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자연상태에 놓이게 된 이들은 그들이 매우 신뢰했던 모세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권리를 더 이상 유한한 존재자에게 양도하지 않고 신에게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그들 모두는 주저하지 않고 한 목소리로 신의 모든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이며, 신 자신이 예언자의 계시를 통해 설립한 것과 다른 어떤 법도 인정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다.”(TTP 17장 7절; p. 544) 이렇게 해서 모세를 포함한 히브리인들 전체가 신과 맺은 첫번째 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이 계약을 통해 히브리인들은 신을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게 되었는데, 스피노자는 이에 관해 다섯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그는 이 계약이 일반적인 계약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신과의 계약은 사람들이 신의 절대적인 역량을 경험한 이후에 이루어졌음(출애굽기 19장 4-5절)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성립한 히브리 국가, 곧 신의 법과 시민법이 일치하고, 신은 히브리 국가의 왕이고 히브리 백성은 신의 백성이며, 신의 명령은 곧 국법이 되는 이 국가를 스피노자는 “신정국가imperium theocratia”라 명명하고 있다. 넷째, 그런데 스피노자는 곧바로 이것이 “사실보다는 의견opinione magis quam re”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이는 스피노자가 1장 이하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듯이 [성경]에 나오는 대부분의 서사들은 실제의 이야기를 서술한 것이라기보다는 히브리 백성들의 기질과 상상에 부합하는 의견들(곧 허구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적은 스피노자가 신과의 계약에 관한 [성경]의 이야기 역시 허구적인 상상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이러한 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무의미하다거나 현실적인 효과를 낳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히브리인들은 이러한 상상에 기초하여 실제로 히브리 국가를 구성했고, 또 히브리 국가는 이러한 상상에 기초하여 오랫동안 안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피노자의 언급은 한편으로는 [성경]의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신학자들의 편견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히브리 국가가 오랫동안 안정과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상상적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피노자는 이러한 신정국가와 민주주의 국가의 유사성에 관해 지적하고 있다(TTP 17장 7절; p. 548). 왜냐하면 두 국가 모두 “다른 사람”에게 권리와 역량을 양도함으로써 성립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구성원들 모두는 평등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히브리 국가의 경우 이 단계에서는 아직 신과 인간들 사이의 “명시적 중개자 없이nullo expresso mediatore”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이러한 첫 번째 계약에 관한 논의 다음 두번째 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스피노자가 그대로 인용하는 [성경]의 구절(신명기 5장 23-27절)에 따르면 신의 명령을 들으러 산에 올라간 사람들이 신의 목소리를 듣고 공포와 두려움에 젖게 되어, 다시는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대신 신의 모든 말씀의 중개자, 해석자로서 모세를 설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모세는 “신의 법의 공표자이자 해석자, 따라서 또한 누구도 그를 판단할 수 없는 최고판관으로 남게 되고, 히브리인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신의 자리를 지키게 된다. 곧 주권자”(TTP, 같은 곳)가 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계약은 모세에게서 통일되었던 이러한 권력들을 분할하는 계약이다. 곧 신의 말씀을 계시받고 해석하는 일은 아론을 비롯한 레위족에게 맡겨졌고, 군대지휘권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지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히브리 국가의 권력, 특히 정치 권력과 종교 권력 사이의 제도적 분할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 더 상세하게 서술하는 일은 우리의 논의 목표가 아니므로, 이제 이러한 히브리 국가에 대한 스피노자의 분석, 특히 계약의 과정들에 대한 분석의 의미를 정리해보기로 하자. 스피노자의 분석은 그가 홉스식의 사회계약론이 보여주는 인공주의 내지는 법률주의를 대신할 수 있는 계약의 모델을 찾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홉스식의 계약론은 사람들의 자연권이 사회 속에서도 집요하게 계속된다는 점을 간과한 채(또는 오히려 그것을 법적 모델을 통해 가상적으로 봉합하기 위해) 인공적 절차를 통해 주권을 설립하려고 하지만, 정념들에 좌우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본성상 이러한 절차는 효과적인 국가 설립의 수단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스피노자가 히브리 국가의 역사에서 발견한 것은 사람들의 정념과 상상에 기초하여 안정된 국가를 설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히브리인들은 자신들의 상상과 정념에 기초하여 전능한 신 야훼에 대한 표상을 만들어내고 자신들의 국가를 야훼의 국가로, 또 자신들을 야훼의 백성으로 간주했지만, 오랫동안 안정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정념과 대립하는 이성, 또는 개인적인 능력으로 이해된 이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어리석은 이러한 표상과 믿음이 역설적으로 매우 유익한 결과, 제도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스피노자의 관점에 따르면 “모세가 [...] 우중이 공포 때문이 아니라 신앙심 때문에 자신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국가 안에 종교를 도입했기”(TTP 5장 11절; p. 222) 때문이다. 곧 사람들의 정념과 상상, 신앙심을 억압하지 않고, 그것들을 국가의 발전에 활용할 수 있었던 모세의 정치적 능력이 히브리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가져온 것이다4).

  이는 곧 사회계약, 또는 국가의 구성과 보존을 위해서는 홉스식의 인공적인 법적 절차, 또는 고유한 의미의 정치적 계약만으로는 부족하며, 각각의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권리와 역량을 양도할 수 있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보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5). 그리고 스피노자는 히브리 백성들이 신과 맺는 계약에서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을 발견한다. 히브리인들이 신과 맺는 계약은 집합적인 계약이기 이전에, 히브리인들 각자가 신과 맺는 계약, 곧 야훼를 자기의 신으로 받아들이는 계약이며, 그에게 헌신과 절대적 복종을 다짐하는 계약이다. 모세의 정치적 능력은 이러한 개별적인 종교적 계약을 국가를 안정시키고 보존하는 방법으로, 곧 정치적 계약으로 활용했다는 데 있으며, 이것의 핵심은 신을 각 개인의 신으로서만이 아니라 또한 히브리 민족 전체의 신으로, 따라서 히브리 국가의 유일한 주권자로 만듦으로써, 각자가 신에게 바치는 절대적 헌신과 복종이 동시에 국가에 대한 헌신과 복종으로 되게 만드는 기술에 있다. 따라서 히브리 국가의 설립에서 볼 수 있는 계약은 종교적 계약이면서 정치적 계약이라고 할 수 있으며6), 바로 이러한 계약의 이중성 때문에 히브리 국가는 백성들의 “미개인 같은” 심성에도 불구하고 안정과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스피노자는 히브리 국가의 설립에서 나타난 계약은 매우 보편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보고 있다. 이는 홉스식의 인공주의적인 절차 없이도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또한 계약의 진정한 본질은 “미개인 같은” 심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곧 탐욕과 공포, 기만과 분노 등과 같은 정념들에 좌우되어 살아가는 다중이나 우중들vulgus을 국가의 법이나 주권자의 명령에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스피노자는 홉스의 계약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대중들의 자발적 복종의 메커니즘, 따라서 국가의 보존의 수단들을 제시해주는 한에서, [신학정치론]에서 계약론의 틀을 견지했음을 알 수 있다.

 

주)

1) 하지만 여기에서 스피노자가 “마음animus”이라고 한 것을 데카르트가 확립한 용어법과 같은 의미에서의 “정신mens”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mens”가 “신체” 또는 “물체”를 가리키는 corpus와 질적으로 구분되는(곧 상이한 속성에 속하는) 것으로 주로 인식론적 기능과 관련하여 사용된다면, “animus”는 욕망 또는 정서들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용어다.

2) 따라서 Matheron 1988; Bové 1996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히브리 신정국가는 고유한 의미의 민주주의에는 미달하지만, 정치적 공동체가 부재하거나 와해된 상태인 자연상태나 국가의 안전이 국왕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군주정에 비해 우월한 국가형태라고 할 수 있다.

3) 이에 관해서는 Balibar 1985 및 Zac 1979을 참조.

4) 이에 관해서는 Zac 1979 및 Bové 1996 8장 참조.

5)  이런 점에서 볼 때, 알튀세르의 유명한 호명이론이 󰡔신학정치론󰡕 17장에 나타난 신과 (모세를 중개로 한) 히브리 인민의 계약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알튀세르 1991; Althusser 1996 참조.

6) 이러한 계약의 이중성에 관해서는 특히 Balibar 1985 참조.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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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차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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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4-12-22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학정치론>의 국역본은 언제쯤(이나) 나오는지 아시는지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국역은 솔에서 나온 것이 가장 정확한 것인지요? 더불어 '스피노자 정치학'의 현재적 의의(액츄얼리티)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문헌도 소개해주시길...

balmas 2004-12-22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학정치론]이 언제쯤 번역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군요. 빨리 나오면 좋겠지만, 좋은 번역이 나오는 게 좋을 테니까 한번 기다려보죠. 후배들하고 같이 [신학정치론]을 한 1년 읽었는데, 제대로 번역하려면 고대 히브리 역사나 [성경]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히브리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라틴 수사학 전통에 대한 공부도 상당히 필요해서 쉽게 번역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더군요. 저도 번역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언제쯤 착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 국역본은 [아미엥에서의 주장]에 실린 게 유일하죠. 그런데 이 논문이나 같은 책에 실린 [프로이트와 라깡] 번역은 오역들이 좀 있어서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스피노자 정치학의 현재성에 관한 좋은 책은, 책광고 같아서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제가 번역해서 내년에 나올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가 추천할 만합니다. 물론 네그리의 저작들, 곧 [야생의 별종]이나 [전복적 스피노자](이 책은 조만간 갈무리에서 나올 것 같던데요. 번역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 같은 책들도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구요. 요즘에는 영어로 된 책들도 꽤 나온 편인데, 호주의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이 쓴, G. Lloyd & M. Gatens, Collective Imagining, Routledge, 2001이나 Warren Montag의 Bodies, Masses, and Power, Verso, 1998도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사량 2004-12-2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데올로기...>는 백의에서 1991에 나온 [레닌과 철학]에도 실려 있습니다. 번역상의 차이를 판단할 능력은 없습니다만, 단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약자를 표기할 때 두 번역본이 서로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솔에서 나온 것은 ISA(영어식)였는 데 반해, 백의에서 나온 것은 AIE였나? 아무튼 그랬습니다. -_-;;

balmas 2004-12-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예전에 그런 번역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도 [이데올로기 ...] 논문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