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에 보니까 푸코가 생전에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자와 마르크스에 관해 대담했던 책이 번역되어 나왔더군요.

이 책은 원래 푸코 생전에는 이탈리아에서만 출간되었다가(1981년), 1991년 미국의 "Semiotext(e)"라는 출판사에서 영역본이 출간되었죠. 그 후 1994년에 푸코가 생전에 책으로 출판하지 않았던 논문이나 대담, 서평 등을 묶은, [Dits et ecrits](우리말로 하면 [말과 글]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베르그송이 죽은 뒤에 [Ecrits et paroles]이라는 3권짜리 책이 나왔는데(이 책의 제목은 우리말로 하면 [글과 말] 정도가 됩니다), 이 제목을 약간 변형시킨 셈이죠. 라캉의 [Ecrits]라는 책을 연상시키기도 하구요) 라는 4권짜리 책, 한 권당 무려 800페이지 정도 되고, 판형도 크고 글자도 작은 책이 나오면서 이 대담집의 불어본이 발표가 되었죠.

이번에 갈무리 출판사에서 나온 국역본은 영역본을 번역한 듯한데, 번역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별로 번역하기 어려운 책은 아니니까 특별히 번역에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한지는 벌써 10년이 넘는데(크아,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그동안 뭐했니 ...-_-;;;), 아직도 이 대담집의 내용 중 일부가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는 뜻이죠. 사실 푸코는 생전에 출간한 저작에서는 마르크스에 관해 말을 상당히 아낀 편인데, 이 책에서는 그가 마르크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푸코나 사회이론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매우 좋은 독서거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추천해봅니다. 영어가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관심이 있으시면 영역본을 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 ... ^^

[Dits et ecrits]라는 네 권짜리 논문집에 관해 한 마디 덧붙이고 싶군요. 몇년 전 이 책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 사장에게 이 책의 일부를 편집해서 번역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벌써 영역본을 중심으로 번역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다고 하더군요. 몇년 전에 이 책의 영역본 선집이 나왔는데, 그걸 대본으로 해서 출간하겠다는 거지요. (역자분이 불어를 못한다든가 ...) 이 네 권짜리 책은, 푸코의 저작들에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푸코의 상이한 면모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글들과 대담들이, 정말, 가득 담겨 있는 좋은 책입니다. 그러니 불어본으로 하든 영역본으로 하든 책을 내기로 했으면 잘 내주었으면 좋겠군요. 한번 기대를 해봅시다.  

 

푸코의 맑스 - 미셸 푸코, 둣치오 뜨롬바도리와의 대담, 디알로고스총서 1
둣치오 뜨롬바도리, 미셸 푸코 (지은이), 이승철 (옮긴이) | 갈무리

정   가 : 10,000원
판매가 : 9,000원(10%off, 1,000원 할인)
마일리지 : 270원(3%)
2004-11-15 | ISBN 8986114739
반양장본 | 245쪽 | 215*145mm
알라딘 Sales Point : 490
사회과학 주간베스트 9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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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이루어진 미셸 푸코와 둣치오 뜨롬바도리 간의 대담을 엮은 책. 이탈리아 공산당의 당원이자 정통 맑스주의자인 뜨롬바도리와 비-맑스주의적 좌파를 대표하는 푸코의 대화라는 점에서 좌파 내부의 두 관점과 그 관점들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정통 맑스주의자인 뜨롬바도리의 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경험과 지적 형성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1950년대 프랑스의 사회,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신이 갖었던 고민들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이론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는지를 말하는 푸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뜨롬바도리의 맑스주의에 맞서 자신의 이론이 현대 사회의 정치적 실천들과 훨씬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말하는 푸코의 주장 속에서 푸코의 정치학과 들뢰즈, 네그리로 이어지는 탈근대 정치사상과의 밀접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바로 맑스의 정치경제학을 성전화하는 식의 열광에 반대하고자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열광은 다른 게 아니라, 19세기에 탄생했지만 20세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맑스주의가 가지는 역사적 행운에서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맑스의 경제적 담론의 규칙들이 19세기의 과학적 담론 형성의 기준이 되는 에피스테메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극악무도한 해우이는 아닙니다. 내게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주장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이는군요. -- 미셸 푸코, 본문 중에서



둣치오 뜨롬바도리 (Duccio Trombadori) -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법철학과 그람시의 정치사상을 연구했다. 2004년 현재 로마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이탈리아 공산당 기관지인 「루니따」지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 작가프로필 보기) - 이성에 대한 확신 위에 구축되어 온 서양 근대사상을 근저에서부터 뒤흔들어버리고,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한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그를 두고 '19세기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가장 완전하고 유일한 20세기의 철학자'라고 평했다.

20세기 지성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미셸 푸코의 저작들은 대중적 인기도 높아서, 그가 태어난 프랑스에서 빵집의 '모닝빵'처럼 날개 돋힌듯 팔렸으며,국내에서도 거의 모든 저서가 번역돼 널리 읽혀 왔다.

철학 역사학을 비롯해 문학비평 언어학 정신병리학 임상의학 경제학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는 푸코의 작품들은 1980년대 말 마르크스주의의 몰락 이후, 9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20종이 넘는 푸코의 저서와 푸코에 대한 연구서들이 번역 출간되었는데, 한 철학자에 대한 책이 그처럼 짧은 기간에 그처럼 집중적으로 소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1984년 6월 25일 프랑스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에이즈로 사망했다.

이승철 -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현재 동대학원 사회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다중네크워크센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말하듯이, 푸코는 그의 삶의 부분들을 공개하기를 꺼려했는가?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몇 번의 대담에서 푸코는 자신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 특히 <푸코와 맑스>는 푸코 자신의 지적 여정을 보여주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한 대담이다. - 디디에 이리봉 (푸코 전기 <미셸 푸코>의 지은이)



한국어판 옮긴이 서문: 미셸 푸코와 경험의 철학, 경험의 정치학
R.J. 골드스타인의 서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

1장 '경험-책'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2장 주체, 지식, 그리고 '진리의 역사'
3장 '그러나 구조주의는 프랑스의 발명품이 아니었다'
4장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그리고 마르쿠제: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5장 1968년 5월의 '말'과 '사물' 사이
6장 권력에 대한 담론

D.뜨롬바도리의 후기: 혁명을 넘어서

부록 1 지식인과 권력: 푸코와 들뢰즈의 대화
부록 2 선악을 넘어서

미셸 푸코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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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2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4-11-1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almas님이 광고하는 책은 꼭 사서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립니다. 철학은 동녘편집부에서 출판한 철학에세이를 읽은 다음부터 쉬운거야~ 라고 외치다가 요번에 서양철학의 열가지 쟁점이던가? 광고하신 그 책을 덥석 선물로 받아버렸지요. 저같은 사람도 잘 읽어나갈 수 있을까요? ^^

balmas 2004-11-1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출판사 차릴 거예요. ^^;;;

이 책은 정말 별로 어렵지 않은 책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릴케 현상 2004-11-1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차리는 모습 보고 싶다^^ 조폭들과 철학으로 싸우는 모습

balmas 2004-11-1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기어이 제가 망하는 꼴 보고 싶으신가요???^^